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O, 조직 문화를 바꿔다오!> 1편
누군가에게는 DAO(Decentralized Organization; 탈중앙화 자율조직)가 매우 생소한 개념일 테다. 그래서 내 글이 완전히 새로운 트렌드를 다룬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DAO라는 개념이 탄생한 지도 벌써 10년이 됐다. 혹시 이더리움(ETH)을 아는가? 암호화폐에 한 번이라도 투자한 사람이라면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까지는 들어봤을 것이다.
DAO는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2013년 작성한 이더리움 백서에 처음 등장한다.
주식 시장에 증권 신고서가 있다면, 암호화폐 시장에는 백서(White Paper)가 있다. 암호화폐를 발행한 재단은 백서를 통해 해당 암호화폐에 ▲보유한 기술력 ▲발행량과 락업(일정 기간 매매 금지 조건) ▲향후 활용성 ▲로드맵 등을 담는다.
공모주에 투자할 때 그 회사가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참고하는 것처럼(성일하이텍 공모 다들 성공하셨나요?), 암호화폐에 투자할 때는 백서를 보는 것이다. (추가로 암호화폐의 기술력을 세세하게 다룬 황서(Yellow Paper)도 존재한다)
이더리움 백서에 따르면, DAO는 지분의 67%를 보유한 일원들이나 주주들로 구성된 가상의 법인(Virtual Entity)이다. 왜 67%냐 하면, 구성원 중 3분의 2가 동의해야 DAO 설계 코드를 변경할 수 있어서다. 또한, DAO가 일반 법인과는 달리 대표자가 있거나 등기 절차를 거치지 않기에 '가상의 법인'이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비탈릭 부테린은 2016년 '더 다오(the DAO)'를 출범시켰다. 더 다오는 주인 없는 회사를 지향했다. 투자자가 주도하는 벤처 펀드로, 암호화폐 DAO를 보유한 투자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했다.
투자받기를 원하는 프로젝트가 더 다오에 찾아오면 투자자들이 그 프로젝트에 투자할지를 투표하는 것이다. 만약 투자자 대부분이 동의한 프로젝트에 참여할 의향이 없다면, DAO 토큰을 이더리움으로 환불받는 구조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더 다오는 해킹 사태(추후 번외 편으로 다루겠다)로 인해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지난해부터 DAO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와이오밍 주는 2021년 7월 DAO에 관한 법안을 세계 최초로 제정했다. 암호화폐 분석업체 메 사리(Messari)는 "2022년은 DAO의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그 배경에는 급속도로 확산되는 웹 3.0 생태계가 있다. 현재 모두가 사용하는 인터넷 환경은 웹 2.0이다. 이 글을 연재하는 공간인 브런치조차 웹 2.0에 속한 것이다. 웹 3.0은 유튜브, 구글처럼 대형 IT기업이 네트워크를 장악하던 웹 2.0과는 다르다.
웹 2.0의 가장 큰 문제는 기업이 막대한 권한을 가진다는 점이다. 이용자가 만든 콘텐츠라고 해도 그 데이터는 기업의 중앙 서버에 저장된다. 기업이 콘텐츠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는 의미다.
대표적으로 유튜브는 암호화폐 콘텐츠를 게시자의 동의 없이 삭제한 바 있다. 또한, 웹 2.0 기업의 플랫폼 이용자는 자신이 창출한 수익의 일부를 해당 업체에 수수료로 지불해야 한다.
여기서 웹 2.0 기업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네트워크는 이용자들로 인해 성장한다. 즉, 이용자들이 좋은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야 다른 이용자들이 네트워크에 참여한다.
그럼에도 웹 2.0 플랫폼 이용자는 자신이 네트워크에 기여한 만큼의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생긴다. 유튜브 수익에 대한 수수료가 30%인 점을 고려하면, 콘텐츠 제작자의 몫은 70%에 불과하다.
웹 3.0은 스마트 계약을 활용해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 수수료를 떼어 갈 중개인 없이 설계된 알고리즘(A 작업을 완료할 경우 1 ETH를 지급한다)대로 보상을 준다. 위에서 소개한 '더 다오'의 지향점과 맥락을 같이 한다.
사실 웹 3.0은 '시맨틱 웹(Semantic Web)'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시맨틱 웹은 인공지능(AI) 등을 통해 개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이런 웹 3.0이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하면서 웹 3.0의 의미도 '개인 맞춤형 웹 환경'에서 '이익을 공유하는 웹 환경'으로 확장됐다.
아래의 표를 보면 웹 3.0과 웹 2.0의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DAO는 웹 3.0 패러다임을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조직 형태로 각광받고 있다. DAO에서는 스마트 계약을 활용해 작업물에 대한 보상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웹 3.0의 역사도 상당히 길며, DAO도 등장한 지 10년 정도 지났는데 이 둘이 만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점이 흥미롭다.
그렇다면 DAO는 웹 3.0 생태계에서 다른 구성 요소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다음 글에서는 DAO가 웹 3.0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짚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