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가치는 겉모습이 아닌, 담을 수 있는 깊이에서 드러난다
나이를 먹어가며 취향이 바뀐다는 말, 이제는 그 말이 실감 난다. 예전에는 그릇에 관심을 가질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그저 밥을 담는 도구일 뿐, 내 취향의 영역 밖에 있던 그것들이 어느 날부터 하나둘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SNS에서 예쁜 그릇에 좋아요를 누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생각지도 못한 순간이었다.
그때 불쑥 이런 생각이 스쳤다.
예쁘면 뭐 해.
그릇은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담는 기구다. 음식이든 물건이든, 용도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예쁜 그릇은 보는 즐거움을 주고, 식탁을 빛내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릇의 본질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결국, 그릇은 그저 담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 아닐까. 그릇의 가치는 그 기능에 충실하면 충분한 것 아닐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나도 그릇과 다르지 않겠구나.
사람도 결국 자신이 얼마나 크고 넉넉한 그릇인가가 중요하지 않을까? 아무리 예쁘게 보인다 해도, 그 그릇이 아무것도 담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일까. 사람도 마찬가지다. 외형이 아름답다 해도 그 안이 비어 있다면, 그 사람의 진정한 가치는 드러나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건 무엇을 담아낼 수 있느냐다.
나는 크고 넉넉한 그릇이 되고 싶다.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는 사람, 더 많은 경험과 감정을 품을 수 있는 사람. 그릇이 넓어질수록 담기는 것이 많아지고, 그만큼 그릇의 가치도 커진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저 겉모습만 아름다운 사람이 아닌, 깊이와 넉넉함을 지닌 사람. 더 많은 것을 수용할 수 있는 그릇 같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