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이유
나트랑 쇼핑은 어디서 해야 해요?
여행의 또 다른 재미, 쇼핑. 전 세계 어떤 도시를 가나 소소한 기념품 하나를 구매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행복감은 업그레이드가 된다. 그런데, 이렇게 쇼핑거리가 없는 여행지는 처음이었다.
쇼핑몰은 죄다 공실이면서 비쌌으며, 야시장은 크록스 짝퉁뿐이었고, 나트랑 담시장은 위생도 안 좋고 퀄리티가 좋지 않은 B급 짝퉁이 대부분이었으며, 롯데마트는 선물 포장이 문제였다. 그나마 롯데마트 골드코스트점이 입점한 쇼핑몰이 구경할만했으나, 살만한 것은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뭐 하나 건지겠지 하는 심정으로 3박 5일 베트남 나트랑 여행 마지막 날 일정으로 시내 짝퉁샵 쇼핑 일정을 한나절 계획했다.
여행객들에게 잘 알려진 시내 짝퉁샵 List는 아래와 같다.
악어집 & 멀티샵 (라코스테 짝퉁 중심)
로로앤코(Loro & Co, A급 짝퉁 판매 상점)
JW GIFT, 짭# 外 다수
마지막 날 0.5박 숙소로 선택했던 버고호텔에 짐을 맡기고 본격적으로 짝퉁 쇼핑을 시작했다. 12시쯤 도착하여 오후 3시까지 약 3시간 정도 시간이 남았는데, 놀랍게도 식사 + 카페 + 쇼핑을 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한참 남은 채 호텔 로비로 돌아왔다.
비엣젯항공이 거의 처음 취항하기 시작했던 10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이만큼 짝퉁 상점이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나트랑 시내에는 거의 한 블럭당 하나 이상의 짝퉁 가게가 있을 만큼 많은 가게들이 밀집해 있었다. 한국인 관광객으로 이만큼 많은 가게들이 다 먹고살 수 있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여기에 로로앤코(Loro & Co)처럼 A급 명품 짝퉁을 취급하는 가게도 상당히 많았고, 가게마다 Copy 능력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게다가 한국인들이 얼마나 많이 찾는 것인지 어떤 가게는 한국돈을 계좌이체로 받기도 할 정도였다.
짝퉁은 짝퉁일 뿐
처음에는 신기했다. 이렇게 짝퉁만 취급하는 가게들이 몰려있는 광경을 보는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계속 반복되고 가게들에서 판매하는 상품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짝퉁 상품에 대한 엄청난 피로감이 몰려들었다.
어느 순간, "또 짝퉁 가게야?"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역시나 마지막 날에 몰아서 방문했던 시내 주요 짝퉁샵에서 느꼈던 바도 마찬가지였다.
퀄리티는 생각보다 괜찮았지만, 디자인이 생각보다 썩 마음에 들지 않았고, 가격도 베트남 물가를 감안하면 저렴한 것이 아니라서 굳이 구매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짝퉁은 짝퉁일 뿐 오히려 한국에 돌아가서 정품을 구매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새로 생긴 쇼핑거리에도
역시 짝퉁!
2024년 새로 개장한 빈펄섬의 쇼핑거리 '빈펄 하버', 마치 유럽 도시를 연상시키는 건물 외관이 재밌어 빈 원더스를 이용하지 않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곳이었다.
그런데, 어김없이 빈펄 하버 쇼핑거리에도 곳곳에 짝퉁 상점들이 성업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대놓고 짝퉁 상점이 많은 것이 한편으로는 웃기기도 했다. 그만큼 수요가 많으니까 이렇게 너도 나도 짝퉁 가게를 열고 영업하는 것이겠지?
빈펄 하버 짝퉁 가게들은 시내 가게 대비해서 가격적인 측면에서의 메리트는 없었다. 아무래도 신축 건물 상가이기에 임대료가 비싸 이게 상품 가격에 반영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퀄리티도 시내 상점과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짝퉁 또 짝퉁, 짝퉁으로 점철됐던 짝퉁밖에 기억에 남지 않았던 여행지 베트남 나트랑.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의 쇼핑에 대한 기억은 '좋았다, 흥미로웠다'라고 기억된다. 반면에 냐짱은 쇼핑에 대해서 즐겁고 재밌었던 기억이 거의 없었던 곳으로 각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