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두고 글을 쓰겠다고 했을 때, 모두가 반대했다.
팀장부터 부장, 실장까지 하나같이 나를 붙잡고 안정적인 직장을 왜 포기하느냐고 물었다. 속으로는 다들 생각했을 것이다. 글을 아무리 잘 써도 먹고살기 힘들다고.
나도 의문이 들었다. 정말 글을 쓰며 살아도 되는 걸까.
그럼에도 나는 글을 쓰고 싶었다. 스스로를 믿고 싶었다. 하지만 무명 작가의 글을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내 책이 세상에 나왔지만, 아무도 내 글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출간의 기쁨은 잠깐이었고, 실패의 느낌은 길었다. 내 선택이 틀린 것일까.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생계를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 글과는 점점 멀어진다는 기분이 들었다. 글을 그냥 취미로 남겨야 할까, 이 길을 계속 가는 게 맞을까. 끝없이 질문이 이어졌다. 내가 나를 너무 과대평가한 건 아닐까.
그때 나를 붙잡아 준 건 친구였다. 국문과 출신인 그 친구는 진심으로 말했다.
"너의 소설은 재미있어. 술술 읽혀. 이런 건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야. 너는 타고난 재능이 있어."
그 말이 없었다면, 나는 이미 다른 일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친구의 진심 어린 말은 버티게 해 주는 힘이 되었고, 조금만 더 견뎌보기로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글을 쓰던 어느 날, 출판사에서 메일이 왔다.
앞으로 계약된 작품이 있으신가요.
그 짧은 메일은 내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줬다. 출판사와 미팅을 하고, 선인세를 받으며 작가로서의 길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내가 가는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생겼다.
여전히 글로 먹고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나는 글을 놓지 않았다. 친구의 말과 나를 믿는 작은 용기가 나를 붙잡아 줬기 때문이다. 이제는 안다. 실패는 피할 수 없는 거였다. 하지만 그 실패 속에서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는 게, 결국 내가 가야 할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