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해야 할지 여전히 모르겠는

by 윷스

이제 나이가 33살이었던가. 내가 꿈꾸던 33살은 퇴근하고 친구들과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우리네 사는 날들을 이야기하고, 가끔은 다투기도 하면서고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런 도란도란한 나이였다.


퇴근시간은 6시, 퇴근 후 집에 도착하면 6시 5분인 나에게 다음 날 출근 전까지 무엇을 해야할지 모른 채 매일매일의 방황이 계속된다. 시간만큼이나 텅- 비어버린 것만 같은 마음. 누구는 운동을 하고, 자기계발을 하라지만 머리로는 알지만 회사 안에서 이미 모든 체력을 다 소진해버린 나는 다음의 생산적인 일은 도저히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둘러보며 나의 무료함을 달래 줄 컨텐츠만 빙글빙글 찾고, 보다가 아쉬운 마음에 요가를 다녀오고; 그렇게 고독함 속에서 하루가 저문다. 이런 고독은 60세 이후에 은퇴하고 느끼는게 아니던가? 벌써부터 찾아온 고독이 두렵고, 여전히 방법을 모른 채로 표정은 점점 사라져간다.


주변 친구들도, 여전히 나를 찾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 속에서도 연결감을 느끼지 못하고 고향에서 혼자고립감을 느끼는 건 이유는, 무척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내가 나 스스로와 도무지 친하게 지내는 법을 여전히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그것이 나와 친해지는 방법이라고 하는데 지금의 상태를 인정한다고 하면 계속해서 나는 아무것도 하기 싫고 누워만 있고 싶다. 정말인지 아무런 구속도 압박도 받지 않는 상태에서 그러고 싶다. 이런 마음도 하루이틀이지 거의 3년-4년동안 같은 생각을 하고, 실제로 최대 5일정도는 아무것도 안해보기도 한 것 같은데 도무지 회복할 기미가 없다.


요즘의 나는 참 스스로가 밉고, 싫다. 남들은 부러워하는 직장에 무한한 안정을 느끼면서도, 나는 자꾸만 도망가려고 하는데 자꾸만 나에게서 도망치고 싶은 것 같다.


교토에서 분명 예쁜 꽃과 따사로운 날들을 사진으로담았건만 까맣게 나와버렸다. 내 마음이 요즘 그렇다. 분명 환하고, 밝은 것, 빛나는 것들을 마주하면서도 마음 속 온통 흑백사진으로 출력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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