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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아재 Oct 09. 2024

무한에너지 사업

국책사업을 위해서 국가에서 연구개발비 10조를 걸고 사업자를 모집하는데

[ 국책사업 아이디어 및 R&D개발사업 모집공지 : 상금 10조 ]


신개념 무한에너지를 찾습니다.

국책사업으로 지원금 최대 10조 원을 드립니다.

단, 수소에너지는 이미 검증된 그린에너지로 제안에서 제외함.


국가신에너지개발원 원장 정찬주


=================================


2100년, 거대 에너지기업 ‘00에너지솔류션’의 대표 김윤석은 새로 공지가 뜬 국책사업 공지문을 보았다.

국책사업 아이디어 및 개발사업으로 상금이 10조나 된다니. 그건 엄청난 규모였다.


국가의 조금 입장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신재생 에너지에 들어가는 연간 그린에너지 분야 투자 비용이 30조가 넘게 투자가 되고 있는데 전혀 개선책은 미미하기만 했다. 더구나 연간 국가 예산이 1천조가 넘는 상황에서 10조란 돈은 개인 기업에서는 큰돈이지만 이미 확고한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에서는 쓸 만했다.


물가가 많이 올랐지만 그래도 10조는 정말 큰돈이었다. 물론 그는 당연하게도 10조를 다 무한에너지 동력에 쓸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국가에서 말하는 무한에너지는 아주 소량의 에너지 투입만으로 효율적인 성과만 나오면 된다고 했다. 10조만 들어오면 회사를 자자손손 운영할 자금이 들어온다는 생각에 그는 자나 깨나 머릿속에 공돈 같은 10조 원만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저 10조 원의 돈을 자신의 기업에서 가지고 올 수 있을까?’ 


매일 그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당장 그는 각 대학의 연구소에 공문을 보내서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현존하는 신재생에너지는 한계가 있었다. 하긴 이렇게 쉽게 무한에너지를 찾는다면 10조 원을 누가 감히 걸겠어?


하는 수 없이 그는 집단지성의 힘을 활용해 보기로 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신문, 한국경제신문 등 메이저 신문사에 광고를 실었다. 그는 결정만 내리면 비서실을 통해서 홍보실이든지 대관팀에서 바로바로 움직였다.


국책사업 공모기간이 아직 6개월 이상 남았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역으로 자신이 전 국민 아이디어를 모집해 보려고 마음먹었다. 그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신개념 무한에너지 아이디어를 주는 사람에게 상금 10억 원을 걸었다. 1억 도 아니고 10억이니 다들 모이는 그 무한에너지 얘기들을 했다.


1천 개도 넘는 아이디어들이 공모전을 통해서 들어왔다.


“뭐 좀 괜찮은 아이디어 있나?” 그룹의 회장이 일개 공모전 심사장에 들어왔으니 담당자들은 눈이 동그래졌다.


“카이스트의 임 박사가 보낸 아이디어가 그나마 쓸만합니다. “


“태양열 패널의 효율을 기존보다 10배나 높인 제품입니다.”


“오, 괜찮구먼 효율이 10배나 올라간다니 말일세. 하지만, 그건 효율이 좋은 에너지이지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내가 찾는 무한에너지와는 거리가 좀 멀어.” 윤석이 툭 말했다.


심사위원들도 틀림없이 같은 생각일 터였다


1천 편이나 되는 논문들을 하나 둘 살펴보는 것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 달이 지나도 아직 500편 정도의 논문들만 겨우 살펴보았다.


“뭐 좀 괜찮은 것 없나?” 다시 회장이 실무 팀장에게 물었다.


“네, 괜찮은 것이 있습니다.”


“오, 그래? 어떤 건가?”


“풍력을 활용한 제품입니다.”


“풍력은 이미 바다 위에 하는 것 있지 않나?”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건 소형으로 자동차 이동 시에 천장에 거대한 바람개비를 다는 형태의 풍력발전을 하는 것입니다. “


“흠, 나쁘지 않군. 그러나, 이건 자동차가 결국 이동할 때 바람의 저항을 많이 받을 텐데 그 생각은 안 해 봤나?”


“네 그게 관건이어서 지금 보류 중입니다.”


“뭐 좀 쌈빡하고 참신한 것 좀 없을까? 김 비서 자네도 알다시피 이 프로젝트만 따면 우리 회사는 돈방석에 앉게 된다네. “


“무한에너지가 그렇게 좋은 것인가요?”


