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청소업은 나이 들어서 다른 직업에 선택지가 없을 때 선택하는 직업으로만 여기는 게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편견 없이 직업을 바라보는 젊은 사람들에게도 괜찮은 사업 아이템으로 인식의 변화가 생기면서 수강생들의 연령대가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그래도 수강생 평균 나이 59세로 여전히 제2의 직업을 찾기 위해 오시는 중장년층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걔 중에는 벌써 손주를 두신 분들도 많아 함박미소를 지으며 손주들 사진을 보여주시고 자랑하시는 분들도 많다.
청소는 분명 만만한 직업은 아니다.
강도 높은 육체노동을 동반하고 고객을 상대함에 유연함과 말빨도 어느 정도 갖추어져야 하는 등 다양한 자질이 요구되는 직업이다.
물론 우리 학원에서 운영되고 있는 프로그램에는 청소뿐 아니라 정리정돈, 줄눈, 싱크대 연마 코팅, 새집증후군 시공, 인테리어 필름 등 다양한 기술교육을 진행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기술들 중 나에게 맞는 기술을 중점적으로 습득할 수 있다.
60세 이상 되시는 분들이 수강을 할 때 이분들의 분위기는 확연하게 둘로 나뉜다.
내가 할 일은 이미 다했고, 이제 남은 여생을 놀면서 즐기다 가야지 하시는 분들과 '내 나이가 어때서~~'라고 외치시며 아직까지 거뜬하게 일할수 있다고, 집에서 놀면 뭐하냐며 살아있는 동안 뭐라도 더 배워서 일할수 있을 때까지 일해야지 하시는 분들로 나뉜다.
전자의 훈련생님들은 얼마 전에 퇴직을 하고 난 후 친구들 만나고, 산에 다니거나 운동을 좀 하다가 너무 무료해서 나라에서 교육비 지원도 해준다고 하니 시간 있을 때 기술도 배우고 자격증도 따 놓을까 싶어 오셨다고 말씀하신다.
직업을 대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내가 할 건 아니지만...'을 전제로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라에서 정해준 정년을 다 채웠으니 내가 아이들과 가족들을 위해서 할 일은 다했다
남은 여생은 벌어놓은 돈 써가면서 여유롭게 살다 갈 것이라 말씀하신다.
이런 분들에게는 여유가 느껴지긴 하지만, 활력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반면, 같은 나이지만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이렇게 건강할 때부터 놀면 나중에는 지겨워서 어떻게 사노. 난 75살까지는 일할 거야. 그러려고 이거 배우러 왔지
그런 분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뭔가 다르다.
도전정신이 가득하고 눈은 빛나고, 활기차다.
그리고 그분들은 스스로를 늙었다거나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한 것이고 할 수 있는 한 일할 거라 말씀하시며, 집에서 놀면 몸만 더 아프고 지겨우니 사는 동안, 몸이 허락하는 동안은 생산활동을 쉬지 않을 것이고, 아르바이트라도 하려면 기술이 필요하니까 배울 수 있을 때 열심히 배워놓을 거라 말씀하신다.
물론 목적은 제각각 다를 수 있다. 희망찬 미래를 꿈꾸며 청소를 시작해서 3년 후에는 큰 업체로 키워나가겠다는 포부를 가지신 분도 있으시고,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손주들 용돈 주는 정도만 벌어도 만족하신다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실제로 수료 후 바로 창업해서 지금 현장에서 너무나도 업체를 잘 이끌어가고 계시는 장년층 수료생분들이 많으시다.
어떤 분들은 큰 모텔 전체 인테리어 필름 교체 시공이나 큰 공장 청소를 따내서 같은 기수 졸업생들에게까지 아르바이트 일거리를 나눠주시곤 하신다.
가끔 주변 현장에 일하러 왔다가 들렀다가 '요새 너무 바빠서 이번 달에는 일 좀 그만 받아야겠다. 날씨도 좋은데 좀 놀러 다니고 싶은데 바빠 죽겠다'며 너스레를 떠시는 모습이 너무 대단하고 멋져 보이고, 참 감사하다.
체력면에서도 그렇고 고객과의 소통에서도 잘하실 수 있을까란 나의 생각은 기우였다.
