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O, 조직 문화를 바꿔다오!> 2편
저번 글에서 DAO(Decentralized Organization; 탈중앙화 자율조직)가 상당히 오래된 개념인데도 최근 다시 주목받는 이유로 '웹 3.0'을 들었다. 웹 3.0은 블록체인을 토대로 이용자가 네트워크 성장으로 얻은 과실을 각자 기여한 만큼 나눠 가자는 패러다임이다.
웹 3.0의 주요 키워드는 소유권(ownership)이다. 웹 2.0에서는 내가 만든 콘텐츠 데이터가 IT기업의 중앙 서버에 저장되는 만큼, IT기업이 검열 차원에서 콘텐츠를 삭제하는 일이 빈번하다.
이와 달리 웹 3.0에서는 콘텐츠가 분산 파일 시스템(IPFS)에 나눠서 저장되기에 누군가가 함부로 콘텐츠를 지울 수 없다. 중개인이 없이 정해진 알고리즘대로 보상이 지급되기에 플랫폼 업체가 수수료를 크게 떼어가는 등의 갑질을 하기 어렵다. 소유권이 보다 강화된 것이다.
웹 2.0의 구성 요소가 플랫폼, 콘텐츠였다면 웹 3.0의 구성 요소는 DAO,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대체불가능토큰(NFT), 메타버스 등이다. 웹 3.0은 암호화폐 생태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암호화폐에 친숙하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각각의 개념을 짧게 설명하고 넘어가겠다.
*디파이: 은행 등 금융 기관을 거치지 않고 스마트 계약을 활용해 가상자산을 예치, 대출하는 서비스.
*NFT: 토큰마다 고유의 값을 부여해 다른 토큰과 대체가 불가능하도록 만드는 기술이자 그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암호화폐. 주로 이미지나 영상의 형태로 보인다. NFT 안에는 그 파일에 대한 정보가 '메타 데이터'라는 형태로 저장된다. 메타 데이터를 토대로 디지털 작품이 원본인지를 가려낼 수 있다. 비트코인과 비트코인끼리는 그 가치가 동등해 교환이 가능하지만, NFT는 NFT마다 각기 다른 가치를 지닌다.
*메타버스: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Universe)'의 합성어. 한 마디로 현실의 일부를 가상으로 구현한 공간이다. 대체로 허구의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게임과는 다르다. 실제로 메타버스는 온라인 친목 도모뿐 아니라 업무의 연장선으로도 쓰인다.
*개인 지갑(전자 지갑): 이용자 본인이 개인 키를 관리하는 지갑. 거래소 지갑은 개인 키를 거래소에서 관리하기에 이용자가 암호화폐를 출금할 때 거래소의 본인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와 달리 개인 지갑에서는 이용자가 바로 암호화폐를 출금하거나 입금할 수 있다. 주로 크롬 브라우저의 확장 프로그램 형태로 제공된다. 메타마스크, 팬텀 등이 대표적인 개인 지갑이다. 개인 지갑은 웹 3.0 서비스 이용 시 로그인의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이더리움 기반 디파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이더리움 지갑 '메타마스크'를 연결해야 한다. 메타마스크의 주소(0x....)가 웹 2.0에서의 ID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이처럼 단어 설명만 보면 다양한 개념들로 존재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들은 웹 3.0 생태계 안에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암호화폐 리서치 업체 '메사리(Messari)'는 이들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명쾌하게 풀어냈다.
“웹 3.0은 하나의 국가다. 메타버스가 영토라면,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이며, 암호화폐와 NFT는 그 위에서 사용되는 디지털 재화다. 이용자들은 DAO라는 규율 하에 국가를 다스린다.”
DAO는 조직이면서도 웹 3.0에 이용자들이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를 안내하는 규칙인 셈이다.
아직까지 메타버스 위에서 웹 3.0 생태계가 제대로 조성되지 않았기에 위의 설명에서 메타버스를 걷어내면 DAO, 디파이, NFT 이 세 가지가 남는다. 메사리는 NFT를 재화라고만 소개했지만, NFT는 웹 3.0에서 거래되는 재화이자 본인의 신원을 인증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프롤로그에서 설명한 대로 DAO에서는 익명의 구성원들이 활동한다. 구성원이 실제로 DAO에 속해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를 NFT가 해결한다. NFT는 고유의 값을 갖고 있으며, 그 소유자의 지갑 주소도 저장하고 있다. 만약 DAO에의 접근을 요청한 계정의 지갑 주소가 NFT 소유자의 지갑 주소와 일치하지 않으면 DAO에서의 활동이 차단된다.
개인적으로 정리한 DAO, NFT, 디파이의 관계는 다음과 같다.
웹 3.0은 추상적인 개념이다. 참여자들은 DAO라는 형태로 웹 3.0에 접근하게 된다. DAO 조직원으로 활동하기 위해선 해당 DAO가 발행한 NFT를 보유해야 한다. 그 NFT가 익명성의 세상에서 나를 증명하는 또 다른 자아가 된다. (NFT 사진을 프로필로 걸어두는 것을 주로 PFP라고 한다.) DAO는 주로 디파이와 맞물려 있다. 디파이 플랫폼에 USDC(USD코인), USDT(테더)와 같은 스테이블 코인을 예치하고 그 대가로 거버넌스 토큰을 지급받는다. 그 거버넌스 토큰이 많을수록 DAO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 스테이블 코인이 뭔가요? 그리고 왜 법정화폐가 아닌 스테이블 코인을 예치하나요?
=> 스테이블 코인은 법정화폐에 그 가치를 일 대 일로 연동한 암호화폐.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은 스테이블 코인이 아니라는 회의론이 많아서 제외) '1 USDC=1 달러'로 가치가 고정되어야 하는 만큼, 그 변동성이 다른 암호화폐보다 훨씬 낮다. 미국 정부는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가 미국 달러와 국채를 실제로 보유한 만큼만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도록 하는 규제를 준비 중이다.
=> 법정화폐를 해외 디파이 서비스에 바로 예치하면 외환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 또한, 해외 송금 시 스위프트(Swift) 망을 이용하는데 그 수수료가 암호화폐를 바로 보낼 때보다 높다. 게다가 돈이 도착하기까지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보통 웹 3.0에서는 암호화폐를 주고받는 것을 선호한다.
이번 편은 웹 3.0 생태계 내 DAO의 역할을 짚어봤다. 다음 편은 DAO를 조직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물을 소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