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외부 자극의 입력을 받아 그것을 평가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베이스에 근거해 반응하는 출력 구조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아니,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현재 의식과 잠재의식에 온갖 데이터와 프로세스를 축적하며 살고 있다. 만약, 뇌 속의 데이터가 두려움, 미움, 상처, 비하 등과 같이 품질 상태가 불량하다면, 그리고 새로운 데이터가 부족하여 별로 활용 가치가 없는 데이터만 있다면, 결국 삶의 행동이나 선택 수준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람은 자신의 그릇대로 산다고 하는데, 좀 논리적으로 비약하면 뇌 속에 들어 있는 데이터베이스의 양과 질의 수준으로 삶이 결정된다 해도 과장은 아니다. 예를 들어 삶이 변화가 없고, 뭔가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또는 하는 일이 잘 안 풀리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면 자신이 가진 데이터와 프로세스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그만큼 사람의 뇌는 초기에 형성된 프레임을 변경하기 어렵다.
뇌 속의 데이터와 프로세스를 어떻게 업그레이드해야 할지 고민해 본다. 컴퓨터는 기존 프로그램이나 데이터를 삭제하고 새로 저장하면 되는데, 사람의 기억과 습관은 삭제하고 싶다고 해서 쉽게 삭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새로운 정보와 행동을 저장해도 시간이 지나면 망각하고, 예전의 방식대로 돌아간다. 뇌는 게을러 기존에 없던 새로운 운영체계를 도입하면 에너지 소모가 너무 많아 싫어한다. 그 대신 생각 없이 그냥 웃고, 즐기고, 먹는 일들은 좋아한다.
뇌의 특성을 보면 한번 세팅된 데이터와 프로세스는 잘 변하지 않는다. 또한 뇌는 에너지 소모가 많은 복잡한 활동이나 학습은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어떤 분야에 탁월한 성과를 내는 사람도 있다. 아마, 어릴 때 형성된 특화된 프로세스를 좀 더 개발하고, 몸과 뇌가 기억할 때까지 최적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유튜브에서 어떤 분이 주식투자는 감으로 해야 한다고 말하기에 처음에는 의야 했는데, 무수한 데이터가 축적되면 가능하다는 의미였다.
세상은 뇌가 인지한 만큼만 보인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러기에 자기 자신의 머릿속에 어떤 데이터와 프로세스가 있는지 관찰해야 한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면 큰 문제없겠지만, 무언가 불만스러운 행동과 습관이 있다면 그런 원인과 결과는 어떻게 생겼는지 자신에게 솔직히 물어봐라. 입력, 데이터, 프로세스, 반응의 흐름 속에서 무엇을 변경해야 결과가 바람직하게 나오는지 고민해 보자. 나의 경우 해야 할 일은 있는데 뇌는 계속 뒤로 미룬다.
그 원인을 찾아보면 에너지 소모가 많아 뇌가 싫어하는 일이다. 뇌 속에 들어 있는 기존 데이터들이 ‘해도 안 되는 일을 왜 하는지’, ‘힘들게 시간 낭비 아닌가?’등등 악담을 퍼 붙는다. 그래도 ‘결과 보다 과정에 집중하자’며 해야 할 일을 먼저 한다. 결과의 좋고 나쁨은 나름대로 의미도 있고, 미래는 알 수 없는 영역이기에 그냥 무식하게 하는 것이다. 뇌는 싫다고 짜증을 내겠지만, 이렇게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언젠가 뇌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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