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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세연 Oct 11. 2024

그릇의 크기

나이를 먹어가며 취향이 바뀐다는 말, 이제는 그 말이 실감난다. 예전에는 그릇에 별다른 관심을 가질 것이라곤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밥을 담는 도구일 뿐, 내 취향의 영역 밖에 있던 그것들이 어느 날부터 점점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문득 SNS에서 예쁜 그릇에 '좋아요'를 누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말이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쁘면 뭐해."


그릇은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담는 기구다. 음식이든, 물건이든, 용도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예쁜 그릇은 보는 즐거움이 있다. 시각적인 만족을 주고, 식탁을 더 빛내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릇의 본질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결국, 그것은 그저 담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그릇의 가치는 그저 그 기능에 충실하면 충분한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나도 그릇과 다르지 않겠구나."


사람도 결국, 자신이 얼마나 크고 넓은 그릇인가가 중요하지 않을까? 겉으로 보기에 아무리 예뻐 보인다 해도, 그 그릇이 아무것도 담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사람도 마찬가지다. 외형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그 안에 담긴 것이 부족하거나 공허하다면, 그 사람의 진정한 가치는 드러나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건 무엇을 담아낼 수 있느냐이다.


나는 그저 크고 넉넉한 그릇이 되야겠다고 생각했다.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는 사람, 더 많은 경험과 감정을 포용할 수 있는 사람. 그릇은 크면 클수록 담는 것이 많아지고, 그만큼 그릇의 가치는 올라간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저 예쁘게 보이는 사람이 아니라, 깊이와 넓이를 지닌 사람, 더 많은 것들을 수용할 수 있는 그릇 같은 사람.


신세연 드림.

이 글은 과거의 제가 쓴 기록이며,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님과 저를 이어주는 조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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