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이유
동남아 여행하면 꼭 방문해야 하는 곳으로는 어디가 있을까? 아마도 최소한 열에 아홉은 이구동성으로 '야시장(Night Market)'을 이야기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베트남 나트랑에도 전통시장인 담시장과 별개로 야시장이 존재한다. 냐짱의 랜드마크, 침향탑(탑짬흐엉) 및 쇼핑몰 AB센트럴과 가까운 곳에 있다. 구글맵에는 'Night Market Nha Trang'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곳.
저녁 식사를 마치고 도보로 구불구불한 냐짱 시내 골목길을 지나오니 '깐호아(Khanh Hoa)'라는 시장 입구 간판이 나타났다. 공식 명칭은 깐호아 야시장, 둠칫둠칫 근방에 오니 괜히 아드레날린이 샘솟는 기분이다.
여기는 대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야시장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다. 시장 총길이가 200m가 채 안 되는 곳이며, 이는 충분히 숙지를 하고 방문했다.
이전에 방문했던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다양한 동남아 국가 야시장 경험을 비춰봤을 때, 야시장 규모가 그렇게 중요한 요소는 아니었다.
내 기억 속에 남은 것은
짝퉁 크록스와 라탄뿐
자고로 야시장이란 현지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길거리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재미로 방문하는 곳이다.
그런데, 나트랑 야시장에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관광객이 많은 것과 별개로 시장 內 콘텐츠가 너무 부족했다.
일단 야시장 상점은 마치 국내 축제철 부스처럼 번호표가 부착되어 있었는데, 많은 상점 숫자와는 별개로 판매하는 상품은 짝퉁 크록스 신발, 라탄 제품, 짝퉁 의류, 건과일 등 그냥 냐짱 시내 어느 곳에서나 흔히 만날 수 있는 제품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어찌나 짝퉁 크록스를 판매하는 상점이 많았는지 모르겠다. 아내와 대화를 하며 순간 '이거 짝퉁 크록스 신발을 사야만 하는 분위기 아니야?'란 말이 나왔을 정도였다.
게다가 일반적인 야시장과는 다르게 길거리 음식 혹은 음식을 판매하는 상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고 가격이 저렴하지도
않았던 야시장
일단 NEGO를 감안해서 비싸게 부른다. 가격 정찰제가 아닌 이상 동남아 국가 어떤 시장에 가나 관광객을 보면 비싸게 부른다. 그렇지만, 네고율을 감안하더라도 가격이 영~ 아니올시다였다.
그렇다고 품질이 좋은 것 같지도 않고, 건과일 등 식품류는 뭔가 썩 위생적이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자연스레 훑고 지나가게 됐다. 돈을 쓰려고 왔는데, 도저히 지갑이 열리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아, 이래서 롯데마트에서 구매하라는 거구나?!"
그런데, 여기서 또 뭔가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베트남까지 와서 기념품이나 선물을 사려는데, 한국 브랜드인 롯데마트에 가야 하다니...!
정말 특색도 없고 쇼핑할만한 물건도 없고, 다 있는 데 살 것이 없었던 야시장이었다. 여기에 동남아 느낌 물씬 나는 카페나 펍, 먹거리 판매처도 없고, 도대체 정체가 뭔가 싶었던 나트랑 야시장이었다.
괜찮은 게 있으면 출국하기 직전 다시 와서 구매하려고 했는데, 한 번 방문하고 Just Good-bye였다.
개인적으로 동남아 야시장이 매력적인 이유는 그 규모와 관계없이 현지 문화를 직접적으로 생동감 있게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여기는 그저 짝퉁과 라탄을 판매하는 관광객 대상의 도떼기시장이었을 뿐. 나중에 소개할 담시장과 더불어 시장인데, 시장 역할을 못하는 시장이었다.
위 사진과 같이 베트남 스러운 야시장 분위기를 기대했다면, 나트랑에서는 그 기대를 내려놔도 좋다. 오히려 야시장보다 시내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면 밤 문화를 경험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