나는 그분들의 긍정적인 마인드와 연륜에서 비롯된 유연한 생각과 대처능력은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어차피 이 나이에는 이런 험한 일 못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나 또한 예전에는 60세 이상되면 이제 좀 쉴 나이 아닌가라고 생각하곤 했었다.
하지만 그분들은 늘 '너무 재밌다. 내 적성에 딱 맞다' 하시며 같은 일을 함에 있어서 이 나이에도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스스로 즐거움과 성취감을 찾아내시는 분들이시다.
나 또한 이런 분들에게 정말 많은 에너지를 얻고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다 마음먹기 나름이다.
청소에 있어서 기술만큼 중요한 부분이 고객과의 소통, 직원들과의 관계, 사회적 편견으로부터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이라고 생각하기에 학원의 수업에는 '마인드 수업'이 2일 편성되어 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던 재미있고, 흥미로웠던 부분과 심리테스트, 알아두면 좋을 상식들과 앞으로 남은 인생을 위해서 '나 바로 알기', 살아온 시간 동안 나에게 유의미한 사건들 돌아보기, 앞으로의 삶을 계획해 보기 등이 포함되어 있다.
처음에는 '나는 기술 배우러 왔는데 시간 아깝게 왠 마인드 수업?'이라고 생각했던 분들도 마지막에는 '마인드 수업이야 말로 제일 필요했던 수업이었다. 어떤 학원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 너무 좋은 강의였다'라고 말씀해주시곤 한다.
이 마인드 수업에는 우리가 100세까지 산다는 가정하에 살아온 시간과 남은 시간들을 비교해 보는 부분이 있다.
막연하게 나에게 남은 날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것보다 지면을 통해서 나의 남은 날들을 시각적으로 받아들이고 나면 '남은 날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 있긴 있어야겠구나'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
조선시대에는 60세만 되어도 큰 어른이었고, 언제 가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 60대분들을 보면 아직까지 너무 건강하신 분들이 많다.
이젠 70대 중반을 넘어서야 노인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사회에서 만들어 놓은 정년과 퇴직이란 굴레에서 스스로를 '이제는 사회에서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이니까 그냥 적당히 여유 부리면서 살다가야지'라 생각하기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너무나도 많은 것이다.
한 요양시설에서 한 가지 실험을 했다.
그곳 사람들은 자신이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무력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연구진은 한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화분을 키워도 좋으나 식물을 돌보는 일은 전적으로 혼자 해야 한다고 말해주었고, 다른 그룹에게는 화분을 주면서 보호와 관리는 요양원 직원들이 맡을 거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인생에 얼마나 만족하는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결과는 정말 인상적이었는데, 화분관리와 금붕어 키우기 등과 같은 정말 사소한 일이지만 자신이 직접 상황을 통제하고 생산적인 일을 했던 그룹이 다른 그룹에 비해 훨씬 더 삶의 만족도가 높게 나왔다. 더욱 놀라운 점은 1년 반 뒤 이 결정권을 가진 그룹의 사망률은 15%였던 반면, 다른 그룹은 30%에 달했다.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고 무료한 일상을 보냈던 사람들의 사망률이 두배가 높았다는 것이다._[마음의 법칙 중]
한참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을 키워내야 하는 3,40대처럼 전투적으로 일 할 필요는 없다.
적당한 기술들을 배워 나에게 맞는 품목들을 집중적으로 익혀서 용돈벌이 정도만 해도 괜찮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계속해서 배우고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음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점이다.
사람이 죽기 전에 가장 후회하는 건,
'그때 왜 내가 그걸 했을까?'가 아니라 '그때 왜 나는 그걸 하지 않았을까?'라고 한다.
내가 87세쯤 되었을 때 64세를 되돌아보면, 그 젊고 건강했던 시기부터 왜 나는 스스로를 늙었다고 생각하며 시간 죽이기만 하고 있었을까 후회하지는 않을까.
아마 내게 주어진 삶이 20년에서 길게는 3,40년이 남았다면 그 나이를 늙은 나이라고 생각할까.
방송인 박명수 씨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늦은 것이다'라고 얘기했지만, 내일 후회에 있어서의 오늘의 결정은 하루라도 빨리 내삶을 의미있는 삶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빠른 시기라 생각한다.
나의 삶의 선택을 나 스스로가 통제함으로써 100세 시대에 발맞추어 나가는 건강하고 건설적인 새로운 노인들의 모습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