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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Jul 16. 2021

야호, 방학이다!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들


오늘은 우리학교 여름방학일입니다.


마지막 날까지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아 얼마나 분주하던지, 방학식의 감흥은 1도 느끼지 못한 채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지막 날까지 온라인 수업 출석체크를 빠뜨리지 않고 학생들에게 전화하고 댓글 남기면서 독려하기도 했지요. 다행히 한 사람도 빠짐없이 방학식을 무사히 치렀습니다. 그 와중에 한 사람 한 사람 학교 e알리미를 통해 통지표를 발송했습니다. 다른 학생 성적표가 혹시나 잘못 발송될까봐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몇 번이고 확인하면서 손에 땀을 쥐며 우리 반 학생들의 성적표 전부를 학생과 학부모님께 전부 발송했지요! 아아, 정말이지 등교해서 그냥 나눠주고 싶었습니다. 학생들도 그랬을 거예요. 성적표를 잠시 숨길 틈도 없이 부모님 핸드폰으로 다이렉트로 발송되어버리는 성적표라니, 정말 무정하지 않습니까. 우리 학생 여러분, 선생님도 여러분에게 숨 쉴 틈을 주고 싶었답니다. 샘 마음 알지요, 코로나는 우리에게서 방학식과 성적표 수령의 두근거림(?)까지 앗아가버렸네요. 어른들이 미안합니다.


그렇게 숨가쁘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머, 정말이지 방학식이 끝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여름방학 시작인 겁니다!


"꺄아~ 여름방학이다!" 해야 할 것 같은데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방학과 동시에 워킹맘은 본격적인 육아생활에 돌입해야 하니 말입니다. 더구나 딸과 아들은 학교/유치원 방학도 아직 안 했고요. 둘을 챙기면서 또 이 여름을 어찌 나야 할지 막막함이 밀려옵 아니야 그래도 엄마는 너희랑 함께 있어서 좋아 암 그렇고말고 엄마 마음 알지?


아래는 전면 원격수업이 시작되기  마지막 등교일에 학생들과 학교 옥상정원에서 찍은 사진이에요. 햇빛이 뜨겁기는 했지만 그래도  트인 공간을 함께 노니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얘들아, 우리 다같이 정원 산책해 볼까?" 했더니 와아, 하고 즐거이 반응하던 학생들. 잠깐 구경하려고 나갔다가 아쉬워서 다함께 단체샷을 남겨보았습니다.

요건 차분다소곳 버전이고요

요건 상큼발랄 버전이랍니다 :)


신설학교라 전원 전입생으로 꾸려진 학급이어서 20명의 학생들과 함께했는데요, 요만큼의 인원이 딱 좋은 것 같습니다. 학생 수가 너무 많으면 단체샷을 찍어도 얼굴이 너무 작게 나와 누가 누구인지 구별하기 어렵기도 하지요. 그런데 요렇게 프레임 안에 예쁘게 쏙 들어오니 참 좋네요. 교사가 한 학급에서 30여 명을 가르칠 때와는 교실의 쾌적함도, 교사가 학생들에게 기울일 수 있는 관심의 질도 그만큼 달라집니다. 어서 빨리 학급당 인원수가 적정선으로 조정되면 좋겠어요.


아무튼, 너무 예쁜 모습들이죠. 이 친구들이 전 왜 이리 자랑스럽고 멋질까요. 조금 서툴러도, 스스로가 부족하거나 연약하게 느껴져도, 때로 모나게 느껴지는 모습이라도. 아직 자라는 중이잖아요. 모르니까 배우는 거고, 부족하니까 채워가는 거고, 모나면 맞추어가는 연습을 하면 되지요. 이제 겨우 열여섯인걸요. 사람은 평생에 걸쳐 자라나가야 하니까요.



남학생들끼리 찍은 모습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얼굴을 바라보면 이 친구들 목소리가 들리고, 마음이 들리고, 주고받은 사소한 농담들이 메아리가 되어 울려요.

(여학생들 사진은 사정상 생략합니다. 여기에 올라오는 모든 사진은 학생들의 허락과 동의를 구한  업로드됩니다. 물론 학생들은 사진을 쓰려면 돈을 받아야 한다느니 자기들 얘기를 쓰면 베스트가  거라느니 구찌의 모델st이라느니 저보다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기도 하지요. 아아  근자감을 어찌할까요. 중학생이기에 이런 말을 해도 귀여울  있는 것이겠지요.)


자자, 육성으로 들어보시겠습니다(아주 짤막한 영상입니다만). 이 친구들이 언젠가 어른이 되었을 때, 이렇게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었음을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때로 삶이 힘든 순간에도, 함께 보낸 순간들을 떠올리며 힘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들과 사진을 찍었던 옥상 정원을 교무실에서 바라보면 이렇게 보인답니다. 학교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저 잔디가 누렇게 흙밖에 없었는데, 어느새 푸릇해졌네요. 우리 학교 B 부장님께서 해바라기도 심어두셨다고 하네요. 나중에 해바라기 꽃이 피면 또 올려봐야겠어요 :) 해바라기가 자랄 때쯤이면, 우리 학생들도 더 훌쩍 커 있겠죠.