“허허, 말해서 뭐 하겠나, 무한에너지가 되는 순간 우리 인간은 그냥 편하게 놀고먹어도 된다네.”


“그.. 그 정도인가요?”


우리 인류의 역사는 에너지의 역사야, 불을 발견하면서부터 화식을 하게 되고,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면서 인류는 가장 초급 단계의 에너지를 사용해 왔다네.”


“그렇군요.”


“그래, 그게 증기기관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다 말이 마차를 끌고 다녔어. 그러니 얼마나 미개한 지구인인가?”


“그다음이 그럼 전기인가요?”


“그렇지 전기 그리고 원자력으로 넘어왔지.”


“이제 우리는 한 단계 더 발전해 나가야 한다네.” 김 회장이 말했다.


“그렇군요. “


“인류의 역사를 봐도 이제 새로운 에너지 혁명을 경험할 시기가 왔다고 보네. 에너지의 혁명은 결국 인류의 발전을 비약적으로 시켰으니...”


“회장님, 어떤 좋은 아이디어라도 있습니까?”


“내가 안 그래도 오늘 점심 식사를 K대학의 에너지연구학과 교수님과 하기로 했는데 같이 참석하겠나?”


“저는 너무 좋습니다.”



점심식사를 하면서 K교수는 에너지 효율에 대해서 입에 거품을 물었다. 10억 원의 상금을 주는 것은 맞는지 말미에는 슬쩍 상금도 언급했다.


“아, 그럼요, 당연히 드립니다. 공식적인 채널이나 비공식적인 채널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지요. 지금 우리에게 가장 당면한 과제는 그 아이디어가 정말 무한에너지 동력원이 될 수 있는가와 현실에서 구현 가능한가를 검증하는 것에 달려있으니까요.” 윤석은 빠르게 답했다. K교수는 뭔가 기막힌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오랫 사업가 생활에서 본능적으로 돈냄새를 맡는 법을 배웠다. 지금 K교수에게서는 황금 냄새가 나고 있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그것이 무엇인지는 몰랐다.


“회장님, 여기 있습니다.”


김 회장은 K교수가 내민 설계도와 논문을 번갈아 보았다.


“뭐, 내사 마 학자도 아니고 잘 모르오, 최 교수가 간단히 말해보시오. “


교수의 눈빛이 옆에 앉은 비서를 향했다.


“괜찮소, 내 수족과 같은 사람이라....” 윤석은 바로 교수의 걱정을 떨쳐주었다.


그러자, K교수는 테이블 위에 하얀 종이 한 장을 꺼내서 쓱쓱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교수의 스케치는 제법 실력이 있었다. 김 회장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돈냄새가 형태를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그림을 마쳤을 때 김 회장은 기이한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거대한 원형의 물레방아 같은 것이 중앙에 누워있고 그 주변에 꽤나 많은 수의 동물들이 그 물레방아와 끈으로 연결되어서 돌리는 형국의 그림이었기 때문이었다.


“교수님, 제가 지금 보고 있는 가운데 큰 톱니바퀴처럼 생긴 원반 기계가 물레방아 같은 것을 옆으로 뉘어 놓은 것 맞나요?”


“회장님께서 정확히 보셨습니다. 맞습니다. 일반 물레방아보다는 훨씬 크고 소재도 금속성입니다.”


“아니 그럼 동물들이 이 물레방아를 돌린다는 아이디어인가요? 동물들이라면 사료값이 엄청나게 들 텐데 말이죠. 배설물 처리도 아주 힘들 것이고.”


“실은 회장님” 교수가 목소리를 낮췄다.


“............?”


“동물이 아닙니다.”


“그럼 이게 뭔가요? 설마 사람이라도 된다는 말인가요?”


“네, 맞습니다. “


“에이, 여보소, 사람이 원반을 돌리면 그게 말이나 돼요?”


“아, 그냥 사람이 아닙니다. 노인들입니다.”


“어이쿠, 그럼 더더구나 안되지. 뭐 힘이라도 있겠소? 또, 관리를 어떻게 하려고.”


“네 회장님 그 부분이 바로 핵심입니다.”


“뜸 들이지 말고 말해 보시오.”


“코로나19를 극복시키는 과정에서 변이바이러스 하나를 00 바이오기업에서 발견했습니다. “


“그런데요?”


“그 변이바이러스는 사람을 좀비로 바꿉니다.”


