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Prologue) #3
프랑스에서 어딜 가야 좋을까?
교통편과 이동 동선에 대한 고민은 완료, 이제는 이번 프랑스 파리 & 남프랑스 여행에서 어떤 곳에 갈까란 기본적인 여행 코스를 선정할 차례가 왔다. 장모님을 모시고 아내와 함께 가는 이번 여행에서 고민스러웠던 점은 관광지를 선정함에 있어 역시 장모님과 나 그리고 아내의 취향 조합 문제였다. 여기에 더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로컬(Local)스럽게 프랑스를 즐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더해졌다.
여러 가지 변수, 경우의 수를 조합해보니 더 복잡해졌다.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먼저 장모님이 좋아하실만한 전지적 장모님 시점 여행 코스를 선정하고, 뒤에 나와 아내의 취향이 담긴 여행지를 가미하여 대략적인 계획의 틀을 만들기로 했다.
내가 생각하는 장모님 취향, 키워드는 3가지였다.
1) 마리 앙투아네트
2) 앤틱(Antique)
3) 미술관
특히 내가 해외여행을 가면 거의 가지 않는 곳이 미술관과 박물관이다. 심지어 지난번에 첫 파리 여행을 갔을 때에도 가지 않았던 곳이다. 당시는 대학생 시절이었고, 지금은 나이가 어느 정도 들어보니 이 예술 작품이 주는 지적 기쁨이 상당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실제로 이번 여행을 기점으로 한국에 돌아와서 미술관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었다. 장모님께 설명을 위해 공부를 하고 또 실제로 봤던 것이 큰 역할을 했다.
그러면, 간략하게 키워드에 따라서 맛보기로 전지적 장모님 시점으로 방문했던 파리 및 남프랑스 여행지를 살펴보자.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마리 앙투아네트 (Marie Antoinette)
프랑스 대혁명, 내가 생각하기에 지금의 프랑스인들의 전투적인 민족성이 발현된 역사적 사건이다. 우리들은 당시 절대 왕정의 횡포를 참다못한 시민들이 들고 일어선 시민혁명이라는 이야기로 세계사 시간에 배웠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가 당시 왕정이었는데, 시민들이 들고일어나서 왕과 왕비를 처형했던 것은 엄청난 사회 충격이었으리라.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왕비가 바로 마리 앙투아네트. 일반적으로 프랑스를 망친 악녀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최근에는 이에 대한 평가가 잘못됐다는 평가와 함께 여러 가지 야사가 전해져 뮤지컬 소재로도 사용되는 등 상당히 흥미로운 역사적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아무튼 정확하게 장모님이 좋아하는 인물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으나, 왠지 '고전'을 좋아하는 장모님의 취향이 맞을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노트르담 대성당이 있는 파리 시테섬에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최후를 기다렸던 본래 궁전의 부속 건물로 사용됐지만, 프랑스 대혁명 당시 감옥으로 사용된 콩시에르주리(Conciergerie)가 있다.
고딕 양식 성당으로써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로 유명한 생트샤펠성당에 긴 줄이 있었던 것과 대조적으로 콩시에르주리는 바로 입장이 가능했다. 이런 사실과는 달리 꽤 볼거리가 많았고, 프랑스 역사를 이해함에 있어서 중요한 여행 코스였다. 물론 장모님 만족도 역시 200% 만족이었고 말이다.
두 번째 키워드는 앤틱(Antique)이다. 처음 처갓집에 갔을 때, 집에 오래된 앤틱 가구가 많은 것을 보고서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난다. 앤틱 가구에 대한 개념도 없었던 시절에는 나름대로 그게 문화 충격이었는다. 지금에야 안목이 늘어 앤틱 가구, 소품을 좋아하게 됐다.
베르사유 궁전보다 화려한
오페라가르니에 (Palais Garnier)
파리에서는 어디를 가야 이런 앤틱을 좋아하는 장모님이 좋아하실까? 과거 화려한 내부가 유명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겨울궁전(에르미타쥬 미술관)과 예카테리나 궁전을 다녀왔기에 전에도 베르사유 궁전을 가지 않았었다. 베르사유 궁전을 가기에는 어쨌든 최소 반나절 이상 시간을 빼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에 선택한 장소가 바로 오페라가르니에(Palais Garnier).
이번 프랑스 파리 여행 명소 중에서 가장 화려했던 앤틱 인테리어의 끝판왕이 아니었나 싶다. 게다가 파리 도심 한복판인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 근처에 있어 위치도 안성맞춤이었다. 하이라이트로 샤갈이 그린 천장 그림이 있었는데, 그야말로 환상적인 광경이었다.
그리고 파리뿐만 아니라 남프랑스까지 갔는데, 수영장 호텔에서 호캉스를 했던 물과 분수의 도시인 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 지역에는 이런 앤틱이란 키워드와 딱 맞는 과거 호텔 건물을 미술 및 전시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코몽아트센터(Hôtel de Caumont)란 곳이 있었다.
메인은 미술 전시이지만, 사진과 같이 과거 앤틱한 호텔 방을 그대로 복원 혹은 재현한 방 그리고 프로방스 느낌 가득한 실외 정원이 이곳의 하이라이트였다. 내가 생각하기에 좋아하실 거라 생각했던 실내 앤틱 공간보다 실외 정원을 보고 더 소녀처럼 웃으셨던 것이 기억에 남는데, 뭐 어쨌든 어디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되는 것이 아니겠나!
무료 관람 가능
파리시립현대미술관
(Musée d'Art Moderne de Paris)
마지막 키워드는 미술관이다. 오르셰, 오랑주리 등 파리에는 다양한 그리고 유명한 미술관이 많다. 사실 미술관을 외국에서 간 적이 거의 없어서 만족스러울까 싶었는데, 미리 공부를 하고 가니 더 만족도가 높았던 파리 미술관 여행.
그런데, 파리에는 유료가 아닌 무료로 상당한 퀄리티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파리시립현대미술관(Musée d'Art Moderne de Paris)이 있다. 전시실 하나가 작품인 전기의 역사부터 마티스, 피카소 등 현대 미술 거장의 작품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서 좋았던 곳.
본래 파리 근교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의 집 투어를 신청했지만, 여행 3일 전 모객 인원 미달로 취소되어 이를 대체하고자 갔던 곳이 파리시립현대미술관이다. 그렇지만, 미술 작품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파리에 가면 꼭 추천하고 싶은 장소가 이곳이었다.
이렇게 전지적 장모님 시점 여행 코스로 선정한 몇 군데 장소를 알아봤다. 그 안에서도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이는 프롤로그가 아닌 후속 이야기에서 상세하게 살펴보려고 한다. 이제 프롤로그 마지막으로 전체적인 프랑스 여행 일정에 대해서 리뷰하여 보고, 본격적인 별서방 이야기를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