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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찻집 Tea Letter 11호] 문향배

일상찻집 Tea Letter 11호

문향배, 향을 듣는 잔


개인적으로 우롱차를 참 좋아하는 편입니다.

우롱차는 다른 이름으로 청차라고도 부르는데,

그 종류가 굉장히 다채롭습니다.


가볍고 산뜻하며 꽃향기가 가득한 청차도 있고,

농익은 과실 향기가 듬뿍 느껴지는 청차도 있으며,

상쾌하고 신선한 청차도 있고,

오묘하고 매력적인 향기가 그득한 청차도 있습니다.


공통점으로는 모두 다 '향'이 참으로 좋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롱차를 주로 만드는 대만에서는

문향배라고 하는 차도구를 고안해냈습니다.


고안한 것은 대만이지만 중국에서도 자신들의 차도구로 받아들여

널리 사용하고 있습니다.



문향배는 향기를 듣는 잔이라는 낭만적인 이름을 가진 차도구인데,

실제로 차의 향기를 감상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도구는 없는 듯합니다.


길죽한 문향배에 차를 담았다가

그 차를 찻잔으로 옮겨 담은 뒤

문향배 안에 그득히 가두어진 향기를 감상합니다.


일상찻집에서 우롱차(청차) 원데이 티클래스를 진행하면

문향배를 꼭 사용합니다.


그 향기를 감상하는 순간

모두들 청차의 매력에 빠져들기 때문이지요.

향기를 감상하고 입안에 그 찻물을 넣는 순간

다들 청차와 사랑에 빠지곤 합니다.




어릴 때부터 문향배를 즐겨 사용하던 저희집 홍남매는

수업 중에 어른들이 문향배를 사용하다가

차를 종종 쏟는다는 이야기를 하면

왜 이렇게 쉬운 걸 못하지?라며 제법 의기양양해 합니다. 


일상에서 다양한 차도구를 통해

차의 맛과 향기를 즐겨온 시간은

아마도 우리의 삶에 매일 조금씩 여유와 풍류를

더해주는 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짧은 다예를 통해 문향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보여드릴게요.

(정식 다예는 아닙니다)


물론, 평소에는 편하게 찻잔에 그냥 부어서 사용해도 되지만,

다예사들은 문향배를 사용하는 기본 자세가 있습니다.


저도 평소에는 그냥 편히 쓰지만

재미있는 중국차 문화의 한 가닥으로 즐겨보세요.



중국 국가 다예사 시험은 치파오를 입고 봐야 합니다.

중국 국가 평차사, 다예사 시험 볼 당시에 입었던

치파오가 아직도 있는데, 지금도 맞을런지는 모르겠습니다. 


티백으로 편하게 즐기는 차 한 잔도 물론 좋지만,

때론 차를 정성껏 대하는 태도와 우림법으로 즐기는

차의 시간을 더 많이 전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차가 주는 위로와 위안의 힘을 알게 되는 분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세상은 분명히 더 행복해질 거라 생각합니다.


차를 우려내는 동작과 과정을 통해서

그 차에, 그 순간에 집중하며

차의 맛과 향을 오롯이 즐기는 이 시간은

다름 아닌 명상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영상을 통해서나마 그 멋과 맛의 시간을 전해드릴게요.

이번 휴일, 평소보다 조금 더 농밀한 행복을 맛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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