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그렇듯 날씨가 더워지고 달력이 6월에서 7월로 넘어갈 무렵이면 학기 초의 긴장은 사라지고 아이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주말에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나는 아이들에게 계속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아이들은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것처럼 계속 웃고 떠들며 나를 애태우고 있었다. 주기적으로 꾸는 이런 꿈은 나의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대변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내 말대로 착착 따라주고 그날따라 수업이 잘되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그런데 수업이 잘 안되고 아이들이 말을 잘 안 들은 날엔 그렇게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없다.
주말을 지내고 온 월요일은 특히 힘든 날이다. 평소 예쁜 말만 골라하던 하은이와 라희가 유난히 거슬리는 행동을 많이 했다. 수업 시간에 계속 책상을 두드린다거나 바닥에 쓰레기를 주으라고 해도 줍지 않고 말이다.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듯 아이들은 멍해 보였다. 원어민 선생님과의 영어수업에서는 게임을 하면서 계속 반칙을 하고 소리를 지고 난리도 아니였다. 제주도 여행을 다녀 온 지승이는 아직도 여행의 여운이 가라앉지 않았는지 붕 떠 보였으며 쉴새없이 이야기를 하고 장난을 쳤다. 시윤이는 계속 지승이와 싸우고 혼자 짜증내고 소리 지르고...
체육 시간에 교과서를 한다니깐 시윤이는 교과서를 하는 건 너무 한거라며 계속 투덜거리고 내가 체격과 체력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 남자 아이들은 쉴새없이 앉아서 이야기를 했다.
월요일이라 피곤하고 이번 주 수요일에 현장체험학습이 있어 들떠 있는 것도 이해가 되어 오늘 아이들을 혼내지는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아이들을 지도해야 할까? 현타(?)가 왔다.
계속 하지마라 하지마라 말하고 경고를 주고 하는 것에 나도 진절머리가 난다.
회복적 생활교육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과연 이게 될까' 의심을 품고 읽고 있다.
'학기 초가 아닌데 지금부터 해서 효과가 있을까?' 걱정도 되고 말이다.
수업을 더 재미있게 하면 아이들이 딴 짓을 안할까? 재미있는 수업만을 할 수는 없는 건데.
온갖 생각에 사로잡히는 오후 시간이다. 교사라는 직업이 너무 좋았다가 아닌 것 같았다가 냉탕과 온탕을 끊임없이 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