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편지를 써서 놀랄 것 같아. 우린 작년에 도쿄에서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 말곤 인연이 없으니까. 날씨가 제법 쌀쌀해져서 그래. 작년, 꽃샘추위가 도쿄에 만연했고 벚꽃을 기대했던 언니와 언니 지인들은 벚꽃이 피지 않아 실망했지. 그래도 도쿄를 당일치기로 왔다는 데에 의미를 두고 놀이터에 돗자리를 깔았어. 그래, 린카짱. 널 만났던 그 놀이터야. 일본 편의점에서 산 샌드위치와 과자를 먹으면서 신나게 대화하는 우리에게 린카, 네가 다가와주었지.
한국어로 대화하는 언니들. 네가 다가온 이유는 단순하고 순수했어. 한국이 좋아서. 한국 아이들이 나오는 유튜브가 좋아서. 쑥스러움이 많은데도 다가와줘서 고마워.
일본은 지금 어때? 학교는? 엄마와 아빠는 잘 지내셔? 친구들은 만나? 온갖 미디어에서는 일본도 팬데믹이라는 위기 앞에서 불안과 싸우고 있는 듯 해. 특히, 너는 잘 지낼까. 어디에 있든, 어떤 일이 있어도 린카짱. 괜찮을 거야. 나도 팬데믹 때문이 아니더라도 하루 분량의 불안과 함께 매일을 보내. 분량이 넘칠 때도 있긴 해. 그럴 땐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글을 써. 사실 오늘이 그날인듯해. 불안이 넘쳐흘러 머리 끝까지 덮쳐버린 거야. 미안해, 린카짱. 무서웠겠다. 그래도 이 말은 꼭 하고 싶었어. 쌀쌀해진 날씨에 좋았던 기억이라면 분명 널 만났던 3월의 놀이터에서의 기억일 거야.
린카짱. 꿈이 있니? 그때 너는 네가 즐겨보는 유튜버처럼 한국어도 잘하고 싶고 한국에 놀러 가고 싶다고 했지. 나도 소소한 바람이 있어. 아이들이 맘 편히 웃을 수 있는 한국이 되었으면 좋겠어. 내가 소소한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면 여한이 없을 거야. 그런데 린카짱. 린카짱의 엄마가 린카짱의 머릴 쓰다듬을 때처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아이들이 있어. 사랑이 꼭 필요한 아이들이 있어. 린카짱처럼 맑은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아이들이야. 언니는 있잖아, 린카짱. 아이들의 슬픈 소식을 들을 때마다 입술을 꼭 깨물어. 방금 린카짱에게도 말했듯이 그 아이들에게도 말해주고 싶어.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곁에 있을 거야. 힘내지 않아도 돼. 그저 있어줘도 돼. 괜찮을 거야. 괜찮아....
린카짱.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자. 언니가 항상 린카짱 생각할게. 가을이 가고, 겨울이 가고, 봄이 와서 꽃샘추위가 되돌아올 때까지. 다음의 꽃샘추위까지도, 다음다음의 꽃샘추위까지도. 만나는 아기들의 뺨을, 걸음마를 떼는 무릎을 바라보며. 구름 사이에 퍼지는 햇빛 줄기와 구름을 닮은 강아지와 널 닮아 예쁜 꽃을 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