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의 너희들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신설학교랍니다. 올해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데 이 학생들은 대부분 인근 학교에서 전학을 온 학생들이에요. 입학생은 모두 말 그대로 우리 학교 신입생으로 채워졌지만, 2학년 그리고 3학년 학생들은 전입생이 있어야만 꾸려질 수 있었지요.
고입을 앞둔 3학년 시기에 전학을 결정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거예요. 정든 학교, 친구들과 이별하고 새롭고 낯선 공간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모를 시간에 자기를 걸어본다는 것. 학생에게도 학부모님에게도 고심하게 되는 결정이 아니었을까요? 물론 이사나 통학 거리 때문에 전학 온 학생들도 많이 있지만, 그럼에도 쉬운 선택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각 가정마다, 학생마다 그 수만큼의 갈등과 고민이 있었겠지요.
그래서 저는 우리 3학년 학생들을 볼 때 특별한 고마움을 느낍니다. 이 학생들이 있기에 제가 여기에 3학년 담임으로 있을 수 있는 것이고, 우리 학교도 온전한 세 발로 설 수 있게 된 것일 테니까요. (다른 학년 선생님들도 이걸 꼭 알아주셔야 할 텐데 말입니다^^) 3학년 학생들 중에 첫 전교 회장도 나오고, 우리 학교 첫 졸업생도 나올 수 있게 될 테니까요. 항상 학생들에게 이야기하곤 합니다. 여러분이 우리 학교 1회 졸업생이라고.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져도 된다고. 그리고, 와줘서 많이 고맙다고. 있어줘서, 고맙다고.
그 중에서도 특히-당연하다고도 할지 모르겠지만-저에게는 우리반 학생들이 너무 애틋하고 소중합니다. 어디서 이렇게 어여쁜 아이들이 와서 모여있나 싶을 만큼, 한 사람 한 사람 영롱하게 빛을 내는 귀한 사람들이지요. 한 사람 한 사람의 눈빛, 표정, 말투. 하나하나 마음에 담아두고 싶어요. 그게 어떤 어색함이든, 귀여움이든, 킥킥유발자들의 까불거림이든 말입니다. 하나하나 제게는 모두 사랑스러워요.
이 학생들이 완벽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학생들이 모두 소위 '모범생'이어서 아끼는 것도 아닙니다. 저조차도 그런 사람이 아닌걸요. 그저 그 친구이기에, 저마다 다른 생각과 스토리를 가진,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바로 그 사람이기에 사랑스럽습니다. 사랑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미 사랑스럽습니다. 글을 쓰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표정과 눈빛이 머릿속에서 하나하나 스쳐 지나갑니다.
학생들이 담임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인지, 혹은 원래 훌륭한 학생들이어서인지-아무래도 후자가 맞는 것 같습니다-학교 생활도 참 즐겁게, 열심히 해주고 있어 그 또한 늘 고마운 마음입니다. 매일 학교에 나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당연한 일 같아 보이지만, 우리는 알고 있지요. 이 사건사고 많은 세상에서, 몸도 마음도 다치기 쉬운 세상에서, 매일 아침 나와 교실에 제시각에 앉아 있는 것이 당연한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그럴 뿐 아니라, 자기의 맡은 바를 성실히 하려고 노력하고 친구들과도 재미나게 지내려 애쓰는 모습이 을매나 예쁘다고요.
이 학생들과의 2021년을 기록해 보려 합니다. 사진은 3월 2일, 학생들과의 첫 만남이 있던 날 교실 칠판에 붙여둔 메시지예요. " W E L C ♥ M E " 학생들에게 이야기하곤 합니다. 우리 교실이, 서로를 환대하는 공간이면 좋겠다고. 선생님은 학생을, 학생들은 선생님을, 그리고 친구들 서로서로가. 그 어느 누구에게든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고. 고맙고 감사하게도, 많은 교과 선생님들께서 우리반에서 수업하면 너무나 즐겁다는 후문을 많이 들려주고 계십니다. 처음엔 가장 수줍어하고 조용한 반이었는데, 지금은 조용히 좀 하라고 잔소리할 만큼 서로 무지 친해졌어요. 이 친구들의 잔망미도 기록해보렵니다. 기대해주세요. :-)
지금은 기말고사 기간이라 다들 공부로 애쓰고 있어요. 지친 우리 학생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전하고 싶습니다. 올해가 절반이나 지나가버렸다는 사실이 너무 아쉽고 아깝습니다. 남은 한 해 더 즐거운 스토리를 함께 써나가기를 바라며. 우리반, 오늘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