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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소년 Jan 16. 2021

[프롤로그] 춥다고? 가장 뜨거워!!

열정, 그 뜨거운 온도를 찾아 동계스포프로

세상이라는 드넓은 미지의 세계를 살아나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이 필요할까? 먹고 살아야 하니 돈일까 아니면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니 집?


요즘에는 많이 수그러들고 워낙 다들 입에서 '힘들다'라는 단어가 입버릇처럼 나오는 시대이기에 사실 이 단어는 꽤나 많이 잊혀졌지만 나는 '열정'이라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2016년 내가 취업을 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던 떄 한 박람회 현장에서 영어면접을 보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어디선가 모르는 번호로 다시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조금 전에 면접을 본 부스의 담당자한테서 연락이 온 것이다. 혹시 잠깐 다시 와줄 수 있냐는 부탁이었는데 급하게 다시 전철을 갈아타고 이동했다. 땀을 흘리며 도착하니 다른 담당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람과 잠깐 이야기를 나눈 후 며칠 뒤 연락을 받았다. 합격 통보이자 나와 함께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왜 나를 뽑았을지 궁금했는데 직접 찾아가니 그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영진씨한테는 "이게(열정)이 있거든요. 이게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것이든 해낼 수 있어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 '열정'. 내게 이 단어와 가장 잘어울리는 것은 동계스포츠다



그렇다. 그 땐 뭔가 절박한 것이 있었다. 꼭 반드시 취업을 해야한다는 그런 압박감 속에서 이겨내기 위해 아마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것이 튀어나온 것이 아닐까.


안타깝게도 오늘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곳에는 이젠 열정이라는 것을 느끼기에는 많이 어려워진 느낌이 없잖아 있다. 현실이라는 커다란 벽에 부딪혀야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타협을 해야만 하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내가 꿈꿔왔던 것들은 저 멀리 사라져 가는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신기루처럼 말이다.


나 역시 그렇다. 나는 얼마 전까지 동계스포츠 프리랜서 기자로 일했다.  대학교 편입을 하고난 직후였던 2012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이니 7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투자했고 내 20대의 반 이상 아니 거의 전부의 시간을 이 곳에 투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내려놓았다고 생각하는 지금도 굉장히 자주 기억에 떠오르고 때로는 가슴에 아려온다.


왜 유독 동계스포츠에 대해 이렇게 많이 좋아하는지 나도 잘은 모르겠다. 아마도 어릴때 초딩시절 그 유명한 안톤오노 사건을 보고 난 후 쇼트트랙에 빠지면서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내 생각에는 동계스포츠는 단순히 다른 스포츠에는 없는 '역설적인'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 태릉선수촌 내 태릉 실내빙상장. 쇼트트랙과 피겨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장인데, 2017년 진천선수촌이 오픈된 이후 쇼트트랙 대표팀은 진천으로 이동했다.


나는 동계스포츠라는 열정을 품고 쉴새 없이 뛰어 다녔다. 인천에서 출발해 두 시간이 넘는 태릉선수촌 내 빙상장으로 노트북과 카메라가 들은 돌덩이 같은 가방을 어깨에 매고 낑낑거리며 올라가는가 하면, 밤 10~11시에 선수들의 훈련 시간에 맞춰 매서웠던 겨울바람을 뚫고 가서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김연아 선수가 출국하거나 아이스쇼를  할때마다 인천공항, 올림픽체조경기장을 찾아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선수에게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 취재를 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마치 어릴때 내가 봤던 만화, 세일러문의 그 유명한 대사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라는 내용으로 부조리한 현실에 당당히 맞서겠다는 일념에 가득차 있던 적도 있었다. 유독 스포츠계에서 동계스포츠쪽 특히 쇼트트랙은 파벌과 비리, 성폭력 등 다양한 문제가 많이 터져 부정적인 이슈로 인해 여러차례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동계올림픽 때마다 수많은 금메달을 배출해내며 효자종목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그와 동시에 불미스러운 문제로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선수가 중심이되고 주인공이 되야 하는데 늘 그 뒤에는 차마 입에 담기 힘든 현실과 일들이 수도 없이 벌어져 기자로서 그것을 외면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큰 지도 모르겠다.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 포스터


이제부터 그 이야기들을 하나씩 겨울소년이라는 필명으로 여기에서 해보고자 한다. 작년 이맘때에 SBS 금토드라마로 <스토브리그>라는 것이 방송된 적이 있다. 사실 그 때 나는 타사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가 그 드라마가 종영되고 난 후 입소문이 많이 났었단 사실을 알고 나서 뒤늦게 접해서 봤다. 매 회를 볼때마다 가슴 속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사실 나는 가장 좋아하지 않는 스포츠인데도 말이다. (야구 팬들에게는 죄송하지만 개인적으로 야구가 지루하다 느끼기 때문..)


그 드라마를 보고 난 후 두 가지를 깨달았다. 야구라는 것에 대한 즐거움, 또 한가지는 스포츠 드라마가 저렇게 가슴을 울리고 뜨겁게 만들수 있구나 하는 것.. 그리고 스토브리그 작가 분이 야구 이야기를 드라마로 풀어냈던 것처럼, 나는 동계스포츠를 주제로 그런 가슴 뜨거운 이야기를 책으로 꼭 출간해보고 싶었다. 저런 스토리를 동계스포츠 버전으로 풀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그런 마음... 인기종목 뿐만 아니라 비인기종목의 가슴 뜨거워지는 스토리를 책으로 꼭 출간해보고 싶었다. 다양한 공모전에 도전했지만 너무나 부족판 필력에 결과는 당연히 실패 메시지 릴레이 행렬이었다.


나는 동계스포츠가 그 어떤 세계, 어떤 스포츠보다 정말 역설적인 종목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차디찬 아이스링크 위에서 펼쳐지는 짜릿한 질주와 아름다운 점프와 연기들... 가장 춥고 차가워 어두울수 있지만 어느 누구보다 가장 밝고 뜨겁게 연기하고 달리는 선수들. 그 매력은 오로지 이 종목에서만 느껴볼 수 있다. 그 아름다운 매력을 7년간 직접 발로 뛰면서 취재하고 느꼈던 순간들이 지금 이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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