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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cycloperiod Apr 11. 2021

완경

아직 완경이라는 용어가 의학에서 사용되는 공식적 용어로서 자리매김하지는 못했지만, 일상에서는 점진적으로 ‘폐경’이라는 용어를 대체해 나가고 있는 추세이다.


  여성이 더 이상 생리를 하지 않고 자연적 임신의 가능성 또한 사라졌을 때, 우리는 이것을 완경(menopause)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12개월 동안 계속 생리를 하지 않았다면 완경이 찾아온 것으로 완경은 주로 40대에서 50대 사이에 경험되는데, 40세 이전에 완경을 하는 경우는 조기 완경(premature menopause)이라고 부른다. 완경은 노화가 진행되며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등의 호르몬 수치가 낮아지면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완경은 우리에게 여러가지 다른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완경을 전후한 시기인 완경기를 갱년기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한자로는 更年期라고 표기하고, 영어로는 climacteric이라고 부른다. 한자어와 영어 모두에서 갱년기는 ‘전환점’의 의미를 담고 있다. 언어적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완경은 여성의 신체적, 심리적 삶에 다양한 변화를 가져온다. 완경기에는 열감 또는 오한을 느끼거나, 밤에 땀을 많이 흘리거나, 질 건조증이 생기거나, 체중이 증가하거나, 모발이 가늘어지고 피부가 거칠어지는 등의 신체적 변화가 일어난다. 완경기의 심리적 변화로는 불면증, 성욕 감퇴, 기억력 및 집중력 감퇴, 우울증 등이 있을 수 있다.


  위와 같은 증상들은 노화에 따라 발생하는 당연한 일들이며, 사실 근대 이전 대부분의 사회에서 완경은 삶의 여러 단계 중 하나로만 인식되었다. 그러나 18세기 이래 이러한 증상들을 근거로 완경을 의학적 관리가 필요한 질병과 같은 상태로 보는 관점이 대두되었다. 완경이 여성으로서의 측면을 상실하는 사건이라는 부정적인 묘사도 확산되었다. 언어적으로도, 오랜 세월 동안 한국에서 완경은 폐경(閉經)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닫음’라는 뜻의 ‘폐(閉)’라는 한자가 지닌 부정적 뉘앙스가 여성의 삶에서 중요한 경험인 완경을 여성들 스스로도 두려워하거나 수치스러워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도록 만든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지적을 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완경’이라는 용어가 대안으로 제시되었으며, 이 용어의 역사는 적어도 2010년까지 거슬러올라간다. 아직 완경이라는 용어가 의학에서 사용되는 공식적 용어로서 자리매김하지는 못했지만, 일상에서는 점진적으로 ‘폐경’이라는 용어를 대체해 나가고 있는 추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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