퇴근길이었나, 주차장 쪽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찍은 사진이에요. 햇살이 눈부셨던 오후였습니다. 붉은 벽돌과 대비되는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더더욱 아름답네요. 푹푹 찌는 여름이라지만, 저는 이 여름만이 갖고 있는 공기를 사랑합니다. 한낮의 작열하는 뜨거움, 태양으로부터 오는 강렬한 에너지. 이 땅의 생명을 가능케 하는 그 찬란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계절이니까요. 모든 것이 펄펄하게 살아있는 시간이지요. 그 뜨거움에 온몸이 녹아버릴 것 같아도, 이 뜨거움 덕분에 우리가 숨쉬고 살아갈 수 있음을 떠올려보게 됩니다. 코로나 때문에 여름방학을 재미있게 보내기 어렵게 되었다고 아쉬워하는 학생들도, 이 사실을 생각하며 조금 긍정적으로 보내보면 좋겠어요. 여름휴가를 떠나기 어렵다면 이런 시즌에 집에서만 할 수 있는 놀이나 활동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또 또 잔소리 시작입니다, 정말이지 이 피는 못 속이나봐요).




매일 아침  시간 정도 일찍 출근해서 시간을 보내던 공간입니다. 1학기 마지막 출근일인 오늘 아침에도 이곳에 잠시 앉아 커피   하고, 감사의 제목들을 적어보고 책장을 넘겨보며 시간을 보냈네요. 이따금 기도의 제목들을 적어보고는 하는데, 오늘은 무엇보다 감사의 제목들을 가장 먼저 줄줄이 적어보게 되더라고요. 물론 여기에  적을  없는 삶의 어려움은 항상 있지만, 그럼에도 감사할  있는 시간에, 감사할  있음에,  자체로 감사하게 되는 순간들입니다.


지나가버리면 다시 오지 않을   번의 순간.    를 떠나보내며 시간의 소중함을 절감합니다. 그래서  매일의 시간을 일종의 절박함으로 보내는지도 모르겠어요. 어떤 때에는 무리하지 않으면 달성하기 어려운, 무리해야만 가능해지는 일들이 있는  같아요. 일이라는 것이 그렇고, 교육도, 개인의 성장도 그러한  같습니다.  시간을 보내고 나면 다시금 기나긴 여유와 한가로움의 순간이 주어지겠지요. 능선 하나 오르고 땀을 닦고,  하나의 능선을 지나고 나면 너른 들판에 한가로이 누워 햇살을 쬐어보는 그런 생의 나날들. 시간이 지나면 오를 수도, 달릴 수도 없는 때가 오겠지요.   있는 때에 열심을 내어보고 싶어요. 이미 시작된 달리기이니까요.


대한민국의 모든 선생님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코로나 시국에 여기저기서 아프게 하는 말들도 많았을 텐데, 지금껏 달려오신 선생님들을 응원합니다. 온라인 수업 영상을 촬영하는 것도, 실시간 줌이며 구글미트 수업을 하는 것도(제시각에 들어오세요 비디오 켜주세요 음소거하지 맙시다 자리비울 땐 챗을 보내주세요 과제 제출해 주세요 잔소리 오만 개씩 하면서 버텨오신) 모두 처음이었던 시간들을 지나 이제 이 정도쯤이야 우후훗 하면서 보내오셨을 시간들도 모두. 우리는 알지요. 암요, 우리들은 이 시간들에 녹아있는 그 세세한 결을 말하지 않아도 알지요.


기나긴 시간 자녀들 곁에서, 혹은 일터에서 지켜보고 돌보시느라 애쓰신 학부모님들께도 위로와 응원의 말씀을 꼭 전하고 싶어요. 수업을 빠뜨리지 않고 듣고 있는지, 온라인 수업에 열심히 잘 참여하고 있는 것인지, 아침에 애써 깨우고 왔는데 출근하고 나서 자녀가 다시 잠들지는 않았는지 걱정하며 오가셨을 발걸음이 많이 분주하셨지요. 혹시라도 학교에서 전화나 문자라도 오는 날이면 화들짝 놀라 걱정부터 하셨을 마음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부디 방학 동안 학부모님들께서도 한숨 돌리시면서 쉼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아이들 뒤에서 든든하게 버텨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누구보다, 매일 자가진단하랴 온라인 수업 들으랴 책상 앞에 하루종일 앉아서 눈 빠지게 수업 듣던 우리 학생들도 수고 많았어요. 학교에서 교실에 앉아 수업 듣는 것도 힘든데 하루죙일 모니터 들여다보면서 수업 들으랴 몰려오는 침대에의 유혹을 뿌리치느랴 등교하면 수행평가 하랴 얼마나 빡세고 힘들었겠어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국을 학창시절에 보내게 되어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너무나 소중한 학창시절을 벌써 1년 반이나 이런 식으로 보내게 되어 여러분의 마음이 어떤 색으로 물들어 있을지 안쓰럽기도 합니다. 어른들의 1년과 학생 때의 1년은 전혀 다른 빛깔을 가지니까요. 어른들이 너무 미안합니다. 어려운 시절을 꿋꿋하게 버텨준 여러분을 백만번이라도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물론 등교보다는 잠옷 입고 들을 수 있는 온라인이 개꿀이라는 학생들도 있지만 모두모두 정말, 수고 많았어요. 여러분의 앞날이 마음껏 빛나기를 기도합니다.



모두, 행복한 여름방학 보내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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