“???” 김 회장의 눈이 커졌다.


“설마....”


“네, 맞습니다. 저희는 가정에서 관리가 어렵고 힘든 치매노인들을 좀비화시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뭐라고요?” 윤석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교수는 윤석의 표정만 살피고 있었다.


“그건 너무 황당한 생각 아닌가요?” 윤석이 말을 이었다.  


“어차피 좀비화 신약이 개발된 이상 이 정보가 다른 국가로 흘러들어 가면 , 특히 중국에서 먼저 시행할 겁니다.”


“중국요?” 윤석의 목소리가 살짝 커졌다.


“네, 중국이요. 신약이 개발되었다는 소식이 들리면, 우리가 하지 않으면 중국에서 할 것입니다. 코로나19처럼 말이죠. 회장님은 어차피 국가에 제안을 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교수가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중국이라면 하고도 남을 것이었다. 더구나 무한에너지는 전 세계 과학자들의 꿈의 기술이다. 앞으로 미래 인류의 희망이 바로 무한에너지다. 인류의 역사를 따져보면 에너지 성취의 역사가 아니던가. 하지만 치매노인이라도 인간인데 그런 인간을 자원화한다니 황당한 궤변이 아닌가.


“치매노인이라도 그냥 일반적인 인지기능의 저하 정도일 텐데.” 윤석이 의구심을 보였다.


당연히 저희가 하는 좀비화의 대상은 일반적인 치매환자들이 절대 아닙니다. 고도의 중증 치매환자에 국한된 것입니다. 아예 사람을 인지하지 못하는 단계의 중증 치매환자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등급으로 치면 5등급 이상의 완전 회복불가의 의학적으로는 뇌사상태와 크게 다름이 없는 단계의 환자만 취급합니다.”


“흠... 고민이 되는군요.”


“그럴 겁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을 대상으로 한 개념이라는 것 자체가 문제이지요. 그럼 회장님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매년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들어가는 예산만 아껴도 그게 다 얼마일까요?”


“그렇긴 하지요.” 윤석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교수의 황당한 얘기임에도 사업적인 판단으로는 말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성은 있는지가 금방 궁금해졌다.


“만일에 말입니다. 그렇게 노인의 좀비화가 진행되면 일은 가능합니까?”


“영화 ‘부산행’을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교수가 말했다.


“그 유명한 영화를 안 본 사람도 있나요?”


좀비들이 엄청나게 힘이 세고 빠릅니다. 그 힘을 바로 에너지 발생장치에 연결하는 것이니까요. 효율은 보장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좀비세상이 온다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국가가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


“이를테면?”


“그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차차 말씀드리겠습니다.”


김윤석 회장에게 다른 대안이 많지는 않았다. 이미 개발이 엄청나게 진행된 소형 원자력을 빼고 나면 어차피 들어온 아이디어들은 다 태양열이나 풍력에너지 같은 것이다. 수소에너지도 있지만 그건 정부과제에서 이미 제외되었다. 그건 그린에너지로 이미 각광을 받고 있으니 그런 수소에너지 같은 청정 신재생 에너지를 원한다는 것이다. 결국 남은 것은 수력, 해양, 지열, 폐기물 에너지 등인데 하나같이 아직 기술이 더 올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스스로 바이오 에너지 사업이 미래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바이오기업에서 나서서 좀비를 활용한다니 너무 획기적이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고민이 되었지만 한번 시도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이 하지 않으면 어차피 중국에서 이 사업이 나올 것이다. 이미 경쟁은 글로벌로 벌어지고 있었다.  


“회장님, 지난달에 00 바이오업체에서 나온 긴급 뉴스를 혹시 보셨습니까?”


“아, 그거요. 봤지요. 왜요?”


“제가 고문을 맡고 있는 00 바이오센터의 윤 회장님께서는 이미 치매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들어갔습니다. 이건 물론 극비이지만요.” 교수는 가방을 정리하고 일어나면서 다음 약속은 바이오센터 윤 회장과 같이 하겠다고 말하고 일어났다.


실제로 그랬다. 치매환자 가족들은 고통이 매우 심했다. 가끔 정신이라도 돌아오면 좋겠지만 말기의 경우 정신을 차리는 확률은 거의 없었다. 00 바이오센터에서 임상실험의 취지를 밝히고, 새로운 임상실험 참가 여부를 물으니 구십 퍼센트 넘는 가족들이 동의한다는 사인을 보냈다. 아마도 매달 들어가는 병원비가 무상으로 지원된다는 부분이 높은 메리트로 작용한 듯싶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 문제를 가지고 언급할 수는 없었다.


