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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로 Oct 09. 2019

할아버지의 문장이 그립다

화선지에 글을 쓰던 할아버지 문장

할아버지에게서 먹물 냄새가 났다.

먹물의 향기, 묵향이다.

우리 할아버지에게만 묵향이 난 것은 아니었다.

골목마다 묵향이 흩날렸다.

대문에 붙어있던 묵향 어린 화선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당대 할아버지들은 문장의 힘을 믿었나보다.

화선지에 신중하게 글을 써 내려갔다.



할아버지 시절 글을 쓰는 과정을 떠올려보면.

글 한번 쓰려면 먹을 갈아야 했고 의관을 갖춰야 했다.

붓이 움직이며 화선지에 문장을 써 내려갔다.

먹물이 번지며 그려지던 검은 글자.

문장은 글이 아니라 그림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랬던가.

할아버지 문장은 기원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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