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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bina Nov 01. 2020

Gratitude

아 맛있다.       

아침으로 바나나 아몬드 쥬스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달콤하고 고소하고 아주 맛났습니다, 절로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졌답니다.      

그런데 문득 허기진 배를 채워주고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 이 바나나와 아몬드는 어떤 과정을 통해 우리 집으로 오게 되었는지 헤아려 봤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모든 생명체를 품은 지구가 있습니다. 이 지구의 어느 곳에서 물 햇볕 바람 등 자연의 도움으로 바나나와 아몬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수확한 바나나와 아몬드는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쳐 도시와 국가를 넘어 드디어 내가 사는 대한민국 우리 집 근처 마트에 왔습니다.

      

나는 손쉽게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장바구니에 바나나와 아몬드를 담고 계산대에서 카드로 비용을 지불합니다. 집으로 돌아와 또 아주 당연하게 싱크대 서랍장에서 믹서기를 꺼내 바나나 아몬드 쥬스를 만듭니다. 내가 한 것이라고는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집에서 와 바나나와 아몬드를 갈아서 맛있게 먹은 것 밖에는 없었습니다.     

 

조금 찬찬히 따져보니 오늘 아침 나를 행복하게 해준 한 잔의 바나나 아몬드 쥬스에는 미처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많은 존재들의 수고와 노력이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신비로운 행성 지구. 기꺼이 자신의 몸을 내어 준 바나나와 아몬드. 바나나와 아몬드 생산자. 농산물의 유통과 운송과정에서 일하는 사람들. 믹서기를 만드는 데 관련 된 많은 직종의 사람들. 일용할 양식을 살 수 있도록 돈을 벌어다 주는 남편. 남편이 돈을 벌기까지 연결되어 있는 수많은 사람들. 

이 맛난 쥬스를 마실 수 있도록 제게 몸을 주신 부모님. 부모님의 부모님....    

 

오늘 아침에 마신 바나나 아몬드 쥬스 한 잔에 온 우주적 존재들의 노고에 기댄 협력과 사랑이 담겨 있었습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도움에 기대어 살아야 하는, 홀로 존재 할 수 없는 존재들임을 알았습니다.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에 감사함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모두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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