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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소년 Jan 31. 2021

내가 기자가 됐다고? 두 번째

(2장-2) 포켓몬스터에 지우처럼 외치던 말 "기자, 넌 내꺼야!"

그렇게 꿈이 없이 남은 고등학교 생활, 그리고 입시에 실패한 후 전산원(사이버대학교)에서 2년간 정말 독하게 편입을 준비하며 그토록 원하던 인서울에 성공했다. 편입을 한 직후 나는 무척이나 허탈했다. 그 때 김연아 선수의 세계선수권 경기와 더불어 예능 프로그램을 보던 직후 어느 인터뷰에서 그녀가 “올림픽 이후 목표가 없어져 너무나 허탈했다”라고 하던 말이 떠올랐다. 나는 그 말에 무척이나 공감이 갔다. 2년간 오로지 대학이라는 타이틀에만 목을 맸으니 그것을 이룬 순간에는 정말 행복했지만 그것은 며칠간의 신기루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렇게 아무런 목표없이 방황하던 때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1년 7월 6일 우리나라에서도 생중계로 방송됐던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 최종 프레젠테이션 연설. 당시 유치에서 일등공신은 단연 김연아 선수였다. 빼어난 외모는 물론이거니와 선수로서 평창 유치의 당위성을 영어로 정말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해냈다. 특유의 제스처들은 이른바 ‘엄마미소’ ‘아빠미소’를 짓게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무려 3수 도전 끝에 평창이 드디어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순간 나는 또 한번 거실에서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한국에서도 드디어 동계올림픽이 열리다니...!!” 정말 꿈만 같던 일이 현실로 일어났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되던 순간, 자크로게 IOC 위원장의 '푱창'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 속의 기억에 남아있다. 


그 직후 나는 인터넷에서 우연히 빙상뉴스 기자 모집 공고를 발견했다. 도대체 이게 뭐지 하면서 손이 저절로 컴퓨터 마우스 위로 갔다. 클릭해보니 누구나 기자를 할 수있다고 써있었다. “응? 진짜인가?” 기자가 되는게 이렇게 쉽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지원서를 내봤다. 그로부터 며칠 후 의문의 전화 한 통이 왔다. “박영진씨 안녕하세요~ XXX 신문사입니다. 직접 한 번 뵙고 싶어 연락을 드립니다”. 그렇게 나는 비록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고 대학생 대외활동 수준으로 동계스포츠를 전문으로 하는 신문사에서  기자로 첫 발을 내딛었다.     


나는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호감은 있었지만 그렇게 돈을 버는 직업으로 생각을 해본 적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중학교 때 신문부 동아리에서 활동했을 때는 글을 쓰고 직접 사실을 취재한다는 것에 흥미를 느끼기도 했지만, 그것보단 역사라고 하는 것을 수업 시간외에 직접 현장에서 배울 수 있다는 것이 더욱 좋았기 때문이다. 근데 이제는 선생님의 도움이나 다른 사람들의 조언없이 혼자서 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그저 좋아한다는 이유로 무언가를 시작해본 것은 아마도 이 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2012년의 따뜻한 5월. 나는 신문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 법한 급의 신문사 사이트를 방문했다가 뜻밖의 문구를 보았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슬로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고 직접 세상에 소식을 낼 수 있다는 것에 크게 이끌렸다. 곧바로 사이트에 가입한 후 그 즈음에 열렸던 김연아 선수의 아이스쇼와 관련한 소식을 처음으로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에는 기사를 다 쓰고 편집부로 송출할 때면 “아 기사가 언제 나올까~” 하는 흐뭇한 헛된(?) 상상과 함께 착각에 빠지곤 했다. 역시 현실은 달랐다. 매번 “기사 발행이 어렵다”는 메시지만 반복되고 편집부에서 “기사가 형편없다”는 얘기를 듣기 일쑤. 단순 정보성 스트레스 기사가 아닌 조금은 나만의 색깔이 잘 묻어나는 기사가 나오길 바랬는데 결국 처음으로 이 신문사를 통해 세상 밖에 펼쳐진 내 첫 번째 기사는 ‘김연아, 중국 아이스쇼 기대’ 라는 글이었다.     


내가 처음으로 작성했던 기사는 김연아 선수의 중국 아이스쇼 참가 소식이었다. 


“아쉽지만 어쩌리~”하면서 쓰라림을 안고 계란의 바위치기와 비슷한 도전을 이어갔다. 그로부터 얼마 뒤 신문사 사이트에서 한 가지 공고를 봤다. ‘기자 명함 신청법’. 기자에게 있어 명함은 권력(?)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단순히 어디 소속임을 밝히는 것 뿐만 아니라 현장 취재시 자신의 신분을 밝히는 프레스 카드를 받기 위한 필수품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좋은 것은 무언가 기자라는 사회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과 같은 지표라고나 갈까. “그래. 그 다음 목표는 바로 너야”하는 마음으로 그것을 쟁취하기 위한 도전을 이어갔다.     


약 몇 달이 흐르고 난 뒤 나는 드디어 집으로 그 보석같은 물건을 받았다. 포켓몬스터의 명대사 “피카츄! 넌 내꺼야!!”가 저절로 떠오르며 그렇게 나는 ‘기자’라는 직함이 찍힌 아주 소중한 것을 손에 넣으며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었다. 어릴 때나 봤던 만화 속 주인공이 자신의 꿈과 목표를 현실로 만들던 것을 내가 해냈다는 그 쾌감... 그건 아직도 내게 있어 결코 잊혀지지 않는 순간 가운데 하나였다.   


   

포켓몬스터 만화 주인공 지우 모습. 지우는 늘 새로운 포켓몬을 잡을때마다 '넌 내꺼야'라고 외치며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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