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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Jul 03. 2021

와줘서 고마워

열여섯의 너희들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신설학교랍니다. 올해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데  학생들은 대부분 인근 학교에서 전학을  학생들이에요. 입학생은 모두  그대로 우리 학교 신입생으로 채워졌지만, 2학년 그리고 3학년 학생들은 전입생이 있어야만 꾸려질  있었지요.


고입을 앞둔 3학년 시기에 전학을 결정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거예요. 정든 학교, 친구들과 이별하고 새롭고 낯선 공간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모를 시간에 자기를 걸어본다는 것. 학생에게도 학부모님에게도 고심하게 되는 결정이 아니었을까요? 물론 이사나 통학 거리 때문에 전학 온 학생들도 많이 있지만, 그럼에도 쉬운 선택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각 가정마다, 학생마다 그 수만큼의 갈등과 고민이 있었겠지요.


그래서 저는 우리 3학년 학생들을 볼 때 특별한 고마움을 느낍니다. 이 학생들이 있기에 제가 여기에 3학년 담임으로 있을 수 있는 것이고, 우리 학교도 온전한 세 발로 설 수 있게 된 것일 테니까요. (다른 학년 선생님들도 이걸 꼭 알아주셔야 할 텐데 말입니다^^) 3학년 학생들 중에 첫 전교 회장도 나오고, 우리 학교 첫 졸업생도 나올 수 있게 될 테니까요. 항상 학생들에게 이야기하곤 합니다. 여러분이 우리 학교 1회 졸업생이라고.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져도 된다고. 그리고, 와줘서 많이 고맙다고. 있어줘서, 고맙다고.


그 중에서도 특히-당연하다고도 할지 모르겠지만-저에게는 우리반 학생들이 너무 애틋하고 소중합니다. 어디서 이렇게 어여쁜 아이들이 와서 모여있나 싶을 만큼, 한 사람 한 사람 영롱하게 빛을 내는 귀한 사람들이지요. 한 사람 한 사람의 눈빛, 표정, 말투. 하나하나 마음에 담아두고 싶어요. 그게 어떤 어색함이든, 귀여움이든, 킥킥유발자들의 까불거림이든 말입니다. 하나하나 제게는 모두 사랑스러워요.


이 학생들이 완벽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학생들이 모두 소위 '모범생'이어서 아끼는 것도 아닙니다. 저조차도 그런 사람이 아닌걸요. 그저 그 친구이기에, 저마다 다른 생각과 스토리를 가진,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바로 그 사람이기에 사랑스럽습니다. 사랑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미 사랑스럽습니다. 글을 쓰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표정과 눈빛이 머릿속에서 하나하나 스쳐 지나갑니다.


학생들이 담임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인지, 혹은 원래 훌륭한 학생들이어서인지-아무래도 후자가 맞는 것 같습니다-학교 생활도 참 즐겁게, 열심히 해주고 있어 그 또한 늘 고마운 마음입니다. 매일 학교에 나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당연한 일 같아 보이지만, 우리는 알고 있지요. 이 사건사고 많은 세상에서, 몸도 마음도 다치기 쉬운 세상에서, 매일 아침 나와 교실에 제시각에 앉아 있는 것이 당연한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그럴 뿐 아니라, 자기의 맡은 바를 성실히 하려고 노력하고 친구들과도 재미나게 지내려 애쓰는 모습이 을매나 예쁘다고요.


이 학생들과의 2021년을 기록해 보려 합니다. 사진은 3월 2일, 학생들과의 첫 만남이 있던 날 교실 칠판에 붙여둔 메시지예요. " W E L C  ♥ M E  " 학생들에게 이야기하곤 합니다. 우리 교실이, 서로를 환대하는 공간이면 좋겠다고. 선생님은 학생을, 학생들은 선생님을, 그리고 친구들 서로서로가. 그 어느 누구에게든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고. 고맙고 감사하게도, 많은 교과 선생님들께서 우리반에서 수업하면 너무나 즐겁다는 후문을 많이 들려주고 계십니다. 처음엔 가장 수줍어하고 조용한 반이었는데, 지금은 조용히 좀 하라고 잔소리할 만큼 서로 무지 친해졌어요. 이 친구들의 잔망미도 기록해보렵니다. 기대해주세요. :-)


지금은 기말고사 기간이라 다들 공부로 애쓰고 있어요. 지친 우리 학생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전하고 싶습니다. 올해가 절반이나 지나가버렸다는 사실이 너무 아쉽고 아깝습니다. 남은 한 해 더 즐거운 스토리를 함께 써나가기를 바라며. 우리반, 오늘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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