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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 percent Apr 25. 2024

집 나간 MZ 전공의의 변

사직서를 낸 그들은 왜 돌아오지 않을까

#1. 그날의 병원 분위기

가장 먼저 밝히고 싶은 것은 "파업"이 아니라 "자발적 사직"이라는 점이다.


그게 그거고 눈 가리고 아웅인가.

하지만 이 차이는 이번 사태의 핵심을 관통한다.

집 나간 mz 전공의 당사자로서 사직서를 내던 날의 뒤숭숭한 분위기는 아직까지 기억난다.


어디서 지령이 내려온 것이 아니다.

가까운 친구가 아니고서야 누가 오늘 냈고 안 냈는지도 른다.

그저 미래가 보이지 않아 사직서를 제출했고, 나와보니 동료의 대부분도 같이 사직 전공의가 되어있었다.


점들이 모여 하나의 선을 그리듯 점점이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이니

정부가 단일 대표를 찾기도 어려울 수밖에.



#2. 지난 시간들에 대한 허탈함, 저는 이만 포기하겠습니다.

누적된 긴장이 갑자기 풀려서일까.

본가로 돌아온 한 달간은 지독한 편도염으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좋기도 했다. 나의 생각과 입장을 물어보는 많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잠시 도망칠 수 있는 편리한 방편이었으니.


그렇게 혼자 조용히 앉아 생각을 하다 보면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해왔을까 하는 허탈감이 든다.

환자들을 마주하기가 조금 두려워졌다.

'의주빈'이라거나 '의룡인'이라던가 '의새'라며 욕하고 있지는 않을까.


결론은 이미 정해둔 채로 "내가 말하면 고개만 끄덕여" 식의 대화를 청하는 정부를 보며

나는 이 협의를 포기하기로 했다.



#3. 후회할 틈을 주지 않는

이런 것을 강대강 대치라고 볼 수 있는가?

한 명의 (전) 예비 전공의로서 더 이상 의미 없는 대화의 장에 떠밀리고 싶지 않아 사직한 것이 정부의 폭력적인 대응과 어느 구석에서 맞설 수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신경을 끄고 싶어도 계속 자극적인 워딩들이 쏟아져 나온다.

계약서도 안 쓴 사람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보내고, 사직서를 냈다 하니 '사직서수리금지명령',

재계약을 안 하겠다 하니 '재계약포기금지명령',

신규 계약을 안 하겠다 하니 '계약포기금지명령'을 내린다.


이 금지명령들은 어디까지 늘어날 생각인지.

그래도 학생들에게 '휴학금지명령'을 안 한 게 어디냐 싶다가 학칙을 어기면 시정명령을 한다는 이야기에 머리를 짚는다.


자유를 중시하던 이 정부는 타인의 자유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일까.



#4. 지금 전공의들은 뭘 하고 있을까?

처음 몇 주간은 뉴스만 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다시 일을 할 수 있으려나 하는 기대감이 있었고, 그래도 총선 전에는 뭔가 바뀌겠지? 하는 생각들로 다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이제 어언 두 달이 흘러가고 있고 언론이 이전만큼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처럼 전공의들도 이전만큼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었다.

박민수 차관이 매일 하던 브리핑도 끊겼고, 전공의들은 열의를 잃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환자들이다.


가증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아 그 직장을 그만두었다고 한들 어떻게 처음 그 마음이 바뀌겠는가.

다들 비슷한 생각인지 요즘 봉사를 나가보면 휴학 중인 의대생들이 참 많다.


==


의대생, 전공의, 전문의, 교수, 개원가 모두 다른 입장을 가지고 의대증원과 필수의료패키지에 대한 그들의 의견에는 비의료인과 의료인만큼이나 큰 차이가 있을지 모른다.

소위 말하는 '필수 의료', (외과와 산부인과는 많은 분들이 사직을 했다) 전공의와 전문의 선생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시는 걸 보아하니 이 사태에 대한 허망함은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 같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글이 의사 전체의 의견을 대표하지도, 예비 전공의의 의견을 대표하지도 못한다는 점.

단지 주위의 동료들이 어쩌다 이런 선택을 했고 왜 아마도 많은 수가 돌아가지 않을 것 같은지 누군가 보아주었으면 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돌아갈 수 있냐고?

정말 개인적인 생각인데, 어떻게 해도 20%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고, 10%는 이미 돌아가있거나 곧 돌아갈 것이다. 그럼 남은 70%는?


전공의들은 분명 그들의 입장을 시작 때부터 밝혔다.

지금 시점에 개인적으로 언론에 발표하는 요구안은 그저 단발적인 사견들일뿐 공식적인 요구안은 단 하나.

"7대 요구안"이다.


서울대 의대 교수님들이 주 1회 휴진을 발표하셨다.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전공의들과 간호사 선생님들의 말을 들어보면 지금 병원은 뉴-노말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이 상황에 어떻게든 적응하기 위한 몸부림. 하지만 결코 장기적으로 버틸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제발 부디 사람 살리기를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이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사회가 돌아오기를.

우리의 K-의료가 이대로 무너지지 않기를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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