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차
오늘도 터덜터덜 걷는다. 걸으면서 다음 회사 점심 약속 때 하고 싶은 말들, 하게 될 말들을 연습했고, 도대체 왜 이런 쓸떼없는 말을 연습하는지 모르겠다. 주로 나는 어떤 사람이고, 이런 결정을 왜 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말들이다. 대체 내 마음은 뭘 원하는 걸까? 항상 이런 비슷한 패턴의 반복인 스스로와의 대화들
2km만 다정해지기로 했는데 정작 나에게 좋은 말들을 들려주진 못했다. 대신 걸을 때 지나가면서 본 꽃들을 사진 찍을 때가 좋았다. 정확히는 꽃들이 좋았다니보다 이런 꽃들을 사진을 찍는 스스로가 좋았다고 해야하나. 나란 인간은 어째서 모든 초첨이 타인이다. 밤 산책을 하며 꽃을 찍는 내 모습이 타인이 보기에 감성적으로 보여서, 좋았던 것이다. 타인의 눈으로 봤을 때 내가 어떤 레벨의 사람 정도일지를 스스로 평가해보기도 했다. 참 지독하기도 하지. 내 머릿 속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 카메라를 달고 바라보는 각도로만 보이나보다. 대체 왜.
걸으면서 코인세탁방에 들러 러그를 세탁도 돌리고, 건조도 돌렸다. 마트에 들러 계란과 낫또를 사오기도 했다. 걷고 걷다보니 4km가 조금 넘게까지 걸었다. 거의 1시간, 오늘 걸음수는 13,000보 정도. 만보걷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거구나. 레몬맥주 칼로리가 117kcal였는데 4km를 걸어도 소모된 칼로리가 162kcal라니 허허 참?
오늘은 도무지 걸으면서 다정한 말을 나에게 건네주지 못했다. 다만 코스모스처럼 이 우주 속에 내가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고, 그저 먼지같은 존재일 뿐이니 이 단조로운 일상에 제발 적응해달라고 빌고 빌 뿐이었다. 다른 생각들은 별 다르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걸을 뿐이었고, 오늘도 2km를 걸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