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이 발생하면 피상속인의 재산을 유언이나 협의된 비율 혹은 법으로 정한 상속지분에 따라 분할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상속재산분할’이라고 하는데요, 상속은 고인의 모든 재산상의 지위를 포괄적으로 승계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산뿐 아니라 피상속인의 빚, 즉 채무도 승계하게 됩니다.
그런데 ‘상속채무’도 분할이 가능할까요?
상속재산을 다른 상속인에 비하여 많이 분배받음과 동시에 상속채무를 부담하는 협의도 가능한 것인지 문의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원칙적으로 ‘상속된 채무의 분할’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일정한 경우에 이와 같은 협의가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사례를 통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김철수씨에게는 김장남과 김차남이라는 두 아들이 있습니다.
사업을 하던 김철수씨는 주택 2채와 약간의 현금을 상속재산으로 남겼습니다.
두 아들은 상속재산을 합리적으로 분배하기 위하여 고민하다가 주택을 각각 1채씩 승계하되, 세입자가 들어가 살고있는 고급주택을 승계한 사람이 임차보증금도 함께 인수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자 세입자는 본인이 전세계약을 한 상대방은 김철수씨이고, 상속재산은 상속인들의 공동소유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보증금반환의무는 두 아들이 공동으로 지게 되는 것이니, 계약 만료 시 두 사람 모두에 대해서 보증금반환을 요구할 것이라며 내용증명을 보내왔습니다.
공동명의라는 복잡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주택을 각 1채씩 분할하려던 형제는 세입자의 반응에 곤란한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때 형제의 분할협의는 유효할까요?
상속재산분할의 대상
위 사례에서 1) 상속재산 중 주택 2채는 상속인의 협의에 따라 상속지분 1/2씩이 아닌, 각각 1채씩 분할이 가능합니다. 2) 상속재산 중 현금의 경우, 가분성으로 인하여 상속개시와 동시에 법으로 정한 상속지분에 의해 분할되기 때문에 이를 법원에 분할심판청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현금과 같은 가분채권이라도 생전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상속분의 일부를 특별수익으로 증여받은 때나 피상속인의 재산증가·부양 등에 있어 기여분이 인정될 만한 때까지 상속지분에 따라 자동으로 균등분할 한다면 형평에 어긋나게 되므로 예외적으로 분할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상속채무의 처리
주택의 임차보증금 같은 상속채무 역시 가분성을 지니므로 원칙적으로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아닙니다.
특히, 상속채무의 분할이 상속인 간의 협의에 따라 가능하다고 볼 경우, 상속인 중 자력이 부족한 1인에게 채무를 모두 상속시킨 후 상속포기 등을 하는 방법으로 채권자의 채권회수를 방해할 위험이 있어 분할이 불가합니다.
(자력이 부족한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는 방식에 대하여는 다음 글을 통해 자세히 다루어보겠습니다.)
다만, 사안의 김장남과 김차남처럼 현실적인 필요에 의하여 상속인 중 일부가 상속채무를 전부 변제할 의사로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이루어지는 경우, 우리법원은 이것을 타인의 채무를 대신 부담하기로 하는 면책적 채무인수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그리고 민법상 면책적 채무인수의 법리에 따라, 면책적 채무인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채권자의 승낙이 있어야만 유효합니다.
관련조문 [민법]
제453조(채권자와의 계약에 의한 채무인수) ① 제삼자는 채권자와의 계약으로 채무를 인수하여 채무자의 채무를 면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의 성질이 인수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이해관계없는 제삼자는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 채무를 인수하지 못한다.
제454조(채무자와의 계약에 의한 채무인수) ① 제삼자가 채무자와의 계약으로 채무를 인수한 경우에는 채권자의 승낙에 의하여 그 효력이 생긴다.
② 채권자의 승낙 또는 거절의 상대방은 채무자나 제삼자이다.
제455조(승낙여부의 최고) ① 전조의 경우에 제삼자나 채무자는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승낙여부의 확답을 채권자에게 최고할 수 있다.
② 채권자가 그 기간내에 확답을 발송하지 아니한 때에는 거절한 것으로 본다.
위 사례에서 보증금반환의무자는 상속인 모두가 되는 것이라는 세입자의 주장은 정당합니다.
그리고 세입자가 두 형제의 상속채무분할협의에 대하여 동의하지 않는다면, 1인이 보증금 전액을 부담하기로 하는 협의는 효력이 없습니다.
따라서 세입자는 계약만료 시에 상속인 모두에 대하여 상속분에 따른 채무부담 부분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