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형제 '민아'의 이야기① by 은아, 혜연
나의 삶을 지키면서 장애형제가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막막하기만 한 장애형제와의 미래.
나 혼자 이런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 텐데.
다른 비장애형제들은 앞으로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 나가고 있을까?
비장애형제모임 나는(It's about me!)에서는
다른 비장애형제들의 이야기를 찾아 나서기로 했습니다.
장애 형제가 가족으로부터 자립해 살아가는 그런 삶을 꿈꿀 수 있을까, 막연하게만 느껴지는 생각을 하고 있는 찰나, 장애 형제가 가족으로부터 자립해서 살고 있다는 비장애형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전남에 살고 있는 민아(31세) 님은 결혼을 하고 아직 한 살이 안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이기도 합니다. 민아 님은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자신의 친정 가족과 발달장애를 가진 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짬을 내었습니다.
(은아) 우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존재 중 하나인 장애 형제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볼까요? 민아 님의 언니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해 주세요.
(민아) 언니는 자폐 성향이 심해서 장애 특성에서 오는 어려움은 있지만 일상생활 훈련을 오랫동안 해와서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을 혼자 해결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본인 스스로 위생관리를 할 수 있고, 설거지하고, 옷도 계절에 맞는 것을 입고, 본인의 의사도 표현을 할 수 있고요. 이거 먹고 싶다, 먹기 싫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저희 어머니께서 이렇게 되기까지 참 애쓰셨어요. 이런 일들이 훈련을 한다고 해서 다 되는 건 아니지만요.
(은아) 일상생활이 어느 정도 스스로 가능하기까지 쉽지가 않았을 것 같아요. 장애 특성에서 오는 어려움은 어떤 걸까요?
(민아) 하나만 고집한다든지, 하나에 딱 집중을 하게 되면 그게 본인이 해소가 될 때까지 조른다든지 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제가 키즈폰을 하나 만들어줬는데 그 전화가 생기면서 자신이 집중하고 있는 게 해소가 안 되면 열 통에서 천 통까지 계속 전화를 하는 거죠. 해결이 될 때까지.
그리고 저희 언니는 핸드폰으로 사진 찍는 걸 좋아해요. 그런데 목욕탕이나 장례식장이라든지, 사진기를 들면 안 되는 장소에서 본인이 찍고 싶은 게 있으면 어떻게든 카메라에 담으려고 하기도 해요. 그런 행동을 제지를 했을 때는 “하면 안 돼!” 하고 큰 목소리로 말을 한 사람의 말을 똑같이 반복하는 성향이 있어요. 행동도 흥분했을 때는 손을 위아래로 흔들고 펄쩍펄쩍 뛰는 행동들을 보이는 게 주로 있어요.
(은아) 그렇군요, 일상생활은 혼자서도 어느 정도는 가능하긴 한데 발달장애라는 특성이 드러나는 그런 행동들이 있으신 거네요. 지금 언니는 일상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민아) 원래는 특수학교 전공과를 졸업을 하고 일을 했었어요. 저희 언니 같은 경우에는 손 재주도 있고 자폐 성향이 강한 게 장점으로 작용해서 무엇인가를 만들 때 꼼꼼하고 하나를 하면 끝까지 하고 완벽하게 하거든요. 특수학교 전공과에서 재봉틀을 배웠는데 그걸로 전국대회에서 1등을 하기도 했어요. 그런 장점이 있으니 취업이 잘 돼서 관련 사회적 기업에서 한 5년 정도 일을 했어요.
그런데 그 안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봐요. 갑자기 누구 등짝을 때리거나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거나 하는 돌발 행동이 자주 나타났어요. 그런 행동을 정기적으로 보이다가 갈수록 점점 심해져서 저희 어머니께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것 같다고 일을 그만두게 했어요. 그렇게 일을 그만두고 쉬다가 지금은 직업재활기관에 다니고 있어요. 적당히 자유도 있고, 적당히 뭘 배우기도 하는 그런 곳이에요.
(은아) 언니가 직장에 다니면서 어떤 스트레스가 있었던 걸까요?
(민아) 저희도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그곳은 정신적 장애인보다는 신체적 장애인 분들이 많았어요. 주로 신체 장애인들이 있는 공간에서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가 없다 보니 무시도 당하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표출된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어요. 또 직장이다 보니 딱 정해진 일을 어떻게든 해내야 되고, 목표를 달성을 해야 되잖아요. 자유롭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불편함을 느꼈을 것 같아요.
동시에 그룹홈에서도 2년 정도 있다가 다시 집으로 유턴을 했죠. 언니가 취업을 막 했을 때는 어머니 세대에서 자립이 화두였던 것 같아요. 막 자립생활센터 엄청 생기고 그룹홈도 생기고 그럴 때였어요. 어머니는 언니가 어느 정도 기본 생활은 되고, 취업해서 돈도 벌고 있으니 언니를 자립을 시켜야겠다고 지역에 있는 그룹홈에 보냈어요. 그런데 그룹홈에서는 단체 생활을 하니 규칙을 지켜야 되고… 스트레스가 있었나 봐요. 지금은 마음 맞는 신체장애인 친구와 둘이서 영구 임대 아파트에서 살고 있어요.
