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화 속에는 엄마 없는 아이들이 많다. 유년에 엄마를 잃어버린 나는 엄마의 모델을 데려올 수 없었다.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작인 「무스탕 마네킹」부터 역사동화 『독립군이 된 류타』도 그렇고, 『고블린 행성의 추방자들』도 등장인물에 엄마가 없다. 『가야, 새로운 하늘을 여는 아이들』 역시 엄마가 부재한다.
특히 『고블린 행성의 추방자들』은 가출한 청소년의 이야기이다. 내가 경험했던 어릴 적 가출 모티브를 가져왔지만, 학교 밖 아이들의 아픔을 함께하고 싶었다. 나는 이 아이들이 세상에서 받은 상처로 지쳐서 울 때, 보듬어 등을 다독거려 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이런저런 상을 받은 『독립군이 된 류타』 역시 작품 속에 엄마가 등장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조정래 작가의 아리랑이 아니었으면 나오기 어려운 작품이었다. 나는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으로 한국전쟁의 아픔을 알게 됐고, 『아리랑』으로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아픔을 알게 되었다. 『아리랑』 은 이후 다시 구입해서 읽었다. 등장인물인 수국이와 소화, 정신대 이야기, 하와이로 간 신부며 결국은 돌아오지 못한 강제 징용자들……. 전 세계 곳곳에서 일제의 만행으로 죽어간 낮은 곳 사람들의 눈물 아래에 수많은 밑줄을 그었다. TV에서만 얼굴을 보았던 조정래 작가는 좁쌀만 한 내 문학의 큰 산이었다.
『가야, 새로운 하늘을 여는 아이들』 역시 작품 속에 엄마의 역할이 없다. 가야의 구지가가 탄생하는 과정을 지배자 김수로의 관점이 아닌 피지배자인 변한 구야국 아이들의 관점에서 창작한 작품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역사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첫 동화책 『떡 할머니 묵 할머니』 는 엄마가 들려주다 멈추었던 이야기 한 편이 실려 있고, 역사탐험 동화 『반짇고리의 비밀』도 엄마는 등장하지만, 엄마의 역할이 없다. 해방 직후 귀국선에 오른 한국인 강제노역 피해자 수천 명이 의문의 폭발로 생매장당한 ‘우키시마호’ 사건을 다뤘다.
시집 『태양의 뒤편』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지원금으로 발간했다. 나는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을 시로 썼다. 그래서 내 시는 습하고 우울한 게 많다. 청승스러운 시집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었지만, 『태양의 뒤편』은 내가 목 놓아 운 삶의 기록이다.
시집 『후루룩 라면』은 시와 단절하기 위해 발간한 시집이다. 『태양의 뒤편』에 수록하지 못했거나 발표한 작품, 내 찌꺼기 시를 모은 시집이다. 책으로 발간되지 않으면 시에 대한 미련이 남을 것 같아 발간하고도 숨겨놓은 부끄러운 시집이다.
동화를 쓰기 전에, 나는 화가 많은 사람이었다. 사랑을 받아본 적 없으니, 사랑을 주는 방법을 모르고 내 아이들을 키웠다. 잃어버린 내 어린 날을, 동화를 통해 위로해 주고 싶었다. 두 딸은 내가 동화를 쓰면서부터, 그리고 방과후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부터 웃음이 늘고 편안해졌다고 한다. 동화는 상처 난 내 유년을 치료해 준 글이었다.
곡비는, 양반의 장례 때 행렬 앞에 가면서 곡을 하는 계집종을 이르는 말이다. 내가 세상의 낮은 곳에서 살아왔듯이, 내가 쓰는 글이 낮은 곳에 사는 아이들의 곡비가 되었으면 한다. 내 동화가 상처 난 아이들을 위해 진정으로 울어주는 글이기를, 이 울음이 조금이라도 가까이 아이들에게 다가가 위로가 되어주는 글이기를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