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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gi Feb 27. 2024

고양이와 아침

 오늘도 알람대신 우리 고양이 제리의 울음소리에 깼다. 물론 휴대폰 알람은 6시 30분부터 꾸준히 5분 단위로 울렸다. 전날 밤 잠자리에 들기 전 알람을 5분 단위로 7-8개가량을 맞춰 두었는데, 몇 개를 무시했더니 벌써 7시다. 몸의 피로가 쌓여 알람을 무시한 채로 잠이 들었었다. 우리 제리는 집사가 아침에 안 일어나면 이상한지, 꼭 7시만 되면 크게 운다. 귀청이 떨어지게 얼굴 바로 옆에서, 우와아아아아앙~~~~ 하고.

 겨우 몸을 일으켜 슬쩍 이불을 나온다. 아직 이불 밖은 추운 날씨라 몸을 떨며 일어나 제리에겐 성질대신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결국 일어나야 하는 것이고, 어차피 일어나려고 했던 시간은 지났다. 아마 제리가 아니었으면 더 후회되는 아침이었겠지.


 그렇게 제리는 날 깨우면 애착 담요로 가 꾹쭙이를 하고, 밥을 먹는다. 밥을 먹기 전에도 와아아아앙!! 을 한다. 나 밥 먹는다!라고 알리는 걸까. 그러면 난 그래그래, 제리 밥 많이 먹어라고 답해준다. 제리는 우오아앙하는 대답을 하며 사료를 한입 가득 담는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난 여전히 비몽사몽 한 상태로 바라보다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한다. 밥을 다 먹고 나면, 제리는 다시 우와아아앙! 하고 운다. 밥을 먹고 더 커진 목소리로 캣타워 위에 올라가 날 부른다. 이때는 창문을 열라는 뜻이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면 밤 사이에 별일 없었는지 밖의 상황도 확인해야 한다. 그러면 난 또 하던 일을 멈추고 가서 창문을 연다. 차가운 아침 공기가 휙 들어오지만, 제리는 투명창으로 보기보단 열어주는 것을 좋아한다. 비둘기나 까치가 날아다닐 때면 트릴링도 보여주고, 나 역시 제리가 신나 하는 모습에 신나서 또 그것을 바라본다. 실컷 보고 나면 또 우와아아아아앙! 하고 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리는 아침엔 미지근한 물 마시는 것을 좋아해 늘 물그릇에 뜨거운 물을 조금 부어준다. 쪼르륵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물줄기를 바라보다 멈추자 이내 물을 먹는다. 챱챱챱챱챱챱챱… 오늘따라 텐션 높은 제리에 비해 피로가 쌓여 행동이 느린 집사는 제리가 요구하기 전에 물을 붓는 것을 실패했다. 후, 고양이 아침 루틴이 생각보다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생존을 위한 커피를 내리고 도시락을 싸고 출근 준비를 마치는 동안은 되게 조용하다. 갑자기 이렇게 조용함이 이상하게 여겨 슬쩍 찾아보면, 제리는 아침 루틴을 모두 마치고 다시 침대에 누워 잠에 빠져있다. 어이가 없다. 둘째 고양이 미우는 내가 일어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도 이불속에 있다. 미우는 평소 내가 일어날 때 같이 일어나서 스크래쳐를 긁고 내가 놀아주기는 기다리는데, 어젯밤 혼자 신나게 놀았는지 늦잠이다. 새벽의 고양이 놀이가 참 궁금하지만, 내가 안 잘 순 없는 노릇이니 늘 상상만 한다. 둘이 우다다도 할 테고, 바닥에 굴러다니는 공놀이도 할 테지.. 아침에 너무 정신없이 하루를 시작해서인지 벌써 기진맥진이다. 언제쯤 상상하는 것처럼 여유롭게 새벽 기상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언제쯤 제리보다 내가 먼저 일어날 수 있을까, 하며 잠시 넋을 놓으니 미우가 일어났다. 아 이제 미우의 루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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