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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혜 Mar 02. 2022

왜 청소를 하려고?

내가 '입주청소 일을 해봐야겠다'라고 마음을 먹었을 때, 나는  이 직업에 자연스럽게 떠올려지는 너무나 확고하게 자리 잡은 편견 어린 시선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내 눈에는 너무나 매력적인 직업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청소일을 하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았고, 오히려 이렇게 당당한 노동을 통해 값진 노동의 대가를 얻는 직업을 가지는 것이 자랑스럽게 느껴졌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이 일을 하게 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선택지 중에 내가 현시점에서 여러 가지 직업 중 가장 좋다고 생각되었던 직업을 '선택'했기 때문에 가능한 생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사회에 만연되어있는 그런 편견 어린 시선들은 주변의 다른 이들을 통해 나에게 전달되었다.

사람들은 '청소'일을 하는 사람들은 배운 것 없고, 기술이 없고, 나이가 많아서 어디서 써주지 않아 더 이상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직업이라 생각한다.

내가 처음 청소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이런 시선은 거의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현장에서 고객들은 우리 업체를 보고 많이들 놀라기도 하셨다.

지금은 이 청소라는 직업의 수익성과 발전 가능성을 알아보고 젊은 세대들도 많이들 뛰어들고 있는 추세이지만, 그 당시만 해도 당연히 나이 많은 어르신분들이 와서 청소할 거라 생각했는데 젊은 사람들로 이루어진 청소팀은 처음 보았기 때문에 생소하게 느끼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제일 처음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 '청소'를 할 거라 말했을 때 그 어떤 사람도 '그래, 그거 괜찮을 것 같다. 열심히 해봐!'라고 얘기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들 '하고 많은 직업 중에 왜 하필 청소를 하려고?', '그거 진짜 힘들다던데 할 수 있겠어?' 혹은 '너랑 너무 안 어울리는데' 등의 말들을 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편견도 편견이지만,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말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약간은 청개구리 같은 성향을 가진 나는 그런 말들을 들으며 보란 듯이 해내고 싶었다..

그렇다면 '일단 내가 한번 해보고 얼마나 어려운 직업인지 나에게 어울리는지 안 어울리는지 부딪혀보자'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모두의 우려 속에서 나의 다짐은 더욱더 확고해져 갔다.


일을 시작하고 나서 사람들 말처럼 정말 쉽지 않은 직업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현장에서의 일도 당연히 힘들었지만, 아직 서툰 실력으로 고객들을 응대하는데서 오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초반에는 정말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은 마음도 많았다.

청소일에 익숙하지 않아 퉁퉁 부은 손가락으로 창틀을 청소하면서 '나는 잘 해낼 수 있다'라고 호언장담했던 사람들에게 민망하지 않을 만한, 그만둘 수밖에 없는 그럴듯하면서도 정당한 이유들을 고심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믿고 예약해주신 고객님들과의 약속들을 어길 수 없었고,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작한 일을 이렇게 흐지부지하게 끝내버린다면 나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해도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버티듯 일을 계속해 나갔다.

힘들었던 하루하루가 쌓여가면서 기대보다 괜찮았던 수익, 그리고 서비스에 만족하셨던 수많은 고객님들의 칭찬과 격려 덕분에 조금씩 보람과 즐거움을 찾게 되었고, 입주 현장에서 청소 그 이상의 다양한 품목에의 가능성까지 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청소일을 하면서 단 한 번도 내 직업에 대한 부끄러움을 가진 적이 없었다.

하면 할수록 전문적인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임을 느끼게 되었고, 그와 더불어 고객을 응대할 수 있는 수준 높은 테크닉 또한 필요한 직업임을 느꼈기에 오히려 청소업을 이렇게 잘 이끌어 나가는데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나름 업체의 대표라고는 하지만 내가 업체를 운영하면서 만났던 사람들 또한 편견에서 자유로운 사람들이 아니었다.

다른 품목 사장님들과 공동구매를 위해 만나게 되는 신규 입주 아파트 예비 입주자 대표들, 그리고 수많은 고객들도 '할 거 없어서 청소하겠지~'라며 은근히 무시하는 태도를 종종 보이곤 했다.

그리고 그런 편견 어린 시선들을 신뢰로 바꾸기 위해서라도 나는 더 당당하고 열정적으로 일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 업체를 필두로 청소시장이 점점 전문화되고 기술적인 면에서나 서비스면에서도 상향평준화되길 바랬고, 그로 인해 청소를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들이 조금은 깨뜨려지고 청소 또한 그 어떤 분야보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전문기술직업이라는 시각이 자리 잡길 바랐다.

그런 바람이 조금씩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금도 계속 노력하고 있다.


처음에 사람들의 우려 속에서 나도 지레 겁을 먹고 이 직업에 대한 편견 속에서 첫걸음을 떼지 않았다면 내 삶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을지 모르겠다.

8년이 지나 지금 청소 전문학원을 운영하기까지 과거를 되돌아보면,

아무나 워너비 직업으로 선택하지 않는 직종이었기에, 젊고 선택지가 많은 사람은 하지 않는다라는 편견 속에 갇힌 직업이었기에, 오히려 나는 이 직업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청소를 처음 하기 시작할 때 선배님들이자 다른 청소업체 사장님들에게 들었던 말들이 생각난다.

"고객들은 어디를 어떻게 해주는지도 모르는데 왜 그런 것까지 하냐"

"벽지에 닦을게 뭐가 있다고 벽지까지 닦아주냐"

"스팀, 소독은 왜 하냐"

"서랍은 왜 완전히 빼서 안까지 닦아주냐"

"청소할 줄 모르니까 장비만 저렇게 잔뜩 들고 들어가지"


종종 이런 얘기를 들을 때면 정말 난감했었다.

조금이라도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었던 고뇌들이 기존의 사장님들께는 전혀 환영받지 못했었던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편하게 잘할 수 있는데 왜 눈높이를 올리냐는 것이겠지.

하지만 눈에 보이는 곳만 대충 청소하던 청소업체들도 이제는 전반적으로 기술과 서비스들이 상향평준화되어 있는 걸 느낀다. 또한 전문적인 기술과 서비스 정신을 가진 분들이 성공할 수 있는 분야라는 인식의 변화들에 있어서 조금이나마 일조한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하면 참 뿌듯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얼마전 아주 오랜만에 훈련생으로부터 똑같은 질문을 받았다.

"원장님같이 똑똑하신분이  왜 청소를 시작하신거에요?"

나는 그리 똑똑하지 않다.

하지만 그 질문을 한 훈련생분에게는 청소를 하기에는 똑똑해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청소를 배우고 있음에도 다분히 편견이 묻어나는 그 질문에 나는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제가 똑똑한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똑똑하다면,
그렇기에 이 직업을 알아본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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