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주제의 유용성, 흥미성, 가능성 점검
글의 주제를 점검하고 수정하는 것은 책 쓰기 수업의 중반 이후까지 매번 강조되어야 한다.
처음부터 글의 주제를 잡고 일관되게 흔들리지 않고 추진하는 사람은 없다. 아니, 불가능하다. 다양한 글쓰기 연습을 통해 시작은 가볍게 하고, 주변의 것을 자신의 글쓰기의 재료로 가져와 지속적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통해서 글쓰기의 방향이 잡히기도 한다. 또 그렇게 쓰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글쓰기 취향이나 성향 등을 파악할 수도 있다. 그러면서 서서히 글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큰 주제가 어렴풋이 잡히는 경우가 많다.
이 단계에서 주제를 잡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것에 대해 다음의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 점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첫째는 흥미성이다.
나는 무엇을 제일 쓰고 싶을까. '나만의 책' 쓰기는 무엇보다도 자신이 흥미 있는 주제를 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평양 감사도 저 하기 싫으면 그만!'이라는 말처럼 아무리 좋은 주제라도 내게 흥미가 없으면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다. 억지로 잡은 주제로는 책을 쓰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나는 평소 무엇을 쓰고 싶었을까.'를 찾기 위해, 자기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거기서 '나만의 책'의 주제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자신이 가장 흥미 있어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떠오르는 대로 가볍게 써 보자. 평소 자신의 관심과 취미 등을 생각하며 써 보는 것도 좋다.
둘째는 유용성이다.
책 쓰기란 누군가 읽는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는 행위다.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라면 단지 종이와 잉크의 물리적 결합물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책의 주제는 언제나 자신은 물론 다른 이들에게 선뜻 읽힐 만큼, 나아가 책을 읽고 난 다음 고개가 끄덕거려질 만큼 유용해야 한다. 물론 읽는 이의 가슴이 벅찰 정도로 감동을 줄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
셋째는 가능성이다.
흥미성과 유용성을 곱씹으면서 주제를 설정했다 하더라도 자신이 감당할 수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주제를 정한 뒤에는 스스로 감당할 만한지 아닌지 냉철하게 따져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주제의 범위가 너무 넓거나 막연하지는 않은지, 자료가 지나치게 방대하거나 미흡하지는 않은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학생들에게는 이 점을 강조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조금 쓰다 포기하고 다시 새로운 주제를 잡아 새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혼자서 주제를 결정하고 써 내려가는 것이 부담스럽고 걱정된다면, 함께 글을 쓰는 친구들에게 물어볼 수 있다. 이런 나눔의 시간은 꼭 필요하다. 서로의 주제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여럿의 아이디어가 모아지기도 한다. 생각이 모아지는 과정에서 글쓰기의 방향도 분명해진다. 책 쓰기(글쓰기)를 원해서 참여한 성인 그룹이라면 이 과정에서 자신의 글쓰기 방향이 선명해진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학생 집단에서도 아주 유의미한 시간이 될 수 있다.
우선, 위의 세 가지 고려사항을 바탕으로 자신이 쓸 수 있는 주제를 3-4가지 정리한다.
그런 다음 선정한 주제에 대해 간단한 주제발표 식의 설명을 덧붙이며 자신이 쓸(쓴) 글의 방향을 소개한다. 모임 그룹은 주제발표자의 설명을 듣고 주제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면 된다.
이때,
표를 제시하고 점수를 매겨보는 것도 좋다.
주제와 관련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길수록 좋다.
스스로의 생각에 모임 그룹의 평가가 더해지면, 자신이 써야 할 방향이 보인다.
첫 번째 수업그룹 아이들과의 작업에서는 이 단계에서 혼란이 있었다. 우선, 코로나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서 모둠 활동이 이루어지기 어려웠다. 자리마다 칸막이가 있어서 편한 자리가 마련되지 못했다. 때문에 주제도 혼자서 정하고 흥미성과 유용성, 가능성도 스스로 파악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두 번째 수업그룹에서는 이 단계의 점검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서로의 의견을 진지하게 구하는 모습도 볼 수 있어서 글쓰기 동료로서의 연대와 협력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진도를 착실히 따라와 주는 학생은 주로 교사에게 질문하게 되는 데, 스무 명이 넘는 학생들을 일일이 상대하기는 시간도 벅차고 한계가 있다. 모두의 주제를 일일이 들어주고 정리하고 평가하고 결정하도록 이끄는 것은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모든 학생이 주제의 대강을 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또래집단의 활동은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한 시간이다.
물론 어떤 상황에서도 어떤 관심도 보이지 않는 학생은 늘 있다. 이런 학생들도 글쓰기로 이끌어야 한다면, 처음 주제를 잡는 단계부터 천천히 설명해서 관심을 보일 수 있도록 긴 시간을 들이는 수고가 필요하다. 원고를 누적하기 위해 당일 필요한 주제를 제시해서 완성하게 하는 지도가 있어야 한다.
다음은 주제 평가에 적극 참여했던 학생들의 활동이다.
이 활동은 퍼즐맞추는 활동과 비슷하다. 자신이 채우지 못한 부분을 옆의 친구가 대신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수업에서 각자 작성한 노트를 교환하며 활동하게 한다.
한 학생은 옆 자리의 두 친구에게 점수를 부탁했고 그걸 바탕으로 여러 가능성을 비교해 보았다고 했다. 중학생이 우울증을 얘기하는 것이 어른들에게는 생소하고 이상하게 생각될 수 있지만, 의외로 학생들은 긍정적으로 평가를 했던 것 같다. 우울증은 학생들에게도 현실의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학생은 스스로 평가를 내렸다. 그리고는 나중에 친구에게 물어봐야겠다는 메모를 노트에 적어 놓았다. 이 친구의 경우는 기존에 써 놓은 시 작품이 여러 편 있어서 앞서 목차 구성이나 편집 방향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했던 것으로 보였다.
짝과 함께 하는 활동의 경우에는 책 쓰기에 대한 관심, 주제를 선정하는 것에 대한 생각의 진행 정도가 비슷한 학생끼리 묶어 준다면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글쓰기의 수준이나 생각의 깊이가 다를 경우, 잘 쓰는 학생도 그날의 중심 과제에서 벗어날 수 있으므로 짝 선택은 교사가 어느 정도는 개입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매 시간 강조해야 할 것은 글을 쓰는 학생들의 자신감을 키워주는 일이다.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북돋기 위해 수업 중간중간 학생이 찾은 주제의 장점을 찾고 다양하게 글쓰기 방향을 제시해 주면 좋다.
칭찬은 자주 하고 칭찬의 내용은 구체적이어야 좋다. 상황이 생생하다, 짧은 문장을 잘 활용한다, 문장의 흐름이 매끄럽다, 시작 - 중간 - 끝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구성이 좋다 등등 글에 관한 칭찬도, 집중력이 좋다, 삽화 사용을 잘 한다 등 글 외의 것에 대한 칭찬도 세심히 관찰하고 말해주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