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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아서 병난 여자 Oct 24. 2021

집에서 살림하고 애도 보고 돈도 버는 엄마입니다

재택근무하는 프리랜서 방송작가라고 하면 엄마들이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는 똑같습니다.

‘좋겠다!’

약간의 부러움으로, 약간의 시기심으로. 그런 말을 엄마들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압니다. 집에서 애만 보고 살림만 하자니 당장 몇 푼이 아쉽고, 그렇다고 나가서 돈을 벌자니 애를 맡길만한 데도 없거니와 마음도 편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둘 중에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죠. 그러면서 꿈꿉니다. 집에서 애도 보고, 살림도 하고, 돈까지 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입니다.


다른 엄마들의 그런 반응을 접할 때마다 그래서 얼른얼른 손사래를 치며 말합니다.

‘아니에요. 얼마나 힘든데요. 차라리 출근해서 일하는 게 훨씬 나아요!’

그 말은 반은 진실이고 반은 거짓입니다.


일터와 가정이 분리되지 않은 삶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라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입니다.  솔로라면 그나마 낫죠. 하지만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집에서 일을 하면서 육아와 가사까지 전담하는 것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지옥과도 같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아기띠로 업고 서서 글을 썼고, 글을 쓰다 세탁기를 돌리고 글을 쓰다 밥을 하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출연자와 전화통화라도 해야 할 때는 방문 밖에서 우는 아이를 무시한 채 문을 잠그고 프로페셔널한 방송작가인 척해야 했죠. 쫓기는 마음을 애써 숨기고 통화를 마치고 난 다음에는 문을 열고 나와 아이와 같이 통곡하던 날들이 허다합니다.


그것마저 이제는 추억이 되었지만, 세 아이가 이제 어느 정도 자란 지금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 사이 ‘먹고사는 글쓰기’가 아닌 ‘나를 위한 글쓰기’를 시작하자 글쓰기에 대한 목마름이 더욱 간절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알람 소리가 저를 깨웁니다. 핸드폰에는 평균 5개 이상의 알람이 있고, 타이머는 수시로 맞춰놓아야지만 적어도 그나마 사람답게 살 수 있습니다. 정신없이 글을 쓰다가도 알람이 울리면 아침밥을 하고, 알람이 울리면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오후에 알람이 울리면 막내를 픽업하러 갑니다. 그러다 또 알람이 울리면 저녁 준비를 하다가 다음 알람에는 삼 남매를 픽업하러 학원으로 갑니다.  


어쩔 때는 왜 이리 종종거리며 사나 싶어서 다 포기하고 싶기도 하고, 또 다른 때는 하루 종일 마음 편하게 책 읽고 글 쓰고 싶다는 생각에 설움이 올라올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정합니다. 글을 쓰며 재택근무를 했기에 세 아이를 이만큼 키울 수 있었습니다. 세 아이 모두 3년간 가정보육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덕분이요, ‘엄마, 지금 너무 바빠’라고 매몰차게 아이를 밀어내던 순간도 있었지만, ‘이따 애들 자면 밤에 하지 뭐’ 하고 잠시 일을 미룰 수 있던 것도 덕분입니다. 갑자기 소나기가 와서 학교로 아이들을 데리러 갈 때면 또 중간에 글쓰기를 멈췄다며 투덜거리지만 이렇게 엄마가 집에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싶어 집니다.


워킹맘과 전업맘. 그 중간에 있는 프리랜서맘. 모두가 엄마라는 이유로 종종거리며 살아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집에서 애 보면서도 돈도 버는 엄마’인 저는 그들의 부러움 어린 시선을 받을 때마다 괜히 미안해져 ‘아니에요.’ 라고 손사래를 치게 됩니다.


이제 더 이상 미안해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의 이야기가 당신의 이야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이제 와서 방송작가가 될 순 없지만, ‘글을 쓰는 엄마’는 확실히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새로운 인생도 ‘나를 위한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새롭게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면 인생이 바뀝니다. 인생이 바뀌지 않아도 오늘 하루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꾸준히 글을 쓰면 그게 돈벌이가 되기도 합니다. 설령 돈벌이가 되지 않더라도 세상을 보는 시야가 달라지고 그 힘으로 돈벌이가 되는 새로운 일을 찾기도 합니다. 게다가 글쓰기는 그 어떤 재능 없이도, 그 어떤 자본 없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나와 가족을 먹이고 살리는 글쓰기. 그러기에 이제 당신이 자신 있게 말했으면 좋겠습니다.


‘엄마, 글 쓰고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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