한 달 후, K교수와 모든 준비를 마친 00 바이오센터 윤 회장은 김 회장을 초대했다.


“회장님, 어서 오십시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서로 악수를 하자마자 바로 실제 검증가능한 사업인지 궁금한 김 회장은 서둘러 안내하는 2층 회의실로 향했다. 2층 회의실에서는 1층의 약 500평 정도 규모의 실험실이 유리칸막이를 통해서 한눈에 보였다. 유리칸막이 위쪽 사람들의 키 높이 위로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축! 무한동력 에너지 1차 임상실험 보고 >


김윤석 회장은 대형 유리벽 쪽으로 향한 전망이 좋은 자리 하나를 골라서 앉았다. 00 바이오센터 윤 회장이 빈 좌석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옆에 와서 앉았다. 김 회장을 배려한 행동이었다. 이곳을 소개한 K교수는 이제 자신의 역할은 끝났다는 듯이 약간 멀리 떨어져 있었다. 김 회장이 내려다보니 실험실 가운데는 거대한 물레방아 같은 구조물이 놓여 있었고, 그 구조물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약 200명의 사람들이 허리 가죽벨트와 쇠사슬 같은 것으로 연결이 되어 있었다. 다들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저게 다 뭡니까?” 김 회장이 호기심을 나타냈다.


“좀비입니다.”


네? 저 사람들이 모두 좀비라고요?” 김 회장이 놀라서 윤 원장을 쳐다보았다.


자신도 돈 버는 데는 미친 사람이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곳 바이오센터를 이끄는 윤 원장이란 사람의 광기는 정말 엄청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자적인 관점에서 이런 일을 테스트하는 것인지, 국가의 에너지를 위해서 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건 차차 따져 볼 생각이었다.


“네, 저들은 임상실험 차원으로 자원한 치매환자들 200명입니다. “ 윤 원장이 말을 이었다.


“200명이나 됩니까?”


“사실은 더 됩니다만 일단 대기자 순번으로 올려두었습니다.”


“저번에 말씀드린 대로 진행예정입니다.”


“원리가?”


“원리는 간단합니다. 좀비들은 평상시 음식제공이 안되면 그냥 죽은 듯이 있습니다. 하지만 죽은 것은 아닙니다. 핸드폰의 대기모드 같이 잠시 멈추어 있을 뿐이죠. 원리는 간단합니다. 그냥 사람이 나타나면 됩니다. 사람 목소리만 들으면 반응합니다. “


실제로 김 회장이 말을 하니 한 두 마리의 좀비들이 실험실 위의 사람들을 보면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오, 아주 신기하군요.” 김 회장의 목소리가 좀 컸다.


자신들의 윗 쪽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자 좀비들은 으르렁거리면서 막 앞으로 나오려고 했다. 점점 김 회장 쪽으로 오려고 하는 좀비의 숫자가 늘어나자 좀비들이 몸에 연결된 줄 덕분에 그 힘에 못 이겨 거대한 금속 물레방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벽에 붙은 LED패널에는 전기생산량이 실시간으로 측정치가 나오고 있었다.


“흥미롭군요.” 김 회장이 생각하기에 너무 혁신적인 아이디어 같았다. 치매노인을 고려장 시킨다는 고사는 들어봤지만, 좀비화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냥 SF소설에 나오는 공상과학 중 하나일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하얀색 가운을 입고 있는 00 바이오센터의 윤 회장이 말을 덧붙였다.


“저희가 테스트를 해 본 결과 좀비의 가장 큰 장점은 유지보수료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저들은 좀비화가 된 이후로 그 어떤 음식도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사람들이 보이면 그것이 저들의 움직임을 활성화시킵니다. 한 달에 한번 정도 인근 실험실에서 용도폐기된 고기뼈다귀나 모르토르 같은 실험용 쥐를 던져주면 됩니다. 저들은 배설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친환경이죠. 다만....”


“다 만요?”


“저들은 보기에 혐오적입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죠. 중추신경자체가 마비가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부폐가 진행되어서 냄새도 고약하지요.”


“아....”


