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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빛구슬 Feb 09. 2021

날이 따뜻해지니 몸이 부지런해진다

봄맞이 화분갈이.

 날이 따뜻해졌다. 이런 날은 집에 있기가 아깝다. 마땅한 약속이 없더라도 밖으로 나가야 한다. 신선한 바람을 쐬고 와야 아낌없이 마음을 내어준 날씨에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을 것 같다. 코로나 시대니 거창한 장소를 정할 필요는 없다. 그저 가까운 산에 올라 마음만이라도 씻고 오면 족하다. 마음이 행동을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행동이 마음을 변화시켜줄 차례가 된 것이다. 몸을 움직여 삶의 의지를 채워 넣어야 할 차례다.


 입춘이 지났다는 건 봄에 들어섰다는 뜻이리라. 봄맞이를 하라는 신호다.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건 자연의 일부인 인간으로 해서는 안 되는 책임 유기다. 자연의 소리에 반응을 해야 한다. 바람을 쐬러 간 김에 봄에 가장 어울리는 일, 봄의 싱그러움을 데려오기로 했다. 아직은 땅속에 잠들어 있는 작은 생명을 깨워낼 새로운 생명을 입양하기로 한 것이다.


 농원으로 들어섰다. 그곳엔 진작 봄이 와 있었다. 새싹이 돋고 초록의 화초가 황홀하게 푸르렀다. 너무나 푸르러서 그 푸르름이 가짜 같았다. 우습다. 너무 푸르르니 가짜 같다니. 진짜의 모습이 본래 그 모습이었는데 그 모습에서 가짜의 모습을 보았다. 어쩌면 우리는 가짜가 익숙한 세상에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세상을 보는 바른 눈이 필요한 시대다.


 작은 플라스틱 화분이 부담스러워 보이는 화초를 구입했다.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게 작은 집에서 몸도 못 움직이고 있는 화초가 짠해 보였다. 마침 집에는 비어있는 화분도 있다. 손에 들린 두 개가 내 마음처럼 가볍다. 흙도 한 보따리 샀다. 집에 와서 큰 화분에 옮겨 심으니 비로소 자신의 집을 찾은 듯한 화초가 늠름해 보였다. 적재적소. 손에 흙을 묻힌 김에 비어있는 또 다른 화분에 잘 자라기로 소문난 화초를 한 줄기 꺾어 심었다. 그들이 자라는 모습도 지켜봐야겠다.


 밤이 되니 날씨가 싸늘하다. 자신의 집이 익숙지 않은 화초들에겐 어울리지 않는 날씨다. 마음이 편해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뿌리를 내릴 때까지는 따뜻한 곳에서 키워야겠다. 거실로 화분들을 옮겼다. 봄이 내어준 마음이 익숙해질 즈음에 화분을 내어주어야겠다. 그때쯤이면 화초들도 당당하게 봄의 마음을 받아들이겠지. 그들의 무한한 성장을 기대한다.

작은 플라스틱 화분에서 어떻게 숨쉬었을까 싶을 정도로  커다랗게 자란 화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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