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지 않고, 편하게 유유자적하며 불안이 없는 삶을 꿈꾸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않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핍들은 아주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여러 형태들이 있는데 그것을 채우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도 내가 원하는 상태는 그저 평온해지는 것이랄까. 퇴근하고 빨래하고 밥 먹고 설거지하고 산책하고 단순한 일상 속에서도 마음이 가득차는 행복을 느끼고만 싶은데 나는 자꾸만 그것이 공허하게만 느껴지고, 아무것도 안하는 것 같고 점점 내가 미워지는 것이었다.
요즘의 내 결핍은 아무리 꾸며도 내가 도저히 예뻐보이지 않는 것, 살이 쪄서 눈사람 같은 것, 회사든 어디서든 누군가에게 그러니까 타인에게 인정을 받고 싶다는 것, 밝지 않은 것 그런 것들이다. 결핍을 채우려면 예뻐지려는 노력을 하거나, 인정받기 위해서 어떤 성취를 이루거나 이런 활동들이 필요한 것 같은데 스스로 그것을 위한 특별한 노력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면서도 반복되고 지루한 일상 속에서 그냥 행복만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머릿 속이 또 복잡하다. 꼭 결핍을 채워야만 행복해지는 걸까. 내가 정말 그냥 이 무탈한 일상 속에서 꼭 무엇을 해야만 행복을 찾을 수 있고, 불안을 그리고 고독과 두려움을 없앨 수 있는 것일까. 왜 자꾸 나는 타인에게서 나의 존재를 찾으려하지. 그냥 그냥 있는 그대로 살아있다고 느끼면 안되는걸까.
아주 어릴 때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있다는 것 자체를 몰랐고,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많은 성취들로 나를 설명하려했다. 그리고 그런 스스로가 나름 대단하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결핍을 성취의 방식으로 채우며 그나마 그 시간들을 견뎠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너무나 많이 탐구한 나머지 결핍을 채워야 하는 방법을 오히려 생각을 너무 많이 하다보니 잃어버린 느낌이다. 이젠 성취가 나를 위한 길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잘 알고, 그러면 성취가 아니라면 결국에 내 근본적인 불안의 원인이 사랑받고 싶은 것이라면 사랑받기 위해서 예뻐져야하는건가 예뻐지는게 어떻게 하는건지 모르겠고, 옷을 잔뜩 사서 나를 꾸며야하나 그러면 또 돈을 관리를 못했다는 생각이 나를 갉아먹을 것 같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로 생각만 꼬리의 꼬리를 물고 행동하지 않은 채로 주말이 또 가버린다.
예뻐지기 위해서 피부과를 찾는 것은 무섭다. 아토피 때문에 그 어떤 시술도 해줄 수가 없다고 말할 것이며, 안타깝거나 경멸하거나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의사의 어두운 눈만 마주하고 나올 것이 대부분 뻔하기 때문이다.
아아 격렬하게 사랑받고 싶고, 사랑을 주고 싶다.
지금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잠깐 산책을 하는 것,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것 그리고 스트레칭을 하는 것 그리고 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만나는 행위를 피하지 않는 것. 그 정도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