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엄스럽지 못한 잡생각
근래 들어 씩씩해서 좋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씩씩하다는 말을 들으면 그래도 잘 살고 있는 건가 싶어 안도감이 들고 그 말에 부응하고 싶어 더 힘이 나니 참으로 고무적이고 고마운 말이 아닐 수 없다. 자꾸만 애착이 가는 이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았다.
'굳세고 위엄스럽다.'
고개가 갸웃해지는 설명이다. 왠지 마음에 차지 않는다.
여태껏 이 단어를 잘못 이해하고 살아왔나 보다.
특히 위엄스럽다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내가 생각하는 씩씩함과는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질 만큼의 거리가 있다. 씩씩하다는 말에 따라붙는 짝꿍을 생각해 보면 더 그렇다. 씩씩해서 다행이다, 씩씩해서 보기 좋다는 찰떡궁합이지만 위엄스러워 다행이다, 위엄스러워 보기 좋다의 조합은 잉꼬부부가 되기는 글러 보인다.
영하의 날씨에도 꿋꿋이 꽃을 피우는 우리 집 시클라멘은 씩씩하지만 위엄스럽지는 않다. 무서운 병원도 엄마를 믿고 잰걸음으로 따라오는 꾸러기도 참 씩씩하지만 위엄스럽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처음이라 낯설고 어렵지만 어떻게든 물어가며 배우려 하는 후배 통역사 또한 여간 씩씩한 게 아니지만 위엄스럽다고는 못하겠다. 말 안 듣는 몸을 달래 가며 매일 운동을 하는 우리 남편이야말로 누구보다 씩씩하지만 위엄스럽다고 표현하기엔... 글쎄...
이들의 씩씩함을 보고 있으면 잔잔하게 마음이 일렁이고 입가엔 뭉근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굳이 비유를 해보자면 내가 보는 씩씩함은 안쓰러운 마음 한 스푼에 기특한 마음 열 스푼을 넣은 에너지 드링크 같은 건가 보다. 한껏 들이마시고 나면 나까지 기운이 나는.
나에게 씩씩하다고 말해주는 사람들도 내가 위엄스럽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 테고...
마찬가지로 이런저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활기를 잃지 않아 기특하다 정도의 의미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나저나 맞는 말이다. 나는 씩씩하다. 내가 씩씩해서 참 좋다.
그리고 그 씩씩함에 누군가 미소 한번 짓게 된다면, 작은 기운이라도 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