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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안테스 Dec 21. 2021

전하지 못한 것은 글이지,
마음이 아닙니다.

가족과의 관계


"잠을 잊은 이를 위한 라디오

규디입니다.

오늘 편지를 보내주신 분의

사연을 읽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규디...

아들 때문에 걱정이 되어 사연을 보냅니다.

아들이 군대를 갔는데 편지가 왔어요.

그래서 답장을 써 주려고 했는데,

편지를 쓰려고 하면 글씨가 안 써졌어요.

쓰다가 다시 또 쓰다가 말이 안 되니까,

쓰다가, 쓰다가 못쓰고 말았어요

결국 답을 못하고 제대를 했는데,

나중에 아들이 서운하더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사실은....

제가 글을 모릅니다.

엄마가 글을 모르는 것을 자식들은 모르더라고요.

엄마가 글을 몰라서

답장을 못 해주었다는 소리를 못했습니다.

아마, 이 사실을 알면...

엄마가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혹시나

마음 아파할까 걱정입니다."


"아들... 미안해.

엄마가 몰라서 못했어.... 그러니까 미안해...

엄마가 지금은 쓸 수 있게 됐어.

편지 한 번 예쁘게 써서

너한테 보내주고 싶다.

사랑한다. 아들아..."


"사연자분의 사연을 읽는 내내

뜨거운 것이 올라와 여러 번 목이 메어왔습니다.

아마 저도 제 어머니가 떠올라서 그랬을 겁니다.

어머니...

어머니가 전하지 못한 것은 글이지,

마음이 아닙니다.

시간이 필요하셨을 겁니다.

용기가 필요하셨을 겁니다.

답장을 받지 못해 서운해하는 것과,

엄마가 글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에 실망하는 것...

그 둘 사이에서 오랜 시간 속상하고,

고민하면서 보내셨을 겁니다.

예쁘게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충분히 예쁘십니다.

지금 보내 주신 사연 그대로

아들에게 써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사연자분의 편지를 읽는 내내

너무 예쁜 글이어서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아드님에게도 충분히...

아니 차고 넘치도록

어머니의 마음이

전달될 겁니다."


"본인이 부모가 되고,

나를 닮은 아이를 키우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 오겠지요.

내 마음 이상의 부모는 있어도,

내 마음 같은 자식은 없다.

나도 그런 자식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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