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콘서트가 있었다
크게 기대하지 않은...
그냥 적당한 시기에, 연수의 핑계로 초빙한 사람들.
적당한 시간... 그렇게 앉아있다가 갈 생각이었다.
시로 곡을 만드는 화가.
시로 만든 화가의 곡을 노래하는 친구.
사람의 이름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
친구가 노래하는 동안 이름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
잊고 살았던
주옥같은 시들의 의미가 두 눈에,
그 시가 음이 되어 내 귀에 맴돈다.
이름으로 그린 그림이 탐이 나
손을 번쩍 든다.
질문에 답하고 얘기를 나누고
노래가 시작되고
화가는 내 이름으로 그림을 시작하려 한다.
화가에게 조용히 다가가
조용히 얘기한다.
"혹시 제 딸 이름으로 그려주시면
안될까요?"
화가가 대답한다.
"네, 안됩니다"
노래가 끝이 나고,
화가는 내 이름으로 그림을 완성한다.
그는 내 이름으로
든든 한 울타리를 그리고
그 커다란 울타리가 이쁘게 핀 꽃을
감씨고 있었다.
화가가 말한다.
"저에게 다가와
딸의 이름으로 바꿔 그림을 그려달라고
청탁을 하셨지만,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와이프 이름으로 해 달라했으면,
들어줬을 텐데 말입니다."
너스레를 떠는 화가가 이어서 말한다.
"그림 아래에 이렇게 제가 글을 썼습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꽃들을 지키기 위해,
나부터 푸르게 서야 한다"
그렇군.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하는 것이,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것만이
다가 아닐 수 있구나.
나부터 올곧고 바르게 서면,
내가 올곧고 바른 울타리가 되면,
사랑하는 사람을 품고도
넉넉함이 있으면 되는 거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