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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주 김석민 법무사 Jan 16. 2022

피고인의 방어권? 아니 공격권!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무차별. 무제한 공격권의 실체


피고인의 반대편에 선 자는?


성폭력 범죄의 가해자 즉 피고인의 반대편 위치에 선 사람은 누구인가? 피해자가 아니다. 피해자는 수사권도 공소권도 없다. 반대의 위치에 선 자는 국가이다. 수사권은 경찰, 공소권은 검찰에게 있다.     



국가는 객관의무가 있다.


그럼 국가는 어떤 의무가 있는가?

    

형사소송절차에서 검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중요한 정의의 원칙 중 하나가 '객관의무'이다. 한 변호사는 "형사소송절차에서도 당사자주의가 강조되다 보니 검찰은 물론 법조계도 간과하는 원칙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검사의 객관의무"라며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나 정상도 법원에 제출해 실체적 진실 발견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청법 제4조는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범죄수사·공소제기와 그 유지에 관한 사항 및 법원에 대한 법령의 정당한 적용의 청구 등의 직무와 권한을 가지며, 그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적법절차를 준수하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고 주어진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형사소송법 제424조는 검사는 '피고인을 위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사는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서도 상소할 수 있다. 실제로 아동을 강제추행했다 1심에서 징역 4년이 선고된 70대 노인에 대해 검사가 "양형이 너무 무겁다"며 홀로 항소를 제기해 2015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되기도 했다. 2021. 1. 14. 법률신문 취재수첩 검사의 객관의무     


수사기관이든 검찰이든 대한민국의 공무원은 객관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즉 피고인에게 죄가 없으면 죄가 없는 것으로 해야지, 억지로 죄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너무나 당연하다.



공판정에서 2차 가해는 존재하지 않는다.


2차 가해란 성범죄 등의 피해자에게 특정한 피해사실을 근거로 피해자를 모욕하거나 배척하는 행위이다. 넓은 의미로는 피해자들에게 민감하지 못한 태도로 피해자를 탓하여 피해자가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게 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함정이 있다. 재판 과정 중에는 피고인은 무죄추정의 원칙상 성범죄 가해자가 아니다. 따라서 피해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공판정에서 2차 가해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도 무제한적으로 2차 가해가 이루어진다.


형사의 입증은 검사는 피고인의 유죄의 확신에 이르게 해야 하고, 피고인은 확신이 아닌 의심이 들 정도에 이르게 하면 무죄이다. 따라서 피고인과 변호인이 공격한 범위는 광범위하다. 일말의 거짓말 또는 진술의 모순, 약간의 말이 틀려지는 것도 일일이 찾아서 공격한다. 그래도 이론적으로 2차 가해는 아니다.



현재 형사 재판은 객관의무를 지켜야 할 검사와 무제한 방어권을 가진 변호인의 결투의 장이면서 검사에게는 확신을 요구하고, 피고인에게는 의심만 들 정도의 입증을 요구한다. 누가 더 유리한지는 분명하다. 당연히 피고인이 유리하다.     



피고인 방어권의 실체는?


그런데 성범죄에 있어서 피고인의 방어권은 정말 방어권인가?     


성범죄의 특징은 피해자가 자신의 인격과 몸에 관한 침해를 받은 것이다. 재산범죄가 아니다. 부득이 성범죄 피해자는 증거목록 제1호가 된다. 피해자가 만약 성폭행을 당한 즉시 병원에 찾아가 DNA 검사를 했다면, (물론 이때도 강간이 아닌 화간을 주장할 수 있다) 해당 DNA가 유죄의 증거가 되지만 DNA가 없다면 피해자는 자신의 진술로 성폭행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이제 피고인의 방어권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깨는 데 주력을 둘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 피고인의 방어권은 피해자의 오류 또는 거짓말을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된다. 약간의 의심이라도 들면 피고인은 무죄이므로 피고인의 방어권의 행사라는 명분아래 법정에서 피고인 측이 피해자를 실질적 고문을 하도록 방치한다.


피해자는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 다시 법원에 가서 증언하면서 피해를 당한다. 그런데 이걸 피해라고 부르지도 못하고, 오히려 피고인은 방어권이라 부른다. 민망하다.     


   


정확히는 입증방해이다.


피해자가 지친다. 포기한다. 입을 다문다. 그렇게 성범죄는 덮혀간다.


성범죄 피해가 입증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2차 가해의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잘못이다. 피해자가 법정에 서서 성범죄를 제대로 진술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는 질문은 2차 가해가 아닌 중대한 1차 피해이다.

     

모욕감과 수치심에 피해자가 증언을 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진술치 못하여 성범죄가 입증되지 못하면 피해자는 법률적으로 무고죄의 피의자의 범위에 서는 것이며, 자신이 당한 성범죄가 입증되지 못하는 것은 1차 피해의 영역이다.   ‘피해자에 대한 무차별, 무제한 공격권’이다



우리는 실체진실에 반하도록 피고인 방어권을 남용하고 있다.

  

형사 재판은 진실 발견, 공정, 신속, 인권, 적정 절차라는 5대 원리에 의하여 가동되는 제도적 장치이다. 피고인의 방어권도 형사재판의 실체 진실 발견을 위해 존재하는 권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수많은 변호인들은 피해자와 증인들을 모욕하고, 수치스럽게 하고, 증언을 하면서 말실수를 유도하는 단순한 기술로 진실 발견의 발걸음을 멈추도록 하고 있다. 그렇게 성범죄를 덮고자 한다.


실체진실은 점점 더 밝혀지지 않는다.  이 권리를 방어권이라 부를 수 있는가?

이건 방어권이라 부르지만 공격권이다.


실질적으로 우리나라에서 피고인은 국가에 대해 방어권을 가졌으나 피해자에 대해서는 공격권을 가진 것이다. 또한 법정에서 피해자를 대변해야 할 국가는 이 공격을 중지도록 하거나 제한하지 않는다.    



실체진실 발견의 문제


"(아마 처녀냐는 의미로 묻는 듯한데) 피가 났냐?" "구체적으로 어느 손가락인지 말해달라!" "발은 묶였느냐" "무슨 냄새냐" 등등의 신문은 진실을 찾자는 노력이 아니다. 진실을 덮자는 욕망 또는 잘못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이 문제는 2차 가해냐 아니냐, 피고인의 방어권이냐 아니냐의 문제로 보면 해결이 안 된다. 특히 젠더의 문제로 보아 남성과 여성의 대립의 문제로 봐서는 더더욱 답이 안 나온다. 만약 무고를 했다면 무고죄로 처벌받아야 하고, 성폭행을 했다면 그에 맞게 처벌받아야 한다. 즉 진실은 무엇인가의 문제이다.


14세 어린 아이가 법정에서 자신이 당한 성폭행 사실을 구체적으로 증언할 정도의 담대함이 없다면 피고인은 무죄라고 선언한다면 우리나라 법에서 아예 미성년자 성폭행은 의무적 신고제도를 없애야 다. 그게 맞다. 아이를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성폭행 당한 것도 힘든 아이들에게 다시 법정에서 성폭행 증언을 하지 않으면 너를 성폭행한 사람은 무죄로 풀려난다는 해괴한 논리가 진리라는걸  체험하게 할 필요는 없다. 우리 사회는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실체 진실을 발견할 수 있는지의 문제로 볼 때 해결방안이 보일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를 상대로, 또는 어린 아이들을 증인을 상대로 신문을 할 때 실체진실 발견을 위해 어떤 방법이 좋을까? 그 길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 여러 논의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논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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