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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cycloperiod Apr 06. 2021

일회용 생리대의 탄생

여성 해방의 중요한 한 장면



최초의 일회용 생리대로 추정되는 사우스홀 생리대의 1894년 광고.(출처: Museum of Menstruation and Women's Health)


 오늘날 많은 여성들은 생리 기간에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고 있다. 물론 불편함, 유해물질 논란, 환경적 영향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최근에는 일회용 생리대를 다른 생리용품으로 대체하려는 시도 또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회용 생리대가 콘돔, 세탁기 등과 함께 20세기 여성 해방에 지대한 공헌을 한 발명품에 속한다는 것만큼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회용 생리대의 탄생은 생리의 역사에서 중요한 한 장면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일회용 생리대가 발명되기 전에는 생리혈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집에서 남는 천을 가지고 생리대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서양에서는 생리 중이라는 것을 뜻하는 말 중 “해진 천 쪼가리 위에 있다”는 뜻의 “on the rag”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 표현 또한 집에서 천으로 직접 생리대를 만들어 쓰던 맥락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1970년대 초까지는 삼베나 무명 등으로 만든 천 생리대가 주로 사용되고 있었다. 


  19세기 후반, 상업적 생리용품들이 발명되기 시작했다. 이 새로운 발명품들 중에는 초기 형태의 생리컵(Catamenial Sack)도 포함되었으며, 바지나 벨트 형태의 제품들도 있었다. 일회용 생리대 제품들은 1890년대를 전후하여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했으며, 생리대(패드), 생리 냅킨, 생리 타월 등 다양한 이름으로 판매되었다. 세계 최초의 상업적 일회용 생리대가 무엇인지 아직 정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두 제품이 후보로 거론된다. 첫 번째 제품은 영국에서 만들어진 사우스홀 타월(Southhall Towel)이며, 두 번째 제품은 독일에서 만들어진 하르트만 생리대(Hartmann’s Diaper/Towelette)이다. 두 제품 모두 적어도 1888년에는 광고가 이루어지고 있었음이 확인되었으며, 사우스홀 생리대의 경우 1881년부터 생산을 시작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편, 존슨앤존슨 사(Johnson&Johnson) 또한 1896년에 리스터 타월(Lister’s Towel)이라는 이름의 생리대를 출시했는데, 이것이 미국 최초의 일회용 생리대 제품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일회용 생리대의 역사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은 바로 제1차 세계대전이었다. 전쟁 당시 프랑스의 간호사들은 일반 면으로 만든 붕대보다 셀루코튼 붕대가 피를 더 잘 흡수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것으로 생리대를 만들어 사용했다. 전쟁이 끝난 후, 셀루코튼 소재의 활용 방안을 고민하던 미국의 킴벌리-클라크 사(Kimberly-Clark)는 여기에 착안하여 1919년에 일회용 생리대 코텍스(Kotex)를 출시했다. 코텍스라는 이름은 셀루코튼 소재가 “면과 같은 질감(cotton-like texture)”이라는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렇게 1920년대에는 일회용 생리대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에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여성들의 노동력이 산업 현장에 대거 투입된 시대적 상황이 배경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1921년부터 킴벌리-클라크 사는 여성 잡지들을 통해 코텍스를 대대적으로 광고하며 일회용 생리대 시장을 견인했다. 앞서 리스터 타월을 개발했던 존슨앤존슨 사는 1927년에 모데스(Modess)라는 일회용 생리대를 내놓으면서 일회용 생리대 경쟁에 참여했다. 


  한국에서 일회용 생리대는 1970년 중반이 되어서야 주류화되었지만, 판매는 적어도 1960년대 중반부터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이는 1966년 신문에 등장한 ‘크린패드’라는 이름의 일회용 생리대 광고를 통해 알 수 있다. 한국의 생리용품 도입과 생리 관련 지식의 변천사를 연구한 이영주의 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일회용 생리대 유행은 서양과 마찬가지로 여성의 사회 진출에 힘입은 것이었다. 또한, 매번 빨아서 사용할 필요가 없고, 상품의 형태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일회용 생리대의 등장은 여성들이 자신의 월경하는 몸을 숨겨야 한다는 압박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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