“뭐, 그렇지만 그 외의 것들은 모두 장점이었습니다. 몇 년이 지나도 저 상태로 유지가 됩니다. 아직 테스트 기간이 짧지만 음식을 한 달 동안 먹지 않고도 생존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한 달 동안 40도가 넘는 혹독한 더위속에서 물과 음식이 없는데도 버틴다는 것은 일 년, 십 년이 지나도 버틴다는 것이라고 생리학자들이 말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40도가 넘는 태양볕에 두니 부폐진행도 거의 없었습니다. 냄새도 덜하고요.”


“흠... 저는 문화적인 충격에 뭐라 드릴 말씀이....” 윤석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돈이냐 윤리냐 머리가 복잡했다.


“이 좀비 에너지 사업은 휴대성도 매우 뛰어납니다.”


“휴대성요?”


“그럼요, 좀비를 넣은 미니박스를 개발 중입니다. 이들이 몸에 전기소자를 연결해 놓고 이들이 움직이면 운동에너지를 통해서 전기가 생산되는 방식입니다.”


윤 원장이 아래로 손을 가리켰다.


그러자 수레바퀴의 끈이 닿지 않는 쪽으로 바퀴 달린 사각박스에서 전원 케이블이 달려있고 그걸 벽에 달린 전원 소켓에 연결하자 불이 환하게 들어왔다.


“지금 보시는 저것이 바로 저희가 새롭게 개발한 00 바이오에너지 박스입니다. 저희는 그래서 저들을 바이오에너지박스라는 별도의 밀폐된 박스에 넣어서 제공할 생각입니다. “


“저 박스의 장점은 뭔가요?” 윤석이 눈살을 찌푸리면서 물었다.


“장점은 엄청나게 많습니다. 별도의 전원공급을 하지 않아도 전기를 생산합니다. 휴대가 가능하고요. 비상시 언제든지 원하는 전기를 생산해 줍니다. 다만....”


“다 만요?”


“냄새가 좀 납니다.”


“아.. 그렇겠군요.”


“그 문제도 저희 책임 연구원들이 다 해결 중입니다. 그 박스 한 켠에는 6개월이 지속되는 방향제를 넣어서 보충하게 할 겁니다. 방향제 종류는 박하향과 오크향, 로즈향 등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오...냄새를 그런 식으로 잡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이네요.”


“이미 시제품이 나와서 연구원들이 캠핑을 가서 테스트 중에 있습니다.”


“그런가요? 이름이?”


“00무한바이오 에너지박스입니다.”


“그것이라면 이미 본 적이 있습니다.”


“네, 아마도 유튜브를 하시면 중간 광고로 넣은 저희 상품을 보셨을겁니다.”


“그럼 가장 장점은?”


“아무래도 캠핑을 가거나 집안에 비상용 전기가 끊겼을 때 최고의 제품이 될 겁니다. 편리한 이동을 위해서 바퀴도 달아두었습니다. 사람만 보이면 격렬히 움직이니 이만한 무한동력에너지원이 없지요. 가정에서 태양열만 가지고 보충이 되지 않는 에너지의 보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에어컨이나 TV도 볼 수 있을 정도의 전기생산이 가능하니다. 핸드폰 배터리 충전은 그냥 되는 것이고요. 특히 아무런 전기나 배터리가 없이도 움직이니까. 최고의 상품일 겁니다.”


“흠...훌륭한데요.”


윤석은 당장 바이오회사의 오너와 MOU(전략적업무의 양해각서)를 맺었다. 그리고 비밀리에 양사가 협의하에 국책연구사업을 따기 위해서 제안서 작업을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서 드디어 국가기관인 신에너지개발연구원을 대상으로 정책제안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날이 되었다.


전국에서 수많은 기업들이 서류심사를 거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해외에서 비행기를 타고 와서 참가한 교포들도 있었다. 물론 가장 현실적이고 관심의 촛점이 된 것은 김윤석 회장의 좀비 활용 아이디어였다.


급증하는 노인인구로 인해서 일단 치매환자들이 급증해서 사회적인 문제가 된 것이 첫번째 이유였다.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즉각적으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질문이 쏟아졌다. 심사위원들이 이전 팀들에 한 질문은 겨우 서너개였는데 김윤석 회장이 이끄는 좀비활용 무한바이오에너지에 대해서는 수십가지의 질문이 쏟아진 것이다.


“치매노인들을 단순히 주사 한방으로 좀비화 시킨다는 것은 너무한 처사가 아닐까요?”


