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방영되었었던 '서른, 아홉'이란 드라마에 찬영이란 인물은 췌장암에 걸렸으나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죽음으로 끝을 맺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리고 요즘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라는 드라마는 작가님의 실제 경험을 쓴 에세이가 드라마화되었다.
항암치료로 힘든 과정이 고스란히 나와있고 역시 결국 죽음으로 마무리된다.
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사고사가 아니라면 사랑하는 이와의 사별에 제일 흔하게 등장하는 것이 '암'이라는 질병이다. 우리나라 영화는 특히나 신파극이 많아서 더 자주 등장하는 질병인 것 같기도 하다.
또한 암과 함께 따라오는 항암치료의 부작용으로 인한 고통을 보고 있노라면 환자 본인도 곁에서 그 힘든 과정에 지쳐가는 보호자들도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 또한 항암치료 자체를 거부하고 죽음을 받아들이려는 사람들과 그 과정에서의 고통을 보여주는 수많은 장면들로 인해 '암은 곧 죽음을 의미하며 항암치료는 스스로에겐 고통뿐이며 가족에겐 민폐다'라고 가스라이팅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정말 그럴까.
지금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모두가 두려워하는 항암치료와 부작용.
어디까지 알고 있고, 얼마나 아픈지, 아니면 견딜 만 한지, 얼마나 지속되는지에 대해 내가 그동안 듣고 보았던 정보들과 내가 직접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솔직하게 써보려 한다.
예전에 나는 암에 걸리면 바로 일상을 멈추고 암이 나을 때까지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항암치료의 기본은 2주 혹은 3주에 한번 병원에 방문해서 항암주사라는 것을 맞는 것으로 진행된다.
아주 심한 말기환자나 합병증이 와서 집에서 케어가 불가능하기 전까지는 집에서 병원을 오가며 통원치료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항암환자라 하면 모두가 머리카락은 다 빠지고 혈색은 희뿌옇고 살이 너무 많이 빠져서 살가죽에 뼈에 겨우 붙어있는 정도의 이미지를 떠올렸는데 어떻게 그런 몸으로 병원 통원을 할 수 있는 거지?라고 생각했었다.
결국 그런 이미지는 미디어에서 만들어놓은 이미지다.
암병동 외래 진료실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가끔씩 항암모자를 착용하고 살이 많이 빠진 분들이 몇몇 보이기도 하지만 그 외에는 암병동이라 말하지 않으면 전혀 암환자로 보이지 않는다.
나부터도 그렇고...
직장을 다니면서 항암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있으니 항암치료의 부작용은 개개인의 차이가 있는 것이지 모두에게 심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며 암종류에 따라 항암제가 다르기 때문에 부작용도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1차, 2차라고 불리는 항암치료의 차수는 기본적으로 3주를 기준으로 한다.
3주에 항암주사를 한번 맞는 경우도 있고 나처럼 두 번을 맞는 경우가 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환자컨디션이나 병의 경중에 따라 달라지는 듯하다.
70세 이상의 고령환자들은 독한 항암약 자체에 대한 부작용이 심한 경우가 많고, 체력이 떨어지면서 다른 합병증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약을 조금씩 쓰면서 부작용을 관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항암치료를 계속 받아왔던 친구는 최초의 항암치료를 받을 때 제일 체력이 좋기 때문에 제일 센 항암제를 써달라고 의사 선생님께 부탁하라고 얘기했었는데, 그건 의사 선생님이 판단해서 해주시는 듯했다.
처음엔 무슨 약인지, 몇 개를 맞아야 하는지, 약을 얼마나 맞는지도 모른 채 진료를 보고 주사실로 가서 주사를 맞았다.
처음 항암주사를 맞을 때 환자인 나도 정신이 없었지만 보호자도 들어야 할 설명들이 너무 많아서 약이 어떤 종류인지 체크할 겨를도 없다.
집에 돌아와서 여러 개의 설명책자들을 펴놓고 하나씩 살펴보기 시작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젬시타빈과 시스플라틴과 면역항암제인 임핀지로 1번, 1주 후에 젬시타빈과 시스플라틴만 1번, 한 주 쉬기.
이런 패턴으로 한 회 차 항암이 마무리된다.
이번주 목요일 3차 두 번째 주사를 맞고 오후에 암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CT촬영을 한다.
통상적으로 매번 진료시마다 피검사를 통해 항암부작용과 몸의 이상을 확인하고 3차 항암이 끝나면 CT촬영을 해서 암크기를 확인하지만 이건 병원마다 그리고 담당의사 선생님마다 다른듯하다.
어쨌든 암진단을 받은 후에 암을 없애기 위해 독한 항암주사를 맞으며 2달 가까운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항암치료 효과가 있기만을 바라고 있다.
췌장암이나 담도암은 특히나 항암주사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것도 4기나 말기 환자들은 특히나 더 그런 걸로 알고 있기 때문에 희망을 가지는 가운데 긴장도 더해지는 느낌이다.
항암치료 직전,
빨리 암을 없애는 작업을 시작하고 싶어 조바심이 나기도 했지만 솔직히 많이 두려웠었다.
직접 항암을 하고 있는 친구도 이쪽 관련 지식이 많은 지인들도 췌장 쪽은 특히나 통증이 어마어마하다고 얘길 하고 항암부작용이 커서 항암을 포기하는 분들도 많다는 얘기를 했었다.
그래, 암이라는 병.
그것도 췌장암이니 담도암이니.
네이버 검색창에 5년 생존율을 검색해 보면 4기 환자의 생존율은 2%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내 주변에는 4기 진단과 6개월 통보를 받고도 3년씩 8년씩 살아계신 분들이 많다.
그래서 나는 그런 통계 따위는 믿지 않기로 했다.
너무 큰 희망 끝에 더 큰 절망이 뒤따를까 걱정은 되지만 일단 걱정은 그 상황에 맞닥뜨리고 나서 하기로 마음먹었다.
무엇보다 미디어에서 접했던 두려운 항암치료 과정과 결과들이 처음 마주했던 암을 죽음과 동일시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항암치료 시작한 지 2개월 정도인 햇병아리이지만 막상 항암치료를 시작하면서부터는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항암치료의 과정들과 다른 부분이 많아서 좀 짜증 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