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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세연 Nov 27. 2024

흔들려도 다시 걷는 법

11월 끝에서 찾은 내 마음의 길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내 마음은 한숨에 흩날리는 민들레 홀씨 같았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내 마음은 어쩐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차가운 바람이 옷깃 사이로 스며들고, 연말이 서서히 다가오는 이 계절이면,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쌓여 있던 낙엽이 흩어지는 기분이 든다. 참 이상하게도, 나의 11월은 늘 추웠다.


나는 열심히 달려왔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도 멈추지 않고, 눈앞의 횡단보도를 건너 또 건넜다. 초록불이 켜지길 기다렸고, 신호가 들어오면 다시 달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신호가 켜질 기미조차 없었다. 멈춰 선 채 문득 생각했다. 이 길이 정말 맞는 걸까?


달려온 길이 옳은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마음 한구석에 조용히 피어오르던 불안감은 서리를 맞은 들꽃처럼 차갑게 번졌다. 결국, 지난날을 돌아보며 흔들리는 갈대처럼 회의감에 잠기고 만다.


하고 싶은 일은 너무 많다.
그런데 길에는 제약이 많다.
제약이 많으니,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렇게 나는 나날을 축내며, 시간과 함께 흘러가고 있었다.


슬럼프일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슬럼프란 한때 잘하던 이가 잠시 주춤하는 상태다. 한 번도 그렇게 잘난 적 없었던 나는 슬럼프를 겪을 자격조차 없는 건 아닐까. 이런 나에게 지금의 정체는 지독한 시험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 법이다. 내가 걸어온 길이 아무리 황량해 보여도, 단단히 다져온 길이라면 결국엔 또 봄이 찾아오지 않을까.


몇 번이나 쓰러져도 일어나 걸었던 나의 길. 길목마다 시련과 역경이 놓여 있었고, 나는 그 길을 걸어왔다. 바닥에서 일어설 때마다 쌓인 경험과 남긴 흔적들이 나를 앞으로 밀어내던 힘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도, 이 모든 발걸음도 어딘가에 뿌리내리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게 믿고 견디는 일이다.


어느새 내 뒤에는 선명한 발자국들이 남았다. 작년 11월의 나도 지금의 나와 같았다. 그랬던 나를 떠올리니 오늘의 깊은 수심도 언젠가 스쳐 지나갈 것만 같아 묘한 안도감이 든다.


겨울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세상은 겨울잠을 준비하지만, 나는 잠들지 않을 것이다. 다시 달릴 것이다. 넘어지더라도 일어서면 된다. 내겐 튼튼한 두 다리와 멈추지 않는 심장, 그리고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투지가 있다.


이제 나는 내년의 나를 기대한다. 흔들리지 않는 마음과 단단한 발걸음으로 더 멀리, 더 빛나는 곳을 향해 나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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