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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안테스 Dec 14. 2022

존경은 주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다.

타인과의 관계

안녕하세요 교장선생님

이제 서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메시지로 한참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편지가 되었습니다.


월요일 아침이 생각납니다.

커피 서버에 손을 베이고, 피는 멈추지 않고, 사무실에 사람은 아무도 없고...

보건실에 전화를 해도 받는 사람은 없고, 어떡하지 어떡하지...

그러던 중에 교무실 시계를 보니 8시 25분... 이 시간이면 교장선생님이 

순회하시는 시간인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순간 그런 생각을 하는 저도 이상했지만 거짓말처럼 교장선생님이 문 앞에 

나타나시니 저도 모르게 '이제 됐다'라는 안도가 들었습니다.

병원에 같이 있는 동안 감사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해서...

이런저런 이상한 말을 횡설수설했던 것 같습니다.


12월 12일 8시 25분처럼,

3월 2일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3~4년의 시간을 그냥 흘러 보낸 본교에

교장선생님이 나타나셨네요.


돌이켜보면

1년이라는 시간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다른 학교의 사례를 보아도

교장선생님과 같은 경력을 가진 분이 본교에

부임한 것은 유례가 없었던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대 반 의구심 반의 한 달이 지나고,

수많은 교사들을 대면, 서면으로 만나 의견을 수렴하셨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 교장선생님은 '진심'이셨네요.

많은 본교 사람들이 '의구심'과 '사심'이었을 때 

교장선생님은 본교에 오시는 것을 고민하셨을 때를 빼고는,

단 한순간도 '진심'이 아니셨던 적이 없으셨네요.

온 마음을 항상 다하셨네요.


제가 만약 교장선생님이었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교장선생님이 하신 많은 변화의 방향에 공감하기 때문에

비슷하게 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도 절대로 하지 않았을 일과

반드시 했을 것 같은 일이 하나씩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신입생 아침 운동 프로그램은 매일 했을 것 같습니다.

전임 교장선생님이 8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하셨다는 것이

엄청난 압박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매일 나타나면 사람들이 불편해한다며

금요일만 하실 거라고 하셨을 때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은 아침 교무실 인사입니다.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학교에서 매일 아침 교무실 순회 인사라니...

물론 덕분에 월요일에 교장선생님과 병원에 갈 수 있었네요.

저는 지금도 다른 교무실에 잘 안 갑니다.

저 때문에 불편할까 봐도 있지만, 제 스스로가 너무 어색하기 때문입니다.


누구의 시선 때문이 이유라면 굳이 하지 않으시고,

아침 급식지도처럼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하루도 빠짐없이 굳이 하시네요.


교장선생이 회의를 하실 때도 비슷하신 것 같습니다.

문제가 생기지 않겠냐를 묻지 않으시고,

필요하냐를 물으십니다.

필요한 일이면 문제가 있더라도 피하지 않고 방법을 찾으려 하십니다.


시간과 돈이 있으면 할 수 있는 건 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도전을 통해 이루는 것이 꿈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전은 실패를 무릅쓰고 지금 이 순간 용기를 내는 것.

수많은 크고 작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만이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보직교사 회의 때 교장선생님이 

음악 선생님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

신혼여행도 가지 못하고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도와줄 수 있으면 다른 학과의 일이라 생각하지 말고 도움을 주라고.

그날 제가 연락을 드렸습니다. 도울 일이 없냐고.

그래서 학생회 애들을 데리고 진행과 사회를 맡았던 겁니다.


루쉰은

"땅 위에는 원래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마음을 다한 진심이 배려를 담으면 언젠가 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행복하지 않은 교사가 

행복한 아이들을 만들 수 없듯이,

올해 함께 하는 '짝' 같은 3학년 담임교사들이

서로에 대한 배려가 '자극'이라는 시너지가 되어,

학생들이 진심을 다해 꿈을 향해 도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진심을 다한 도전이 최고의 결과를 내지는 못해도,

최선의 과정을 보내고, 

내 후년 1학년 담임으로 돌아가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누군가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면,

저는 존경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라 합니다.


1년간의 변화를 위해 진심을 다하신

교장선생님께 감사의 마음과 존경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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