이미 치매노인들은 생리적으로만 생존해 있는 상태입니다. 저희는 노인들에게 마지막으로 국가를 위해서 봉사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치매노인은 국가를 위해서도 가족을 위해서도 너무나 관리하기 힘든 사회적인 부담이니까요.”라고 윤석은 최대한 담담히 말하려고 얘썼다.


“치매노인은 그래도 지금의 상태에서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확률이라도 있지만 좀비화를 강제로 시키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일이 아닐까요?”


“치매노인들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확률이 단 1%라도 있다면 저희는 이 좀비화 대상에서 탈락시킬 겁니다. 저희는 완전히 합법적이며, 가장 건강한 형태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좀비화를 지원한 세대에는 전기사용료를 50%나 할인해 드릴 겁니다.”


“50%나요?” 심사위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장점은 그뿐만이 아닙니다. 치매노인 한사람에게 들어가는 연간 2천만원 정도의 노인양료원 비용도 아끼게 됩니다. 만명만 좀비화를 시키면 연간 2천억원의 국고가 절약됩니다. 아울러 이들은 더이상 소모품이 아닙니다. 이제 이들은 국가의 소중한 전력자원이 됩니다. 그리고 저희는 절대 억지로 이 사업을 진행시키지 않을 겁니다. 가족이 모두 자원하는 집안에 한해서 진행할 것입니다.”


“흠....지금 말씀하신 1만명의 좀비화로 연간 2천억원의 예산이 절약된다니 정말 솔깃한 제안이기는 하군요.” 심사위원이 안경을 고쳐 썼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인간의 윤리를 버렸다고 하거나 천륜을 어기는 일이라는 등의 비판이 이어질 것입니다. 그것에 대한 생각은 해 보셨나요?”


“물론입니다. 과거 역사를 바꾸는 일에는 항상 극심한 반대가 있었습니다. 세종대왕이 처음 한글을 창제했을때 전국 유림에서 머리를 깎고 상소문을 올리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이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라고 윤석은 좌중을 돌아보았다.


심사위원들은 자신들의 눈앞에 놓인 채점표를 들여다보았다. 채점항목에는 딱 6가지 항목에 대해서 평가하라고 점수표가 놓여 있었다.


첫째는 경제성

둘째는 수익성

셋째는 무한에너지 이론의 당위성

넷째는 현실구현가능성

다섯째는 휴대가능성

여섯째는 안정성이었다.


이미 여섯번째를 뺀 나머지는 전부 만점을 줄 수 밖에 없었다. 평가의 아이러니였다. 이것이 윤리적으로는 영 아니지만 그 어디에도 윤리성을 따지는 항목은 없었다. 대학교수의 에너지학과 자원학과 미래전기학 등의 교수들로 이루어진 평가단은 고개를 가웃거렸다.


안정성 면에서는 빵점을 줄 생각이었다.


“그럼 안정성에 대해서도 물어보겠습니다. 만약에 한 마리의 좀비라도 탈출해서 사회가 혼란에 빠지면 그때는 어떻게 하겠습니까?” 심사위원 한 명이 예리한 질문을 했다.


“사실 관리가 되지 않는 좀비가 위험한 것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관리라니요?” 심사위원이 반문했다.


“네, 말씀드리는 데로입니다. 관리가 되는 좀비를 만들면 관리되지 않는 좀비보다 백배는 안전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그럼 어떤 식으로 관리를 하시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제시가 가능한가요?”


“네, 존경하는 심사위원 교수님들, 정확히 저희의 관리방식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는 초기 좀비화가 진행되기 전에 모든 치아를 제거할 것입니다. 치아가 없으면 추가적인 공격자체가 힘듭니다. 사실 이미 치매노인의 경우 치아가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양치질이라든지 기초적인 치아관리가 힘드니까요. 그러니 남아있는 소수의 건치를 가지신 어르신들의 치아만 제거하면 됩니다.“


하도 어이가 없는 상황이라서 심사위원 중 한 두명이 실소를 지었다.


“아니, 그게 지금 안정성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인가요? 그게 정말 안전한가요?”


“네, 실제 저희가 테스트를 진행중인데요. 100% 안전합니다. 좀비는 결국 상대의 목을 뜯어먹거나 팔을 뜯어 먹는데 말이죠. 저희가 이건 좀 웃긴 얘기지만 치아가 없는 좀비는 맛사지기로 판매를 기획하고 있기도 합니다.”


“맛사지기요? 그건 또 어떤 ?”


