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는 여성과 생리를 어떻게 바라보았나
유일신교 전통에 속하는 종교는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유대인과 아랍인의 조상인 아브라함의 이름을 따 아브라함 계통 종교라고도 불리며, 구체적인 교리는 다르지만 구약성서의 내용과 유일신 사상을 공유하고 있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가 모두 이러한 유일신교 전통에 속하는데, 이들 종교의 신자 수는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세계 4대 종교로 인정될 정도로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또한, 유일신교 전통에 속하는 종교들은 과거에는 물론이고 오늘날까지도 일상생활 속에서 상당한 규범력을 행사하고 있다. 따라서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들에서 여성의 생리를 어떻게 다루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종교라고 알려진 유대교는 구약성서의 일부인 모세5경을 율법으로 삼았는데, 이 율법은 토라(Torah)라고도 부른다. 그리고 토라의 일부인 레위기에서는 생리혈을 불결, 또는 불순한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교리를 바탕으로 유대교에서는 생리 중인 여성을 ‘니다(Niddah)’라고 부르는데, 이 ‘니다’라는 단어의 어원은 ‘분리(Separation)’의 의미를 담고 있다. 유대교는 생리 중인 여성은 물론이고 생리 중인 여성과 성관계를 맺은 남성 또한 오염된 것으로 간주했으며, 따라서 불순한 상태의 여성과 관계 맺는 것을 막기 위해 여성이 생리 중일 때는 부부 간에도 만나는 것을 금지하였다. 이러한 여성의 ‘오염’ 상태는 생리가 끝나고도 7일이 지난 후, 유대교의 의식용 욕조인 미크바(Miqvah)에 몸을 담가 정화 의식을 거친 후에야 해제되었다.
구약성서보다는 신약성서를 더욱 중시하는 기독교에서는 모세5경이 지니는 규범적 영향력이 비교적 축소되었고, 생리혈의 불결함에 대한 서술 등도 보다 상징적인 의미로 해석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교회가 여성의 생리에 대해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한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중세 유럽 시기까지는, 여성의 생리는 원죄를 지은 인류의 조상인 ‘이브의 저주’로 간주되었고, 여성들은 원죄에 대한 속죄를 위해 생리를 하게 된 것으로 여겨졌다. 유대교와 마찬가지로, 기독교 또한 생리를 여성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전근대 사회를 기준으로 볼 때, 이슬람교는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여성의 사유재산권과 계약의 자유를 인정하는 등 여성에게 비교적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슬람교에도 생리와 관련된 금기는 존재했으며, 사실 이슬람교의 여성 통제에 대해 가장 잘 알려져 있는 ‘베일(히잡, 니캅, 부르카 등)’도 생리와 관련되어 있다.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예언자 무함마드의 언행을 기록한 하디스에 따르면, 여성은 생리를 하게 되는 사춘기에 접어들면 그 때부터 베일을 둘러 몸과 머리를 가려야 한다. 또한, 생리중인 여성은 이슬람교의 중요한 신앙 활동인 기도와 금식에서도 배제된다. 이에 더하여, 하디스는 유대교와 마찬가지로 남편이 생리중인 아내와 성관계를 가지는 것은 금지하고 있지만, 유대교와 달리 생리 중인 여성을 격리할 것을 명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