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매점에서는 과자와 오징어와 햄버거빵과 필기구를 팔았지만 생리대는 팔지 않았다. 지금이라면 간혹 눈에 띄는 생리대 자판기도 그때에는 들어본 적조차 없이 생소한 물건이었다. 그러나 생리대가 급히 필요한 날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법이었고, 그런 날이면 친구들에게 빌리거나 보건실에 가는 규칙이 있었다. 보건실에서 양해를 구하면 생리대를 한 장씩 받을 수 있었다. 그런 암묵적인 제도를 이용하는 학생들 중에서 보건실에서 꾸중을 듣고 돌아오는 케이스도 잦았다.
“생리대 좀 주실 수 있으세요?”
“잘 챙겨서 다니면 될 일인데 왜 그러니. 전교생이 다 와서 생리대 받아 가고, 썼으면 가져와야 하는데 나 몰라라 채워놓지도 않아... ... 여기 이름 적고 내일 하나 가져다 놔라.”
이렇게 생리대를 챙겨놓지 않은 부주의함에 대해 꾸중을 듣고, 다른 학생들의 부적절한 이용 방식에 대해 연대 책임을 지는 식이었다. 물론 나도 혼이 나보았다. 내 물건을 준비하지 않은 것이 맞았으니 맥락 없는 꾸중은 아니라고 느껴졌지만, 가슴 깊이 와닿지도 않았다. 필통이나 수저를 집에 놓고 오듯이, 생리대도 못 챙길 수 있는 것 아닌가.
졸업한 지 한참 지난 지금은 보건 선생님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게 된다. 생리대 구매 명목으로 배정되는 보건실 예산은 얼마였을까? 재고가 늘 부족했을 수도 있겠고, 어쩌면 사비로 구입을 하셨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게 아니라도 쉬는 시간마다 생리대를 꺼내어주고 재고를 체크하자니 정신이 없으셨을 수도 있겠다. 전교생이 일 년에 한 번씩만 생리대를 받으러 온다고 하더라도, 보건교사 입장에서는 하루에 몇 번씩 반복되는 일이니까.
어쩌면 생리대를 구하기 어려운 사유를 알렸다면 선생님도 선뜻 비품을 내주시지 않았을까. 돈이 없어서건 친구가 없어서건 간에 말이다. 가끔 짜증을 내기는 하셨지만 아픈 학생들이 있으면 세심히 살펴주시는 분이셨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사유를 설명하기 어려워서 잔소리를 들었던 학생도, 잔소리를 듣기가 두렵고 부끄러워 아예 발걸음을 하지 못했던 학생도 있었겠지. ‘생리를 하기 때문에 생리대가 필요하다’는 설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여겨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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