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무척이나 두렵고 싫다가도, 결국 항상 나는 사람이 나를 구원할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 나에게 가득 채워지는 것이 무엇인지 여전히 모르겠는 지금, 언제부터 텅 비어버린건지도 모르겠고, 나에게 너무 많은 화살을 스스로에게 날리다보니 마음이 텅 비어버렸을 때, 그리고 그걸 감추려다가 다른 사람에게 거북이 등껍데기처럼 딱딱한 마음만 내보이게 될 때, 숨겨도 숨겨지지 않은 내 텅빔을 딱딱함으로 드러내고서는 힘겹게 하루하루를 견디면서 살아가다가, 이토록 빼꼼 목을 뒤로 숨기고, 움츠러들고 있다가도 사람들의 온기에, 대화에 다시금 조금씩 목을 다시 빼꼼 내밀어본다.
갖은 고독과 무력감 속에서도 찾아오는 싱그러운 날들이 여전히 나를 버티게 한다. 오늘은 초록잎이 무성한 곳에서 고요함 속에서 마주한 새소리가 그리고 오랜만에 장례식장에서 마주한 동료들과의 대화가 그랬다. 미리 말을 하지 않고 깜짝으로 조문을 갔더니 무척이나 반가워하며 헤어질 땐 아무렇지 않은척 눈물을 훔치던 상주의 모습이, 나는 살이 쪄서 내 모습에 너무 자신이 없는 지금인데, 진심으로 지금이 가장 건강하고, 보기 좋다며 칭찬해주던 그의 말이 그랬다. 갑자기 찾아간 코인노래방에서 10년지기 동생과 처음으로 고음이 가득한 노래를 서로 질러대던 순간이 그랬다. 학창시절 나는 많은 사람들의 워너비였다고 말해주던 동생의 말이 그랬다. 갑자기 저번 결혼식장에서 만났을 때 다정하게 대해주던 나의 모습이 생각났다며 만나자고 먼저 연락해오던 너의말이 그랬다.
그러니까 나는 어떤 부분에서 관계이든 일이든, 내가 참 필요한 사람이라는 효능감을 느끼고 싶은 것 같다. 속한 집단에서도, 회사에서도, 가족에게도 모든 상황에서 나는 점점 사라져가버리는 것 같을 때 , 내가 없더라도 잘만 돌아갈 것 같을 때 찾아오는 고독과 무력감들. 누가 나에게 ‘난 나에게 네가 정말 소중한 존재야. 난 네가 필요해’라고 끊임없이 말해줬으면 좋겠다. 참, 꼭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내가 스스로에게 해주면 되는 건데, 아니 말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그런데 마음이 진실되게 그 말을 듣지 않는 걸 어떻게 해.
뭐가 날 구할 수 있을까? 날 구해줄 누군가가 나타날까. 스스로가 스스로를 구원하려면 어떻게 뭘 해야할까. 내 마음을 듣는 일은 몇 년째 계속 해온 것만 같은데 방법이 틀렸던걸까. 누가 그냥 알아줬으면 좋겠다. 내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때론 잠이 너무 많아서 게으르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가 얼마나 책임감있고, 성실하고 집요하게 무언가를 해내는 사람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