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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세연 Oct 16. 2024

나를 물들이는 섬, 나를 담는 색

살아온 시간들이 나만의 섬을 만든다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하나의 섬이 되어 간다.


그 섬은 저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의 섬은 울창한 숲으로 가득 차 생명력이 넘친다. 또 어떤 이의 섬은 파도만이 고요히 밀려오는 평온한 공간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저마다의 섬을 빚어가는 존재다. 그 섬은 살아온 시간과 경험, 그리고 수많은 선택들이 겹겹이 쌓여 나만의 색으로 물들어 간다.


어느 날, 누군가 내게 말했다.


너만의 색을 가져.


그 말이 내게 다가왔을 때, 마음속엔 알 수 없는 불편함이 스며들었다. 이 사람이 나를 얼마나 알기에 내 색을 논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나조차 아직 온전히 알지 못한 내 색을 누군가가 쉽게 언급하는 것이 당황스럽고 불쾌하게 느껴졌다. 마치 내 안의 어떤 부분이 미완성 상태로 남아 있음을 지적받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그 말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어쩌면 그 말은 타인의 충고가 아니라, 내가 나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남들이 보는 색이 아니라, 내 안에서 자연스럽게 빚어지는 나만의 색을 찾아야 한다. 그 색은 나의 경험과 삶의 흔적 속에서 우러나올 것이다.


그래서 결심했다. 나만의 섬을 만들기로. 그 누구도 쉽게 평가할 수 없을 만큼 깊이 있고 고유한 색을 지닌 나만의 섬을. 울창한 숲과 맑은 바다가 어우러진,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아름답고 넉넉한 공간을 꿈꾸기로. 나의 섬은 오롯이 내가 빚어가는 공간이며, 그 안에는 내 삶의 모든 순간들이 담겨 있을 것이다.


나의 색은 내가 결정한다. 스스로 만들어가는 섬, 그 섬이 나의 진정한 색이자 나의 정체성이다. 그 섬은 시간과 함께 더 넓어지고 더 깊어질 것이다. 나는 그 섬을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색으로 물들여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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