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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Jul 09. 2021

갑자기 선생님 캐리커처

누가누가 닮았나

우리반 S가 칠판에 그린 그림입니다. 원래 이 그림이 있기 전에 <3학년 *반 픽처모음집>이라며 각종 그림들이 현란하게 그려져 있었는데, 그림의 수위(?)가 약간 세지고 있어서 "얘들아, 우리만 있으면 괜찮은데 수많은 선생님들이 오가시는 공간에 이런 그림은 음 좀 뭔가 오해받을 수도 있겠지?" 하고 양해를 구하며 일단 지웠답니다. 그 자리에 하나씩 더해지고 있던 그림들이지요.


선 몇 개로 그린 사소한 그림처럼 보이지만, 선생님들의 각자의 특징을 놀랍게 잡아내어 표현을 너무 잘해서, 보는 선생님들마다 깜짝 놀라 찍어가시기도 했답니다(S야, 알고 있니?). 어떤 분들은 따로 사진 보내달라고 하셔서 톡으로 보내드리기도 했다지요. 후후. 학생들은 알까요, 선생님들이 이런 사소한 것들을 재미있어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학생들에게-학생들 스스로가 느끼고 있는 것보다-훨씬 더, 아주아주 많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사랑은 표현하는 거라는데, 말하지 않으면 잘 느끼기는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난 교실에서 눈에 잘 띄지 않겠지'라고 생각하는 학생이 있나요? 바로 그런 학생들에게도 선생님들은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답니다.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은 '이 학생에게 우리는 어떤 도움을 주면 좋을까?'를 함께 고민하기도 하지요. (물론 갈수록 개인정보가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에 사적인 정보는 교사들도 함부로 주고받거나 하지 않습니다. 다만, 학생들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보다 교사들이 실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지요. 아마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그럴 거예요)


요즘 학생들은 선생님들에게는 별 관심 없는 경우가 많고, 자기의 문제로 이미 골몰해 있는 겨우가 대다수입니다. 어릴 때부터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및 각종 학원과 온갖 센터나 과외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이제 학생들에게 선생님은 일일이 관심을 갖기에는 '너무 많은' 외부인이 되어버렸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세대가 주변에 관심 둘 데가 별로 없던 학창시절과는 달리, 요즘 학생들은 굳이 선생님에게 관심 갖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교사들도 어느 정도는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귀여운 마음을 만나면 선생님들도 무장해제됩니다. 뜻밖의 귀여움과 잔망스러움에 "아이고 이것좀봐, 너무 귀여워 호호" 하면서 반응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게 즐겁고 작은 파장을 일으켜준 그림입니다. 다시 봐도 너무 신기하네요. 아니 어쩜 이렇게 각각의 선생님들과 매치되게 잘 그렸지? 이건 아래 추가된 그림에서 더 두드러지는데요.




아까 그림에 기술, 과학, 체육, 창체 선생님이 추가되었습니다. (잘린 부분은 우리반 회장님이라고^^ 학생 이름이 써있고 해서 가렸습니다)

아아, 이분들을 직접 아는 우리들로서는 빵터지는 그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어쩜 이렇게 똑같이 표현을 잘했지? 누가 봐도 부인할 수 없는 그림들이랄까요. 밑에 과목 이름이 안 써 있어도 우리학교 샘들이라면 누구라도 매치할 수 있을 것 같은 ㅋㅋㅋ


그래도 담임이라고 저를 맨 처음에 그려줬네요. ^^


시험 끝나고 한창 여유를 누리고 있을 우리반 학생들, 모두 잘 쉬고 있겠지요? 이 글을 읽을 학생이 몇이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ㅎㅎ

코로나 19 상황이 심상치 않아 다음 주 등교수업일수는 줄어들고, 방학식은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 학생들과 함께 보내는 한 학기가 벌써 거의 다 지나가 버렸다니, 시간은 어쩜 이리 야속하게도 빠른가요. 원래는 언제 방학이 오나, 하면서 기다리곤 했었는데 올해는 다른 학교에 근무할 때보다 방학식 자체가 약간 빠르기도 하지만, 뭔가 휘리릭 지나가버린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2학기는 더 빠르게 지나가버릴 텐데 말이에요.


기말고사 끝나고 나서 원래 반별 구기대회도 하고, 우리반 단합대회 겸 게임도 하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모두 무산되었습니다ㅠ.ㅠ

너무 아쉽지만, 그래도 모두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방학을 맞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죠. 한 학기 동안 아픈 사람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줘서 고마워 얘들아. 때로는 대학생처럼 때로는 유치원생처럼, 어른스러움과 귀여움을 두루 갖춘 우리반 어여쁜 아이들. 너희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 선생님 마음을 잊지 마. 언제나 말하지만 사랑합니다. 모두 좋은 주말 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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