(은아) 지금 자립해서 생활하고 계신 거네요! 언니 분이 어떻게 생활하고 계신지 너무 궁금해요.
(민아) 그룹홈에서 만난 신체장애인 친구와 같이 독립생활을 하고 있어요. 주말마다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가고요. 언니는 더 이상 가족과 같이 살고 싶지 않아 해요. 간섭이 있으면 싫어해요. (웃음)
(은아) 그러면은 지금 진짜로 자립을 해서 살고 계신 거네요.
(민아) 저희 언니 입장에서는 얹혀사는 거긴 해요. 신체장애인 친구는 거의 24시간 활동지원사가 있어서 집에 활동지원사들이 항상 오거든요. 거기에 저희 언니의 활동지원사까지 조금 보태서 그 집에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 세명 정도가 계속 왔다 갔다 하고 있어요. 저희 언니는 활동 지원을 하루 4시간 정도밖에 지원을 받지 못해서 그렇게 하루 종일 지원을 받기는 어려운데, 그 신체장애인 친구와 같이 있으니 다른 분들이 어쩔 수 없이 밥을 차려주는 식으로 그렇게 얹혀서 쓰고 있죠.
(은아) 그렇군요. 혹시 같이 살고 있다는 친구는 어떤 장애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민아) 뇌성마비인데 거의 앉아서 생활하시고요, 지적 장애도 같이 있는데 그래도 인지적인 능력은 상황에 대한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수준이에요.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걸 인지할 수 있죠. 그래서 누가 와서 저희 언니가 그냥 문 열려고 하면 “문 열지 마라.”라는 판단을 해줄 수 있어요. 필요하면 활동지원인이나 보호자에게 본인 전화로 전화하고요. 설거지나 문을 연 다든 지하는 몸으로 해야 되는 부분들은 저희 언니가 하죠.
(은아) 서로 의사소통도 어느 정도 가능하고, 판단이 필요한 부분은 신체장애를 가진 친구가 해주시고, 실행은 민아 님의 언니가 하시는군요. 지금 상황과 비슷한 영화도 생각나네요. 너무 신기해요. 그러면 이렇게 임대주택에 들어가서 자립할 때까지 뭔가 이용한 제도들이 있을까요?
(민아) 저희 언니의 나이가 만 서른이 되면서 차상위로 지정어서 주민센터에서 관리를 받게 되었고요, 자립생활센터에서 운영하는 그룹홈에 있다가 나오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립생활센터의 사례관리를 받고 있어요. 또 지금 거주하는 임대주택 바로 앞에 복지관이 있어서 복지관도 이용을 하고 있고요. 활동지원제도도 활용하고 있는데 언니가 아침에 센터 가는 거 준비해주고, 저녁에 와서 밥 먹고 잘 준비하는 정도로만 지원을 받고 있어요. 이게 참 아쉬운 점이에요.
(은아) 다양한 제도들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언니가 일상생활이 혼자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활동지원 서비스가 더 필요하다고 느끼시나요?
(민아) 사실 지금도 활동지원 시간이 부족해서 시간에 쫓기듯 쓰고 있으니까요. 저희 언니는 같이 살고 있는 신체장애인 친구랑 같은 활동지원사의 지원을 받고 있는데요, 신체장애 친구 시간이 끝나고 이어서 언니의 시간으로 이어서 쓴다든지 그런 식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그 활동지원사 분은 대부분의 시간은 신체장애인 친구만 케어해야 되는데, 저희 언니가 같은 공간에 있으니 부가적으로 지원하고 있고요.
또 아쉬운 점이 활동지원사가 케어만 하는 사람은 아니잖아요. 사실 언니 단독으로 활동지원을 쓸 수 있으면 언니도 헬스장이나 수영장이나 운동도 갈 수 있고, 활동지원사랑 같이 쇼핑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사회 활동을 더 할 수 있는데 헬스장을 간다든지 수영을 한다든지. 활동지원을 이용해서 언니에게 운동 좀 시키자고 했더니 어머니가 “시간이 부족하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필요한데 지금의 활동지원서비스는 그 시간으로는 쓸 수 없다는 거죠. 그냥 정말 오로지 케어를 위한 시간인 거예요.
(은아) 참 아쉬운 현실이네요.
(민아) 정말 그래요. 활동지원제도가 발달장애인 기준에 맞게 정비되어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활동지원 시간이 늘어나야 되고요. 활동지원제도가 너무 신체장애인 위주여서 몸이 불편한 사람은 24시간을 주고, 그렇지 않다고 그냥 최소한의 시간만 주는 발달장애인에게는 활동 지원 시간을 좀 늘려줬으면 좋겠어요.
(은아) 지금 같이 살고 계신 그 친구 분과 만약에 계속 같이 못 살게 된다고 했을 때, 민아 님의 언니가 혼자서도 살아도 괜찮으신 걸까요?
