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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더 Jul 11. 2023

노래를 불러주오

   엄마 아빠 민유가 한 집에 모였네~

   엄마 아빠 민유가 즐겁게 놀아요~

   룰루랄라 룰루랄랄라~ 한 집에 모였네~

   룰루랄라 룰루랄랄라~ 즐겁게 놀아요~


   큰아이가 옹알이를 시작하기 전부터 저는 아이에게 노래를 불러 주었어요. 이 노래도 제가 자주 불러준 자작곡이랍니다. 글자마다 멜로디를 넣을 수 있다면 당장 들려드리고 싶네요. 요즘에도 이 노래를 흥얼거릴 때가 있는데요, 그럴 때마다 저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행복 모드가 된답니다. 어느덧 열세 살이 된 아들의 앙증맞고 귀여운 아가 때의 모습이 생각나면서 아이와 함께했던 소중한 순간들이 떠오르거든요.


   제 노래는 또 아이와의 대화에도 들어가는 게 일상이었어요.


   민유야~민유야~마암마 먹자~~

   맘마먹고~ 쑤욱쑥 크자~


   제가 어릴 적에 동네 아이들과 수시로 불러댔던 노래 ㅡ OO야~OO야~대머리 깎아라~~ 군대가면~ 건빵 준단다~ ㅡ 에 가사만 새롭게 붙여서 부른 거예요.


   배가 아플 때는

   배야~배야~ 아프지 말아라~

   민유~배야~ 아프지 말아라~


   응가가 안 나올 때는

   응가야~응가야~ 빨리 나와라~

   민유~응가야~ 빨리 나와라~


   재울 때는 누구나 다 아는

   자장자장~우리 민유~잘도 잔다~우리 민유~

   멍멍개야~짖지마라~우리 민유~잠을 깰라~

   꼬꼬닭아~우지마라~우리 민유~잠을 깰라~


   를 불러 주었어요.


   아이에게 말을 할 때 저의 억양은 고저의 기복이 과장됐었는데요, 마치 어린이집과 유치원 선생님들이 하는 것처럼 아이에게 말을 했어요. 마트나 거리에서 유아 자녀를 데리고 가는 보호자분들을 보면, 저처럼 과장된 억양으로 아이와 끊임없이 대화를 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래~~~?", "~~했어~어~어~?", "우리 OO가 ~~했구나~아~아~!" 처럼 말끝을 길게 늘이면서 부드러운 하이톤으로 아이에게 맞장구를 쳐요. 꼭 예전의 저를 보는 것 같아서 참 반가워요.


   제 아이는 두 돌 때부터 어린이집에 다녔는데요, 어린이집 원장님이 아이가 말로 표현을 대단히 잘한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미국에서 살다왔냐고 묻더군요. 아이의 억양이 그렇다면서요. 그때는 원장님 말에 그저 웃고 지나갔는데, 그즈음의 아이의 영상을 한 번씩 볼 때면 원장님이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알겠는 거 있죠. 영상 속에서 아이는 남자 아이치고 제법 맑은 하이톤으로 노래를 하듯이 말을 하더라고요. 당시에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었는데 말이에요.


   네댓 살 땐 브로콜리 수프를 먹으면서 브로콜리 알갱이가 수프 안에서 퐁퐁 터지는 느낌이 난다고 했었고, 산책하던 중 저녁 하늘이 점점 빛을 잃고 구름의 윤곽과 하늘의 색이 희미해지는 걸 보더니 지우개로 슥슥 지운 것 같다고 했던 아들이에요. 그 아이는 지금 글 쓰는 걸 좋아해요. 요즘은 '삼만 자 쓰기'라는 목표를 스스로 세워서 도전 중인데요, 얼핏 보니 고지가 코 앞인 것 같아요.


   그런 아이가 자라온 시간을 가만히 뒤돌아보니, 그 속에는 단연 노래와 운율이 있었고, 그래서 표현을 잘하는 아이,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아이로 자랐다는 생각이 들어요. 신체적, 정서적 친밀감을 느낄 수 없었던 가정에서 자란 탓인지, 타고난 성향 탓인지 저는 아이가 꼬물꼬물대는 신생아일 때조차 아이한테 살갑지 못했어요. 아가와 신체적으로 접촉하는 것도, 아가에게 말을 거는 것도 영 불편했지요. 엄마인 제가 아이를 향해 어색함마저 느낄 정도였어요. 어색하면 저는 노래를 흥얼거리곤 하는데, 비슷한 경험 있으세요? 그래서 저는 아이와도 노래로, 운율을 넣은 말로 대화를 하기 시작했어요. 책을 읽을 때도 리듬을 넣어서 읽어 주었어요. 아이와의 서먹함을 피해보려고 얼떨결에 사용한 노래와 운율이 엄마의 사랑을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주었다고 저는 확신해요.


   진심을 고작 7%밖에 전해주지 못하는 말이라는 표현 수단. 그런데 이 말 때문에 무수히 상처를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하잖아요. 노래와 운율은 말의 그런 역기능을 배제한 채 오히려 정서적 친밀감을 한껏 안겨준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노래와 운율로 대화를 하면 말하는 걸 아이가 즐거운 활동으로 여겨요. 즐거운 건 확장하고 싶어지지요. 자신의 그럴싸한 표현들을 아이 스스로 적고 싶어지는 거예요. 아이가 어릴수록 노래로 대화하는 걸 권해드릴게요. 아이는 정서가 안정되며, 표현이 풍성해지고, 글쓰기를 즐거워할 거예요. 아, 엄마표 노래를 듣고 자란 제 아이가 음치라는 건 비밀이에요, 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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