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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네 Jan 06. 2024

휴가 대신 '휴일' 계획

100일의 도전

2024년이 벌써 5일이나 지났다. 새해의 희망찬 다짐과 열정이 고새 식고 있는 걸 눈치채기라도 한 듯 1년 전 정동진 시간박물관에서 내가 나에게 보냈던 엽서 한 통이 느린 우체통을 타고 도착했다.


작은 엽서에는 2023년 2월에 썼던 작년의 바람이 쓰여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건강도 있었고, 가족도 있었다. 그리고 피아노로 작은 별 연주하기가 있었다. 피아노는 기억조차 못한 작년의 목표였다. 정동진을 갔던 기억은 있는데 거기서 엽서를 썼었구나라는 사실도 이제야 생각이 났다. 그래, 작년 이맘때쯤 1박 2일로 동해를 갔다 왔었지. 근데 뭘 했었더라?


이틀의 기억을 되찾으려 사진첩을 뒤졌다. 사진을 보니 다행히 기억은 났다. 맞아 이 닭강정 맛있었는데, 이 숙소는 생각보다 추웠지. 추억에 심취해 사진첩을 쭉쭉 내리다 보니 의외로 기억하지 못했던 작고 작은 일들이 많았다. 여기도 갔었나? 이걸 먹었구나. 왜 이런 주말의 일상은 떠오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니 1년 365일 중 토요일과 일요일은 총 104일이다. 그리고 작년 한국의 공휴일은 15일, 여기에 내 연차를 더하면 최소 130일이 휴일이었다. 공휴일과 주말이 겹친 날도 있었겠지만 1년 중 35%가 휴일이었다고 생각하니 한 해의 성과와 별개로 일상의 내 휴일을 어떻게 보냈었는지 궁금해졌다.


1시간에 걸쳐 쉬는 날에 무엇을 했는지 사진첩과 카드 앱을 보며 카테고리화시켰다. 휴일의 25%는 홍길동 마냥 여기저기 놀러 다녔고, 다행히 15%는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해외여행은 총 14일을 갔는데 여행이 준 여운 대비 훨씬 짧은 휴일 일수라 놀랐다. 그리고 무려 35일은 별다른 기록이 없었다. 물론 기억도 없다. 휴식으로 며칠은 별 일 없이 지나갔겠거니 예상은 했지만 1년 중 한 달 넘는 날들이 내 기억에서 사라진 사실에 벙이 쪘다. 0_0



연말을 마감하며 나도 남들 다하는 한 해 되돌아보기를 했었다. 이루었던 성과를 (어떻게든) 찾아내고 아쉬운 점도 적으며 올해도 목표를 세웠었다. 다시 건강, 가족, 독서 등등. 결국 작년과 큰 그림에서는 비슷했다. 일탈을 꿈꾸며 월 별 공휴일도 검색했었다. 그런데 막상 100일이나 넘는 휴일에 대한 계획은 생각지도 못했다. 100일이면 곰도 인간이 될 수 있는 시간인데...


나에게 100일의 기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까? 하루의 휴일은 축제, 쇼핑 등 계획하기가 쉬웠는데, 100일이라고 생각하니 예상외로 어려웠다 (해외여행은 빼고). 늘 하고 싶었지만 시작하지 못했던 것을 돌이켜보았다. 악보 없이 피아노 한 곡 연주하기, 스우파를 보고 춤 배우기 등등. 물꼬가 트이니 한 번쯤 다짐했던 것들은 꽤 많았다. 그런데 올해도 벌써 5일이 지났는데 시작한 것은 없었다.


게을렀던 것은 아니다. 그동안 나는 집중할 수 있는 그 하루, 여유로운 그 하루를 기다렸다. 다만 결국 그 하루는 오지 않았다. 그런데 나에게 100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하고 싶은 걸 하기에 시간이 충분해 보였다.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이 정도면 피아노로 작은 별 연주도 할 수 있겠지, 춤 한 곡도 충분히 출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나는 오늘 2024년 첫 휴일인 토요일,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100일의 도전: (춤 학원은 또 미룰 테니 일단) 다리 찢기 연습을 시작했다! 90도도 안 벌려지는 다리에 충격을 먹었지만… 앞으로 99일의 휴일이 남았기에 주말만 찢어버리면 올해 안에 찢을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 조바심이 나지 않았다.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100일의 도전은 100일의 휴일에

100일 동안 주말도 다리도 한 번 찢어보자

신나는 마음으로 새로 산 2024년 다이어리를 펼쳤다. 그리고 형광펜으로 모든 휴일에 줄을 그었다. 100일 넘게 줄을 그어보니 오히려 내 휴일 일정에 업무 일정이 끼어들어간 것처럼 보여 1년의 구성이 달라 보였다. 더불어 형광펜이 시작되는 토요일을 일주일의 시작으로 보니 한 주가 더 길어 보이기까지 했다.

10일 휴가를 넘어 100일의 휴일을 계획할 수 있다니 갑자기 시간이 충분해 보인다. 목표에 집착하기보다 과정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평온한 자신감도 생겨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올해는 진짜 찢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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