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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네 Dec 22. 2023

아침 1분 ‘플랭크’의 마법

24시간 중 최고의 가성비

30대가 되고, 특히 중동에 파견되었다가 한국에 돌아온 후부터 시간이 더욱 빨리 흘러가는 느낌이다.


더 많은 것,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위해 해빗 트래커도 시작하고 감사일기도 쓰고 하루를 꽉 채워 보내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즐겁지가 않았다. 퇴근을 하고 스스로 약속한 만 보 걷기, 책 읽기, 운동하기를 실행하며 확실히 예전보다 하루를 더 알차게 보냈지만 마음의 여유는 사라지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일로 계획이 꼬여버리면 이렇게 단순한 일상도 지켜내지 못했다는 죄책감까지 들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이 이제는 해야 할 일들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중 가장 고 난이도의 해야 할 일은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었다. 하루 이틀 건너뛴다고 내 삶에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았지만 (거의 매일 크림빵을 먹다 보니) 점점 볼록해지는 배는 슬슬 성가시기 시작했다. ‘3개월 내 왕자 복근 만들기’라는 큰 목표를 세우고 다시 헬스장을 등록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헬스장 문이 이렇게 열기 어려웠었나. 운동 관련된 영상을 보며 자극도 받고 완벽한 루틴 계획도 세웠지만, 복근은커녕 3개월 동안 한 번도 근력운동을 실천하지 못했다.



건강검진을 받았다. 내장지방 수치가 올라갔다. 다음 날, 다시 복근 만들기 꿈을 꾸며 ‘1시간 운동하기’ 목표를 세웠다. 실패했다. 30분 홈트레이닝으로 수정했다. 실패했다. 20분.. 10분.. ‘제발 1분만이라도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검색 끝에 ‘1분 플랭크’를 목표로 세웠다. 그리고 그날 저녁 드디어 해냈다! 하지만 1주일쯤 되었을까, 여전히 바쁘게 살고 있는 나는 하루가 끝나면 밥부터 먹어야 하고, 소화가 될 동안 책이라도 좀 읽고 해야겠다는 핑계를 대다가 결국 또 플랭크라는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있었다.


어느 일요일 아침, 아직 커튼도 안 제쳤는데 카톡이 울렸다. 오전에 보기로 한 친구가 몸이 아파 약속을 미뤄야 한다는 연락이었다. 아쉬웠지만 갑자기 생긴 여유에 이참에 눈 딱 감고 플랭크나 하고 다시 자야지 하는 마음으로 잠옷차림 그대로 바닥에 주먹을 댔다. 1분 동안 지렁이처럼 꿈틀댔지만, 하긴 했다. 그런데 단 1분만으로 말도 안 되는 성취감을 느꼈다. 나름 어렵고 힘든 해야 할 일을 벌써 끝내버렸다는 생각에 저녁에 할 일을 했을 때와는 또 다른 레벨의 성취감이었다.


다음 날, 원래 같았으면 출근 준비로 바쁘게 움직였을 아침이지만 ‘고작 1분’이라는 생각으로 플랭크를 했다. 하루 이틀.. 어차피 고작 1분이기에 아무 생각 없이 하다 보니 3주째 매일 아침 플랭크를 하고 있었다. 일어나자마자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도 있었지만 퇴근 후 해야 할 일 하나가 줄었다는 생각에 하루에 여유가 생겼다. 몸보다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리고 이제 나의 루틴은 양치 후 잠옷차림 그대로 플랭크 하기가 되었다. 최근에는 난생처음 평일 아침에 달리기를 하고 출근하는 마법 같은 일도 벌어졌다. 만약 애초에 달리기를 목표로 했다면 퇴근 후 저녁에 달려야지 마음먹고 내년의 해야 할 일이 되었을지 모른다…



투두리스트에 지쳐있었을 때 마음을 다잡기 위해 여러 자기 계발서와 성공한 사람들의 영상을 보았었다. 비전 보드, 1억 보다 10억 등등… 모두 꿈을 크게 가지라고 했다. 믿는 대로 이루어지고, 우리는 얻으려고 하는 것을 얻게 된다고. 물론 맞는 말이지만 목표를 크게 세우는데만 집중하다 보니 나의 경우 오히려 시작할 엄두도 못 내고 하루하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음만 무거워졌다.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하는 일을 먼저 하는 것은 필요하다. 다만, 해야 할 일을 하고 싶은 일로 바꾸는 것도 가능했다! 큰 목표를 지금 해버릴 수 있는 사소한 목표로 바꾸고 먼저 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소함이란 눈 뜨자마자 할 수 있는 정도의 사소함부터 시작될 수 있었다.


큰 계획 대신
작은 실천을 즐겨보기

저녁 대신 아침에 눈뜨자마자 할 수 있는
사소한 씨앗을 심어 보기

이제 플랭크는 하루 24시간 중 나에게 최고의 가성비인 1분을 선물해 주는, 해야 할 일에서 하고 싶은 일이 되었다. 일단 뭐든지 해봐야지. 어차피 계획대로 흘러가는 건 없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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