(민아) 저희 어머니께서는 지금 그걸 준비하고 계시긴 하는데, 보호자로서 불안한 마음 때문에 둘이서 살게 하고 있어요.
(은아) 어떤 부분에서 불안한 마음이 들까요? 활동지원 외에, 최근에 정부에서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간다는 ‘커뮤니티 케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정책이 민아 님의 언니가 자립하는데 도움이 될까요?
(민아) 앞서 말했던 활동지원 시간의 문제도 있고요. ‘커뮤니티 케어’는 말이 사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들을 담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당장에 무작정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간다’라고 하면 그건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저희 언니는 본인 의지로 뭘 많이 하고 다니는데 이렇게 되기까지 저와 저희 가족들이 얼마나 설명을 많이 하고 다녔겠어요. 지역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붙잡고 “장애가 있어서 이래요. 이해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그런 과정들이 사실 언니가 한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30년이 넘게, 평생 있었거든요. 작은 문방구부터, 대형마트, 심지어 경찰서 까지.
저희 어머니 자체가 좀 스스로 부딪히게 하는 성격이셨거든요. ‘이런 행동을 하면 경찰차에 타고 경찰서에 간다’는 걸 실제로 겪어 보게 하셨어요. 예를 들어 언니가 돈 개념을 알게 하려고 일부러 돈을 조금 줬는데 비싼 데 들어가서 물건 갖고 나가게 되면, 경찰에 신고해서 잡혀가기도 하고요. 언니는 경찰차 타고 무서우니까 그 이후로 돈 이내의 것만 쓰게 되었어요. 누구 등을 때려서 또 경찰서에 잡혀 갔다가 때리면 안 된다는 걸 알게 되고. 정말로 경찰서 안에 철창에 딱 들어가 있었거든요. 언니는 그게 엄청 공포스러웠던 기억이 있어 다시는 그 행동을 안 하더라고요.
그런 과정들을 다 거쳤으니까, 일례로 저희는 모르는데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언니를 알고 있어요. 언니 특징이 사람들 이름을 물어보는 거거든요. 같이 목욕탕에 가면 ‘OO이 안녕, 누구 이모 안녕하세요.’ 하면서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고, 가게에 가면 아르바이트생들 이름을 다 물어보니 가게에 가도 알아보는 사람이 있고. 어떤 가게에서는 제 친한 동생이 알바를 한 적이 있는데 ‘무슨 요일 몇 시쯤 항상 오는데 현금 결제만 한다더라’, 이런 내용을 아르바이트생들끼리 인수인계를 한다고 알려주더라고요.
그래서 저희 가족은 기존에 살았던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 왔는데 언니는 여전히 기존 지역, 그 동네를 벗어나지 않고 살고 있어요. 그럴 수 없는 게 다른 동으로 갔을 때 또 설명을 하고 다녀야 되잖아요. 어디 가서 또 돌발 행동을 하거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어떤 특이한 행동을 할 때 “장애가 있어서 그래요.”라고 설명을 해야 되고 지역사회에 축적되어 온 언니에 대한 그런 입소문들을 또 내야 되는 상황이니까 그래서 계속 같은 동네에만 머무르게 하는 거예요.
(은아) 너무 중요한 지점인 것 같아요. 그 지역에 살고 있는 분들이 익숙해져야 되는 것 같아요.
(민아) 그분들도 이제 발달장애인을 오랫동안 봐왔으니까 어느 정도 응대를 할 수 있고 이해를 할 수 있는 거죠. 언니 스스로 자기의 그런 커뮤니티를 형성을 한 것 같아요.
(은아) 30년에 걸쳐서 커뮤니티를 형성했군요.
(민아) 맞아요. 그런 커뮤니티가 꼭 필요해요. 지금 같이 살고 있는 언니와도 독립해서 새로 임대주택을 마련해서 살 수도 있지만,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면 또다시 그 지역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할 텐데 이제 지치는 거죠. 어머니도 그렇고 가족들이 그럴 자신이 없어서 혼자 독립해서 살도록 할 수가 없어요.
장애를 이해하는 커뮤니티가 필요해요.
민아 님의 발달장애를 가진 언니는 가족으로부터 독립해 신체장애를 가진 친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신체장애를 가진 친구와 동거하는 이유 중 하나는 활동지원 서비스로 지원되는 시간이 단독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현재의 활동지원제도는 신체적인 움직임을 위주로 지원 여부와 정도를 판정을 하기에, 인지적인 '판단'에 대한 지원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발달장애인은 충분한 지원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임을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발달장애인이 지역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주택'이 있는 것으로는 해결될 수 없음을 민아 님의 이야기로부터 알 수 있었습니다. '주택'을 넘어 그 지역의 사람들이 장애인과 자주 마주해 '입소문' 수준의 이해라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민아 님은 30년이 넘는 시간을 통해 체감하고 있었습니다.
장애형제의 자립을 어느 정도 준비한 민아 님은 비장애 형제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민아 님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 다음 화에 계속됩니다.
Written by 은아, 혜연
비장애형제들의 새로운 미래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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