“아, 여담이지만 좀비들이 본능적으로 물어주는데 아주 목이고 어깨고 시원하게 풀린다고 합니다. 아구힘이 좋아서 여간 시원한 것이 아니라고 임상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연구원들이 말하고 있습니다.”


“아...”



“물론 냄새 부분인데요, 그 부분은 삼푸와 세제를 넣어서 수도관에 연결하면 내부를 깨끗히 씻어 주니 자연스럽게 좀비도 목욕시키는 효과가 납니다.”


“허허.” 이제는 기가 막히다 못해서 실소가 나왔다.


“00바이오박스에 구멍을 뚫어서 현재 연구원들이 자진해서 테스트를 진행중인데요, 특정 팔이나 다리를 넣으면 시원하게 맛사지가 된다고 하네요. 원하시면 시제품도 들고 왔으니 좀비 마사지 한번 받아보실래요?”


김 회장은 놀라서 손사래를 쳤다.


이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결국 윤리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심사위원들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결국 윤석은 국책연구자금 10조를 탔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얼마되지 않아서 원할 경우 다시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주사약이 개발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그들을 다시 사람으로 변하게 해서, 정상적인 방식으로 돌아오게 했지만 이미 좀비화를 거쳐서 사람으로 돌아오면 채 24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생을 마쳤다. 문제는 이것이 알려지자 부모님들의 좀비화를 꺼리던 자녀들까지 신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결국 전국에서 좀비화 신청이 쇄도해서 한동안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는 점이다.


더 이상 치매노인을 돌보지 않아도 되고, 부모님을 좀비화 시키면 매달 50%의 전기료를 절약받고 좀비화 의무기간 10년을 채우면 24시간내에 부모님이 사망하는 것이다. 그것을 놓고 각 언론사에서는 사설을 통해서 집중 포화를 날렸지만 이미 거대 기업이 된 김 회장의 회사는 막강하게 홍보비를 쏟아부으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국가에서는 간병보험 비용이 확 줄어들어서 양쪽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조용히 그때그때 줄타기만 했다. 국회의원 선거가 있으면 국민들 편이었고, 선거가 끝나면 다시 김 회장과 축배를 들었다.


그렇게 시작했지만 10조란 돈은 엄청나게 큰 돈이었다. 개인 사기업에서 1,000억의 자금도 큰 돈인데 10조는 1천억원의 100배나 되는 돈이었다. 윤석은 허투루 쓰지 않았다. 일단 5조는 자신이 법인 계좌에 넣었다. 그리고 나머지 5조는 아낌없이 연구 투자비용으로 활용했다


그 결과 윤석의 회사 연구원들은 노벨화학상이나 물리학 교수 출신들이 대거 입사했다. 그들에게 연봉으로 10억씩 뿌렸지만 아깝지가 않았다. 주가에 반영이 되어서 외부에 유명인사 누가 입사했다고 하면 주가가 그 이상 올라주었다.


‘햐, 이거 햐... 꿀 빠는일인데?’


회사에서는 주가의 미래만 보고 올라가는 것이다. 윤석의 회사에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연구자가 합류했다는 사실 만으로 주가는 올랐다. 주가의 시가총액이 오르자 자연스레 회사에서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은 더 많아졌다. 그렇게 보강된 윤석의 연구개발팀은 새로운 개념의 무한에너지를 생각해냈다. 그건 굳이 무리하게 인간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었다. 단위당 파워가 가장 높은 동물을 활용해서 좀비화 시키는 신약을 개발한 것이다. 그렇게 치매노인 프로젝트는 문을 닫았다. 


그리고 시작된 것이 옛 선조들의 로망인 맘모스를 복원시켰다. 맘모스는 코끼리의 3배의 크기 동물로 일단 현존하는 동물도 아니면서 유전자 가위를 통해서 치아와 뿔을 없앴기에 인간에게 다른 위협을 줄 수는 없도록 했다. 기존 지구상에 없던 동물을 복원시키서 무한에너지 사업을 진행하니 더 이상 언론에서도 이 문제로 시비를 걸지 않았다.  


그리고 00무한바이오 에너지박스는 생각보다 수요가 많지 않아서 폐기했다. 한번 리콜을 통해서 전량 수거를 했고 그래도 아직 수거 되지 않고 남은 박스들이 몇 개 남아 있다. 그래서 지금은 중고거래 마켓에서 간간히 거래되는 정도로 쇠락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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